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예고' 둘러싼 논란
국악인들, 문화재청 '유파 통폐합' 독단에 법적 대응 불사
퓨전 국악 오디션으로 각광을 받은 '풍류대장' 출연자들은 국악, 민요, 판소리 등 전통 음악과 대중가요의 크로스오버를 통해국악의 멋과 매력을 맘껏 발산했다. /JTBC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2021년 MBN과 JTBC에서 나란히 방영된 '조선판스타'와 '풍류대장'은 퓨전 국악 오디션으로 각광을 받았다. 출연자들은 국악, 민요, 판소리 등 전통 음악과 대중가요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맘껏 발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로트와 K팝 장르가 태반이었던 오디션 예능에서 국악이 내뿜은 열기와 주목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화제성이 성패를 가르는 오디션 예능에서 국악 장르는 주목받기 힘든 영역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세가 아이돌·힙합에서 트로트로 이동하고, 다시 국악으로까지 확산된 데는 대중적 관심사가 반영된 결과다. 더이상 비주류 장르가 아닌 트렌드의 하나로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악이 힙한 장르로 재평가받게된 데는 젊은 음악인들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문화재청의 국가무형문화재(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예고를 둘러싸고 국악인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우려와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김장순 명창(맨 오른쪽)은 이은주 유파이며 김영임 명창(묵계월 유파)과 함 이번 문화재청의 인위적인 통폐합에 따른 인정예고에서 탈락했다. /온라인커뮤니티 |
◆ K팝의 성공, 정부 지원 아닌 가요제작자들의 자체 노력과 땀의 결과
현대 판소리 그룹 '이날치 밴드'와 현대 무용 그룹 '앰비규어스댄스 컴퍼니'의 국악 퓨전은 대표적이다. 이들이 선보인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 영상은 국악 선율에 한국 특유의 흥을 담아 전세계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상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조차 소개됐을 만큼 문화 콘텐츠에 대한 '창의력 진작'의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국악은 더이상 비주류 장르가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BTS는 자신들의 음악에 국악을 접목한 크로스오버로 대중화를 이끌었다. 근래 폭발적 인기를 끌어모은 '미스터트롯'이나 '미스트롯'도 알고 보면 우승권 참가자들은 대부분 국악 전공자들이다. K팝이 한류를 주도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국악의 매력이 입증된 만큼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재청은 지난 12일 경기민요 후보자 4명 중 '안비취 유파' 김혜란(맨 오른쪽) 이호연(가운데)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했다. 기존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맨 왼쪽)에 이어 새로 인정예고된 김혜란 이호연 등은 모두 안비취 유파다. 이로써 묵계월 이은주 안비취 등 세 분파로 유지돼온 유파는 사실상 맥이 끊기는 셈이 됐다. /온라인커뮤니티 |
◆ '국악퓨전' 각광 속 전통 계승 발목잡는 당국의 '시대착오' 행태 우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안타깝게도 최근 문화재청의 국가무형문화재(경기민요) 보유자 인정 예고를 둘러싸고 국악인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우려와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12일 경기민요 후보자 4명 중 '안비취 유파' 김혜란 이호연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했다. 묵계월, 이은주 유파의 김영임 김장순 명창은 탈락했다. 인정예고는 30일간의 여론과 이의를 수렴하는 법정기한이다.
경기민요는 묵계월, 안비취, 이은주 등 세 유파가 존재하고 각 유파별 전승교육사가 따로 있다. 이수자와 전수생들은 각각 수 천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청은 각 유파를 통폐합한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안비취파 후보들만 인정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묵계월 이은주 유파의 맥이 끊겨 사실상 유파별 특징이 사라진다. 이에 반발해 현재까지 500여명의 국악인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상태다.
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조차도 "소리하는 사람은 모두 발성이 다르고, 톤도 다르다. 각 유파를 인정해서 순리대로 가는 것이 옳다"고 밝힌 바 있다. 전통이란 시대의 흐름과도 맞닿아야 한다. 국악 퓨전이 각광을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 K팝의 성공도 정부 지원이 아니라 가요제작자들의 노력과 땀의 결과다. 당국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되레 방해를 놓는 게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