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빚 60억 피해 호소' 전에 돌아봐야 할 것들[TF초점]
입력: 2023.04.28 00:00 / 수정: 2023.04.28 00:00

주가 조작 세력 가담 의혹에 "나도 피해자" 호소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주가조작 세력에 30억 원을 맡겼다가 60억 원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에스아이엠엔터 제공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주가조작 세력에 30억 원을 맡겼다가 60억 원에 이르는 빚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에스아이엠엔터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가수 임창정이 주가조작 세력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나도 빚이 60억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그의 호소는 공허한 외침으로 흩어지고 있다. 돈에 신분증까지 맡길 정도로 믿었고, 이들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할 정도로 가까웠고, 한때 큰 수익을 본 적도 있는데 이제 와서 "피해를 봤다"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임창정 본인이 말한 것처럼 그는 지금 당장 YES IM 엔터테인먼트(이하 예스아이엠) 직원들의 월급을 줄 돈도 없고 야심차게 제작하고 데뷔시킨 소속 걸그룹 미미로즈 활동 자금도 없는 상황이다. 임창정 본인도 할 말이 많겠지만 영문도 모르고 하루 아침에 앞날이 막막해진 직원들과 소속 가수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프랑스계 증권사인 소시에떼제네랄(SG) 증권의 대량 매물로 인한 일부 종목 주가 폭락 사태가 이어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정 세력이 주가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주가조작 사태로 인해 약 1000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고 이 중에는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 등 유명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임창정은 그들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은 임창정이 주가 조작 일당에게 30억 원을 투자했고, 이들이 인수한 해외 골프장에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임창정은 자신이 설립한 기획사 예스아이엠의 지분 일부를 50억 원에 팔았고, 그중 30억 원을 주가 조작 세력들에게 재투자했다.

임창정은 그들이 주가 조작 세력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항변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들은 저평가된 우량기업에 대한 가치투자를 통해서 재력 있고 신망있는 유명한 자산가들의 주식계좌를 일임받아 재테크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며 주식 매매대금을 본인들의 운용사에 재테크 할 것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하는 말을 좋은 재테크로만 그대로 믿고 다른 투자자들이 했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주고 주식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기게 됐다", "수많은 다른 고객들처럼 당연하게 계좌 개설에 대한 절차를 그대로 따랐고 이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했다"고 해명했다.

임창정은 자신의 증권사 계정에 15억 원을, 아내 계정에 15억 원을 넣고 해당 세력에게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까지 맡기며 대리 투자하게 했다. 이후 한 달 반 만에 계좌 잔고는 2배에 가까운 58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폭락 사태로 인해 모두 잃고 빚까지 지게 됐다. 세력이 임창정 계좌로 신용 매수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임창정은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증권회사에서 아마 개인적으로 다 차압이 들어올 거다. 이제 그 딱지를 붙이고 제가 그걸 다 갚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됐다. 빚도 이제 한 60억 원이 생겼다. 당장 걸그룹을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창정은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됐다. 빚도 이제 한 60억 원이 생겼다. 당장 걸그룹을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뉴스룸 방송 캡처
임창정은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 받아야 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됐다. 빚도 이제 한 60억 원이 생겼다. 당장 걸그룹을 또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뉴스룸 방송 캡처

임창정은 그들이 주가 조작 세력이라는 것을 모르고 투자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 면죄부가 되긴 어렵다. 회사 지분을 판 거액의 절반을 아내의 명의로 돌린 것부터 시작해 차명계좌 위반까지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엔터테인먼트부터 주류까지 여러 사업을 했던 그가 신분증까지 남에게 맡겼다는 것도 의아한 지점이다.

임창정은 이와 관련해 "돈 많은 회장님들 개인 돈도 불려준다니까 당연히 그 친구들이 하는 룰인 줄 알았다. 전 주식을 모르니 그렇게 다 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돈을 불리겠다는 욕심에 잘 모르면서도 믿고 맡겼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해당 주가 조작 세력에 자금을 맡겼다는 가수 A씨는 "임창정 씨를 좋아하고, 창정 씨랑 통화도 했으니까 믿고 했다"고 말했다. 임창정은 세력이 운영하는 방송 채널에 출연했고 그들의 골프장에도 투자했다. 세력이 임창정의 유명세를 이용했을 수 있지만, 임창정도 직간접적으로 그들에 조력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서 그는 SNS에 "이 모든 과정에서 저의 자금을 이들에게 투자해서 큰 손해를 보았을 뿐 다른 투자자들에게 주식과 관련하여 어떠한 유치나 영업행위를 하지 않았고 일각에서 보도된 동료 A 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내용은 명백한 오보"라고 바로잡았다.

임창정은 지난해 9월 데뷔한 미미로즈를 제작하기 위해 자신의 히트곡 '소주 한 잔'을 비롯한 160여 곡의 저작권을 팔았다고 밝혔던 바 있다. 당시 임창정은 "사활을 걸었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엉뚱한 곳에 사활을 걸었던 셈이다. 이로 인해 미미로즈의 향후 활동과 2000여 명이 몰렸다는 예스아이엠의 오디션은 불투명해졌다.

해당 세력이 방송인 노홍철에게도 접근했지만, 노홍철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SBS연예뉴스의 보도가 나오면서 임창정과 비교되고 있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임창정은 1995년 가수로 데뷔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후 1997년 영화 '비트'를 기점으로 배우로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수와 배우로 모두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스타고 '소주 한 잔'으로 대변되는 친근한 이미지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됐고 '아무 것도 몰랐다'는 그의 말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30년 넘는 시간 동안 쌓은 좋은 이미지가 추락할 위기다.

임창정은 "전 회사를 키우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됐다. 누구에게도 금전적 피해를 입힌 일 없고 잘못된 이득을 취한 적 또한 없다. 저의 무지함은 꾸짖으시되,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로 비난하진 말아 달라", "이번 일로 실망했을 모든 분과 팬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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