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조나단 役, 장발+콧수염으로 강렬한 비주얼 선사
"그동안 보여드린 적 없던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해서 만족"
배우 이선균이 영화 '킬링 로맨스' 개봉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더팩트|박지윤 기자] 23년 차 배우 이선균의 도전은 새롭고 파격적이었다. 출연을 결심하면서부터 모든 걸 내려놓을 작정이었던 그는 전에 없던 비주얼을 완성했고, 치열한 고민 끝에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B급 감성에 녹아든 A급 연기력은 그저 감탄을 자아냈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선균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 가운데,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이선균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던 때를 떠올렸다. '기생충'(2019)으로 2020년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기 전 대본을 받은 그는 독특한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면서도 '왜 나한테 이런 캐릭터를 줬을까'라는 궁금증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고. 이유를 알기 위해 이 감독과 미팅을 했고, '이하늬가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채 아카데미로 향했다.
이후 이선균은 운명처럼 미국에서 이하늬를 만났고, 서로 '진짜 할 거야?'라고 되물으면서 출연을 결심했다. 제3자는 '기생충' 이후 '킬링 로맨스'를 택한 그의 행보에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지만, 정작 이선균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기생충'으로 얻은 엄청난 후광과 영광이 다음 작품을 택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거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선균은 재벌 조나단 역을 맡아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선균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남태평양 콸라섬으로 입국한 여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재벌 조나단으로 분했다. 조나단은 장발과 인위적인 콧수염, 진한 아이라인 등 한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비주얼의 소유자다. 이는 이선균이 출연을 결정한 순간부터 모든 걸 내려놓을 결심을 했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과감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조나단은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니까 뭘 해도 이해가 됐어요. 과장되고 만화적이죠. 또 귀여운데 간간히 광기가 보이는 입체적인 인물이고요. 저와는 전혀 접점이 없다 보니까 오히려 가면을 쓴 것처럼 자유로웠고, 연기의 허용범위가 넓었어요."
그러면서 "이 영화는 짤로 많이 소비됐으면 좋겠어요. 갖고 놀 요소가 많거든요. 큰 주제 의식이 있는 게 아니고 저 또한 사명감으로 한 건 아니에요. 대본 자체가 엉뚱했고 이 감독이 연출하면서 특이한 영화가 나오길 기대했거든요"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조나단과 여래는 콸라섬에서 운명처럼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조나단은 여래를 자신의 예쁜 인형으로 여기며 다시 배우로의 복귀를 꿈꾸는 그를 막는다. 오직 자신의 그늘 아래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조나단은 자신으로부터 얻는 행복만을 강요한다. 이 가스라이팅과 함께 잊을 만하면 H.O.T의 '행복'이 등장한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 행복이라는 단어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이선균은 "어린 시절에 유학이나 이민을 가면 그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가 인생곡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조나단에게 '행복'은 힘들 때 자존감을 높여주고 위로가 되고, 행복하겠다고 다짐할 수 있게 만드는 곡인 거 같아요. 주문이죠. 마지막에는 '여래이즘'을 부르는 여래와 대결하면서 나를 막아주는 방패라고 느껴졌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13년 만에 재회한 이하늬에 관해 "좋은 에너지를 주고 중심을 잘 잡고 가서 너무 고마웠다"고 칭찬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또한 이선균은 MBC '파스타' 이후 13년 만에 재회한 이하늬에 관해 "그때 하늬는 처음 배우를 시작할 때니까 열심히 했고, 장점이 많이 보였어요. 가진 게 많았고 태도도 좋았죠.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잘하더라고요. 하늬가 좋은 에너지를 주고 중심을 잘 잡고 가서 너무 고마웠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한 이선균은 한계 없는 연기 변주로 수많은 '인생캐'를 탄생시켰다.
13년이 지나도 여전히 '봉골레 하나'를 외치게 만든 츤데레 매력이 가득했던 '파스타'의 최현욱부터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를 물으며 마지막까지 좋은 어른으로 남아준 '나의 아저씨' 박동훈까지. 하지만 이선균은 이로부터 얻은 인기에 취하지 않았고, 그 틀에 자신을 가두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파격 변신을 꾀한 조나단이 탄생할 수 있었다.
"황송하죠. 너무 고마운 캐릭터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거 같아요. 어떠한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유지하려는 욕심은 없거든요. 다른 캐릭터를 하면 또 덮어지지만, 기록은 남아있잖아요. 변주해 보고 싶었어요."
이어 이선균은 작품을 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책'을 꼽았다.
그는 "우선 책이 개연성 있게 잘 넘어가야 해요. 이번 작품은 너무 독특해서 궁금했어요. 이 감독님의 전작을 유니크하게 봤고요. 어떨 때는 좋아하는 작품의 감독님을 믿고 가요. '나의 아저씨'가 그랬죠. 김원석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감독님이라면 분명히 좋은 대본과 배우들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선균은 "보여드린 적 없던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하며 작품에 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
앞서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 기자간담회에서 OTT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거리 두기로 인해 보여드리지 못한 작품들이 오픈되면 한국 영화가 발전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 영화를 향한 많은 관심을 당부한 바 있다.
이날 평소 친분이 두터운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와 '나의 아저씨'로 호흡을 맞췄던 아이유의 '드림'과 경쟁하게 된 상황에 관해서도 '한국 영화의 부활'만을 바랐다. 그는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상생해서 한국 영화의 부활을 바랄 뿐이죠. 저희 아이들을 보니까 15분 이상의 콘텐츠를 쭉 못 보고 스킵하더라고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매력이 분명한데 잊혀질까봐 안타까워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만의 매력을 콕 집으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그는 "저는 '킬링 로맨스'를 통해 그동안 보여드린 적 없던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했다는 것에 만족해요. 저희 영화가 엉뚱하다 보니까 분명 호불호가 갈릴 텐데 '오픈 마인드'로 보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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