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 상업영화 '웅남이', 지난 22일 개봉
"착하면서 재밌는 영화,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작품 되길"
신인 감독 박성광의 첫 장편 상업영화 '웅남이'가 22일 개봉했다.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박성광이 개그맨이 아닌, 감독으로서 대중들 앞에 섰다. 그동안 편견과 선입견에 수없이 부딪히고 넘어졌지만, 코미디를 향한 진심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웅남이'는 박성광의 도전에 그치지 않고, 뚝심 있는 행보의 출발점이 됐다.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웅남이'(감독 박성광)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해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극이다.
최근 박성광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웅남이'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첫 장편 상업영화를 선보이게 된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담을 내려놓고 한결 편안한 분위기로 취재진을 맞이한 그는 "수능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시원하지만, 결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는 없잖아요.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박성광은 "수능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다. 시원하지만, 결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도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
◆ 신인 감독이 된 개그맨, 그가 마주한 현실과 고충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박성광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전성기를 구가했고, 꾸준히 활동하며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박성광의 감독 데뷔 소식에 다소 의아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연극·영화연출과를 졸업한 그는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연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2011년 '욕'을 시작으로 '슬프지 않아서 슬픈' '끈' 등 3편의 독립예술영화를 연출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입지를 다졌고, 마침내 첫 장편 상업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물론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때때로 박성광의 도전을 막아서는 큰 벽이 됐고, '웅남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첫 상업영화 장르를 코미디로 택했다. 감독이 아닌,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인데 말이다.
"코미디 장르는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운을 뗀 박성광은 "입봉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그를 택했죠. 부담스럽고 편견을 깨기 위해 벗어났지만, 선택하게 됐어요. 또 제일 잘하는 걸 하고 싶기도 했고요"라고 설명했다.
'웅남이'는 주연 박성웅을 비롯해 이이경 최민수 염혜란 등 믿고 보는 배우들로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고, 개그맨 김준호부터 배우 정우성까지 특급 카메오 군단이 출격해 관심을 모았다.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
◆ 박성웅부터 정우성까지...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하기까지
'웅남이'는 박성광과 14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박성웅을 시작으로, 이이경 최민수 염혜란 등 믿고 보는 배우들로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여기에 개그맨 김준호부터 배우 정우성까지, 예상치 못한 얼굴들이 깜짝 등장해 신인 감독의 작품에 힘을 보탰다.
먼저 박성웅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던 순간을 떠올린 그는"'형님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하니까 고맙다면서 가셨어요. '난 오래 안 걸려. 딱 보면 알지'라고 했는데, 4일째까지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솔직히 포기했었죠"라며 "강남 한복판에서 차는 막히고 비도 와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전화가 오더라고요. 영화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시면서 '캐스팅 보드에 내 이름 올려. 같이 하자'고 하셨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이경의 출연은 뜬금없이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계기가 됐다. '꿈에 형이 나왔는데 뭔가 대박 날 것 같다'는 이이경의 말은 일주일 후 현실이 됐다. 박성광은 기쁜 소식을 전했고, 이이경은 '뭐든 시켜달라'고 화답했다. 그렇게 박성광은 이이경을 생각하면서 말봉이를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더욱 돈독해진 두 사람이다.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등장한 도박꾼, 박성광은 김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에는 '감독님, 감사합니다'라고 했던 김준호는 도박꾼이라는 단어를 듣고 비속어로 분노를 표출했다고. 잠시 고민에 빠진 박성광은 도박꾼을 잡는 형사 역할을 제안했고, 김준호는 '이미지 탈피하기 너무 좋다'며 흔쾌히 응했단다.
염혜란과는 타이밍이 잘 맞았다. 다른 작품을 위해 몇 개월간 스케줄을 비워뒀던 그는 사정상 이를 소화하지 못했고, 그 시기에 '웅남이'를 만나게 된 것. 박성광은 "밝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신 배우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면 늘 문자로 물어보시고, 모니터를 항상 확인한다. 제일 많이 하신 말씀은 '한 번만 더 해도 될까요?'였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제작사, 박성웅과의 인연으로 출연이 성사된 정우성도 깜짝 등장한다. 박성광은 "스케줄 조정 때문에 시간이 걸렸을 뿐, 코미디에 대한 욕심이 늘 있으셨다고 하더라"며 "잘생기고 멋있게 나오길 바랐는데 그러면 재미없다면서 몇 가지 버전을 준비해오셨다. 너무 웃기려고 해서 어느 정도 타협했고, 그 컷이 영화에 담겼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박성광은 "'웅남이'는 착하면서 재밌는 영화다. 가족 단위로 즐겁게 볼 수 있고, 느끼는 것도 많은 작품"이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CJ CGV |
◆ 박성광에게 코미디란?
개그맨 박성광은 짧은 무대를 위해 일주일간 몰두하며 아이디어를 짜고 관객들과 호흡하며 순간적으로 아드레날린을 느낀다. 하지만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에 반면 감독 박성광은 오랜 시간 미술부터 의상까지 모든 걸 고민한 끝에 긴 호흡의 결과물을 내놓고 묵직하면서도 진한 아드레날린을 느낀다.
그러나 코미디를 하는 맥락은 같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웃는다고 해서 즐거운 게 아니라 웃고, 울고, 공감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거잖아요.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죠"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감독 박성광의 꿈은 누군가의 인생작을 만드는 것이다.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꾸준히 연출의 끈을 놓지 않을 예정인 그는 '웅남이'를 향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고, 앞으로의 계획을 귀띔하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제 인생 영화가 '엽기적인 그녀'예요. 누군가에게 '인생 영화가 뭐냐'고 물었을 때 제 작품을 입에 올리는 날이 올 때까지 하고 싶어요. '웅남이'는 착하면서도 재밌는 영화에요. 또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도 많으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죽을 때도 개그맨으로 죽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영화를 마무리하면, 다시 회사를 찾아서 개그맨 박성광으로서 인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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