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황' 황영웅, 불명예 하차 질타…낮은 화제성 '쓴맛'
'우승자' 손태진 안성훈, 굳이 '제 2의 임영웅' 될 필요 있나 시각도
손태진, 안성훈(왼쪽부터)은 각각 트롯 예능 프로그램 '불트'와 '미트2'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크레아스튜디오, TV조선 '미트2' 영상 캡처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도합 상금만 11억 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이하 '불트')과 '미스터트롯2'(이하 '미트2')가 '제 2의 임영웅'의 탄생을 꿈꾸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끊이지 않은 잡음과 낮은 화제성으로 씁쓸한 종영을 맞았다.
MBN '불트'와 TV조선 '미트2'의 우승자는 각각 손태진과 안성훈이다. 두 사람을 비롯해 각 방송에서 '톱7'에 오른 참가자들의 실력은 뛰어났고, 시청률도 두자릿 수 이상을 꾸준히 기록했다. 그러나 양 방송을 통틀어 대중에게 가장 이름이 알려진 화제의 참가자는 공교롭게도 폭행 논란으로 하차한 황영웅이었다.
먼저 '불트'는 지난 7일 결승 2라운드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최종회는 '1대 트롯맨' 손태진을 비롯한 톱7의 감동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시청률은 16.2%(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면서 1회(8.3%)를 제외한 모든 회차에서 두자릿 수 시청률을 달성해 역대 MBN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태진보다 대중의 눈길을 끈 이는 다름아닌 결승 2라운드에 참여하지도 않은 황영웅이다. 황영웅은 '불트' 방송 초반부터 문자투표 1위를 달리며 대중에게 주목을 받았고 하차 직전인 결승 1라운드까지 줄곧 1위를 달리며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바 있다. '어우황'(어차피 우승은 황영웅)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황영웅의 '불트' 우승은 따놓은 당상인 셈이었다.
제작진 역시 황영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대국민 문자투표 1위를 달리며 주목받고 있는 참가자에게 스토리텔링과 분량을 챙겨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황영웅은 결승전 직전 학교폭력, 지인 폭행, 상해 혐의 등 구설수로 아쉽게 하차하며 2위권을 형성하던 손태진에게 우승의 자리를 양보했다.
하지만 손태진의 '불트' 우승은 시청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스토리로 충분했다. 손태진은 가수 심수봉의 외조카손자로 JTBC '팬텀싱어' 시즌1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이기도 하다. 오디션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기세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순위를 끌어올렸고 마침내 최종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손태진은 결승전에서 선곡한 자신의 인생곡 남진의 '상사화'를 본인의 주력 창법인 성악을 완전히 배제하고 트로트 창법으로 소화하면서 찬사를 이끌었다. 신선한 시도였다고 평가받은 '오픈 상금제'를 도입해 첫 회부터 누적된 '불트' 우승자의 최종 상금 6억2967만 원과 가수 설운도가 작곡한 우승곡은 결국 손태진에게로 넘어갔다.
'불트'(위)와 '미트2'(아래) 결승전 무대에 오른 톱7들은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실력을 뽐내며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크레아스튜디오, TV조선 제공 |
'미트2'는 '불트'처럼 참가자의 과거사 논란은 없었지만 매주 우승후보가 바뀌면서 안성훈, 박지현, 진해성, 나상도, 최수호 등 톱7 중 누가 우승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안성훈은 16일 방송된 '미트2' 최종회에서 마스터, 온라인 응원 투표, 문자투표 등 전 부문을 석권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서사를 완성했다. 결승전에서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를 열창한 안성훈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심사위원과 안방극장에서 그를 지켜보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상금 5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미트2' 최종회 시청률은 24%였다.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35.7%를 달성한 '미스터트롯'만큼은 아니었지만 평균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면서 원조 트롯 예능의 저력을 보이는데 성공했다. 우승자 안성훈 역시 '미스터트롯1'에 참가했다가 조기 탈락한 경험과 3인조 트롯 그룹 아웃렛으로 활동했던 경력, '미트2'에서도 밑바닥부터 올라온 서사들이 조명되면서 충분히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었다.
특히 '미트2'는 경연 내내 누가 우승할 지 예상하기 어려울만큼 치열한 양상을 보였고, 결승전에선 한 명씩 역순으로 최종 순위가 불릴때마다 긴장감을 주기까지 했다. 방송 초반부터 1인 독주 체제를 이어가던 황영웅의 '불트'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미트2' 전작인 '미스터트롯' 우승을 차지해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임영웅의 후광이 이들에 비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또 '또로트'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우승자를 향한 관심도가 예전만큼 높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손태진과 안성훈은 바닥부터 정상까지 올라온 그들만의 서사로 우승을 차지했고,무엇보다 가창력 만큼은 기성 가수들과 견줘도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우승자들의)스타성과 화제성만 놓고 본다면 임영웅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미스터트롯 이후 많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고, 또 우승자들도 새롭게 탄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임영웅 영탁 김호중 등의 기세를 꺽을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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