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들, 'OTT 영향력-파급력' 무시못할 상황 직면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에 이은 '나는 신이다' 폭발력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넷플릭스 영향력과 파급력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최근 '피지컬100'에 이은 오리지널 8부작 다큐멘터리'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폭발력이 가져온 변화다. /넷플릭스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크리스 록(Chris Rock)은 할리우드 배우 겸 코미디언이다. 유명 스타가 아닌 그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 인물로 등장한 계기는 지난해 3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배우 윌 스미스에게 뺨을 맞은 사건 때문이다. 당시 스미스는 탈모증을 앓고 있는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놀렸다는 이유로 시상식 도중 무대로 올라와 록의 뺨을 후려쳤다.
이 일로 스미스는 향후 10년간 오스카 시상식 참석이 금지되는 제재 처분을 받았다. 또 뒤늦게 사과 영상을 올리는 등 속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부적절한 언행'은 그에게 여전히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뺨 사건'은 록이 최근 넷플릭스 코미디 라이브쇼에 출연해 '또 다른 농담'으로 스미스를 반격하면서 뜨겁게 리바이벌됐다.
록은 "(난)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모두가 안다"면서 "스미스가 얻어맞는 걸 보려고 (그가 출연한) 영화 '노예해방'(Emancipation)을 봤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이 영화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노예 역을 연기했다. 록은 그의 아내 핀켓 스미스의 과거 불륜 사실도 언급하며, "그가 나를 아프게 한 것보다 훨씬 더 아팠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3월 7일자 기사를 통해 "Netflix가 최고의 스탠드업 플랫폼으로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관심을 끄는 이벤트를 만드는 능력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배우 윌 스미스(사진 위)의 '뺨 사건'은 상대 당사자인 크리스 록(왼쪽)이 1년만인 최근 넷플릭스 코미디 라이브쇼에 출연해 '또 다른 농담'으로 스미스를 반격하면서 뜨겁게 리바이벌됐다. /ABC, 워싱턴 포스트 캡처 |
◆ 1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장 스미스 윌한테 뺨맞은 크리스 록의 반격
록이 출연한 스탠드업 스페셜 '선택적 분노'(Selective Outrage)는 세계 1위 OTT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에 스트리밍된 뒤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다음 날(3월7일) 기사를 통해 "넷플릭스가 최고의 스탠드업 플랫폼으로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관심을 끄는 이벤트를 만드는 능력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는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의 글로벌 라이브 이벤트란 점에서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흥행할 만한 아이템이라면 이제 더이상 어떤 성역도 제한도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또 올해 오스카 시상식 중계는 미국 ABC가 주관 방송사였지만 유럽지역 방영권의 경우 디즈니+가 직접 스트리밍에 뛰어들면서 OTT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 '심의 없는' OTT, 민감한 장면과 내용 담아낼 '새로운 출구' 인식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도 넷플릭스 영향력과 파급력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최근 서바이벌 게임 예능 '피지컬100'에 이은 오리지널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폭발력이 가져온 변화다. OTT는 이제 이전까지 지상파가 다룰 수 없었던 민감한 장면이나 내용들을 담아낼 새로운 출구로 인식되고 있다.
현직 시사교양 PD가 연출했다는 점도 고정관념을 깬 '발상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대중적 이슈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OTT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를 넘어 시사교양도 고수익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예능 PD 출신 K 씨는 "코미디 장르도 방송심의가 자유로운 OTT 영역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심의한 적은 없다. 불법성과 유해성이 명확한 경우 정보통신심의규정에 따라 삭제 또는 접속차단이 가능하지만 알권리나 표현의 자유와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크리스 록 스페셜이나 디즈니+의 오스카 시상식 중계에서 보듯 커진 OTT 영향력에 향후 국내 방송계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