허각, 여전히 마음에 닿는 목소리[TF초점]
입력: 2023.05.26 00:00 / 수정: 2023.05.26 00:00

'물론'으로 음원차트 톱10, 오랜만에 음원강자 면모
가창력 마음껏 뽐낸 '운다 운다'까지 존재가치 증명


허각이 지난달 발표한 물론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걸그룹이 점령한 음원차트 톱10에서 유일한 남성 솔로 가수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제공
허각이 지난달 발표한 '물론'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걸그룹이 점령한 음원차트 톱10에서 유일한 남성 솔로 가수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걸그룹이 점령한 음원차트 상위권에 반가운 이름이 있다.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 허각이다. 2010년대 초중반 남성 보컬리스트 대표 음원 강자였던 그는 최근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지만 신곡 '물론'으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스타일의 곡 '운다 운다'까지 더해 허각을 다시 주목하게 만든다.

허각은 투톤 프로젝트의 3번째 주자로 나서 지난달 28일 '물론'을 발표했다. '물론'은 가진 게 많지 않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겠다는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발라드 곡이다. 허각 특유의 감미로운 보이스와 진솔한 가사, 담담하지만 섬세한 감정 표현을 느낄 수 있다.

'물론'은 2005년 KCM 2집 앨범에 수록된 동명의 트랙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당시 KCM과 함께 정식 데뷔 이전이던 지아가 듀엣으로 나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지아의 데뷔 앨범에 솔로 버전으로 수록됐고 현재까지도 결혼식 축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허각이 부른 '물론'은 원곡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물론'은 큰 기교 없이 남녀가 서로를 향한 마음을 주고 받는 형태로 감정을 쌓아 올리는 곡이다. 이 서사를 홀로 끌고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허각은 담백하지만 섬세한 가창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세레나데를 완성했다.

허각의 아늑한 목소리는 '내리는 비를 막아 줄 수는 없지만 비가 오면 항상 함께 맞아 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편이 돼줄게 언제까지나', '물론 모든 걸 다 줄 수는 없지만 작은 행복에 미소짓게 해줄게' 등 서정적인 가사를 더 포근하게 감싸 설득력 있게 청자들에게 운반한다.

이 곡은 발매 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순위가 상승했고 10여일 만인 지난 7일 멜론 일간 음원차트 8위에 올랐다. 이후 보름 넘게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파, (여자)아이들, 아이브, 르세라핌, 블랙핑크 지수, 뉴진스 등 걸그룹 일색인 차트 상위권에서 유일한 남성 솔로 가수이자 발라드 장르다.

허각은 청량하게 내지르는 파워풀한 고음에 탁월하다. 그러나 '물론'에서는 주무기를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는 허각이 왜 국내 대표 남성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허각은 물론에 이어 최근 운다 운다를 발표했다. 절제 속에서 감정을 피워낸 물론과 달리 운다 운다에서는 보컬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제공
허각은 '물론'에 이어 최근 '운다 운다'를 발표했다. 절제 속에서 감정을 피워낸 '물론'과 달리 '운다 운다'에서는 보컬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제공

허각은 2010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의 우승자다. 환풍기 수리공과 배관공으로 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다 우승을 차지한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여기에 음정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고 가사 한 글자에도 진심을 담는 모습까지 더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허각은 '가장 교과서적인 가창으로 발라드를 부르는 도전자'라는 평을 받았는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가창으로 곡이 지닌 감성을 오롯이 전달하기에 나온 말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허각의 발라드를 좋아하는 이유고 허각은 발표하는 곡마다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사랑', '별에서 온 그대', '부부의 세계' 등 드라마 OST 라인업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는 것도, 정은지 정인 브로맨스 MC몽 지아 소유 등 다양한 스타일의 가수들과 능히 듀엣을 해내는 것도, 다양한 음악 프로젝트에 러브콜을 받는 것도 깔끔한 가창에 힘있는 호소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수많은 곡을 발표하고 세월이 켜켜이 쌓이면서 허각만의 색깔까지 짙어졌다. 발라드 침체기와 함께 그도 음원 강자의 명성에서는 조금 멀어졌지만 2020년대 들어서도 '듣고 싶던 말', '우린 어쩌다 헤어진 걸까', '고백' 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부터 발표한 곡들 성적이 다소 저조했지만 '물론'으로 만회했다.

허각은 투톤 프로젝트에 이어 지난 21일 '오늘의 선곡'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서 '운다 운다'를 발표했다. 아픈 이별 후 지난 사랑을 놓지 못하고 후회로 가득한 매일을 살고 있는 한 남자의 마음을 말하는 곡이다. 제목부터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짙은 그리움이 슬픈 멜로디와 어우러져 감성을 파고든다.

허각은 절제 속에서 감정을 피워낸 '물론'과 달리 '운다 운다'에서는 보컬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이 두 곡만으로도 허각의 존재가치를 설명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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