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하지 못한 전개+넘치는 콩트 요소...그럼에도 빛난 배우들
신인 감독 박성광의 장편 상업영화 '웅남이'가 22일 개봉한다. 박 감독은 단군신화 속 웅녀설화를 차용했던 김황도 작가의 원안을 자신만의 색깔로 각색해 작품을 탄생시켰다. /CJ CGV |
[더팩트|박지윤 기자]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었던 걸까. 박성광이 개그맨이 아닌 상업 영화감독으로서 결과물을 내놓았는데,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마치 스크린에 걸린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 '웅남이'(감독 박성광)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웅남이'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해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극이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그동안 3편의 독립예술영화를 연출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단군신화 속 웅녀설화를 차용했던 김황도 작가의 원안을 자신만의 색깔로 각색해 '웅남이'를 탄생시켰다.
박성웅은 곰에서 인간이 된 캐릭터로, 웅남이와 웅북이 역을 맡아 1인 2역 연기를 펼친다. 그는 이이경, 최민수와 연기 호흡을 맞추며 코미디와 누아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CJ CGV |
종복 기술원에서 비밀리에 관리받던 쌍둥이 반달곰 웅남이와 웅북이가 사라진 지 100일째, 연구원 복천(오달수 분)은 반달곰에 부착한 위치추적기의 신호를 따라간 끝에 한 아이를 발견한다. 아이의 정체는 바로 웅남이(박성웅 분)로, 100일 동안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된 것. 복천과 그의 아내 경숙(염혜란 분)은 웅남이를 친아들처럼 키우고, 그는 25살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란다.
그런가 하면 웅남이가 발견될 당시 동굴이 무너지면서 행방이 묘연했던 웅북이(박성웅 분)는 국제범죄조직 보스 정식(최민수 분)에게 발견된다. 이후 그의 양아들이 된 웅북이는 이정학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어떠한 이유로 경찰에서 백수 신세가 된 웅남이는 우연히 국제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공조 수사대에 합류하게 되고, 그렇게 웅북이를 마주한다. 반달곰에서 사람이 된 웅남이와 웅북이, 쌍둥이에서 서로를 쫓고 쫓기는 대립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곰에서 인간이 된 캐릭터를 만난 박성웅은 무거운 물건을 손쉽게 들고, 마을에 출몰한 멧돼지의 기강을 잡는 등 뻔하고 유치한 설정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커버한다. 또한 1인 2역으로 분한 그는 코미디와 누아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여기에 웅남이의 소꿉친구 팔봉 역의 이이경은 특유의 센스로 코믹함을, 최민수는 존재만으로 무게감을 극대화시킨다. 염혜란은 열렬한 자식애를 보이며 가벼운 장면도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게 한다.
신인 감독 박성광의 열정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만난 '웅남이'가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가로 이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CJ CGV |
이렇게 배우들의 연기는 빛난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웅남이'다. 앞서 박성광은 "웃기는 거에만 힘을 쏟지 않으려고 했다. 작품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코미디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미디의 비중보다는, 작품에 코미디를 녹여낸 방식이 문제인 듯하다.
마치 잘 짜인 콩트를 보는 듯한 장면이 계속되니 자연스레 '개그콘서트'가 떠오른다. 이 가운데 김준호를 비롯한 개그맨들이 카메오로 등장해 동료 박성광 지원사격에 나서지만, 이 감상평에만 힘을 보태는 흐름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군 신화에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쌍둥이 곰'이라는 설정은 신인 감독이 된 개그맨이 메가폰을 잡았기에 더욱 참신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주인공의 서사는 촘촘하지 않고, 유쾌함보다 유치함이 강한 코미디뿐이니 안타까움만 자아낸다.
코미디와 누아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개그맨이 아닌 신인 감독으로서 보여줄 박성광의 열정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대중들의 발길을 극장가로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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