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음악으로 경계 허문 '지올팍의 타이밍' [TF초점]
입력: 2023.03.16 00:00 / 수정: 2023.03.16 00:00

'사스콰치를 본 소년'의 이야기' 담은 앨범 발매
마니아층이 열광했던 지올팍의 음악, 대중성까지 확장


지올팍이 지난달 WHERE DOES SASQUATCH LIVE? 파트1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사스콰치를 본 소년의 이야기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며 잃어버리고 잊고 산 가치들을 얘기한다. /뷰티플노이즈 제공
지올팍이 지난달 'WHERE DOES SASQUATCH LIVE?' 파트1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사스콰치를 본 소년'의 이야기'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며 잃어버리고 잊고 산 가치들을 얘기한다. /뷰티플노이즈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모두의 취향일 순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미칠 정도의 취향', '나만 알던 가수가 톱100에 들어왔다'는 청자들의 반응은 뮤지션 지올팍(Zior Park)에 대해 꽤 많은 걸 설명해준다. 충격적일 만큼 신선한 지올팍의 음악은 굉장히 마니악했다. 그런데 웬걸, 가장 대중적인 차트에 지올팍이 등장했다.

지올팍은 2018년 데뷔 싱글 'Benefits(베네핏츠)'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앨범을 영어 가사 곡으로 채웠다. 그런 이유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직관적이진 않지만, 가사를 살펴 보면 특정한 감정의 틀에 갇히지 않고 현대 사회 속 인간의 모습과 잃어버린 가치 등 폭넓은 주제를 직설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비유로 표현한다. 할리퀸, 윌리 윙카, 잭 스패로우, 크루엘라 같은 캐릭터들에서 영감을 얻고 묘사는 파격적이다. 그걸 뮤직비디오로 옮겨 놓으니 비주얼 쇼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달 발표한 'WHERE DOES SASQUATCH LIVE?(웨어 더즈 사스콰치 라이브?)' 파트1도 기존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음악과 가사, 음색과 창법 그리고 비주얼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뻔한 것이 없다. 취향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듣는 순간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앨범 명에 등장하는 '사스콰치'는 미스테리동물로 존재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생물체다. 거대한 털복숭이 유인원의 모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 앨범은 '사스콰치를 본 소년'의 이야기'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잃어버리고 잊고 산 가치들을 얘기한다. 그래서 지올팍은 앨범 설명 서두에 '이 동화책'은 이라는 말을 적었다.

앨범은 사스콰치라는 환상의 존재를 쫓는 소년('SASQUATCH')으로 시작해 사회화를 통해 오히려 본모습을 잃어가는 성장기('BEING HUMAN')를 지나 모순적인 삶을 사는 우리(타이틀곡 'CHRISTIAN')와 본인 스스로의 모순적인 모습과 추악한 진실('FALLING FROM THE SKY')에 이른다.

지올팍이 말하는 사스콰치는 어린시절 간직했던 순수한 꿈인 셈이다. 지올팍은 "가끔 전 투박하지만 순수하고 특이한 발상과 잠재력이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볼 때 사스콰치 같다고 느끼곤 했다. 찾기는 힘들지만 찾았을 때 오는 그 놀라움과 투박하고 순수한 느낌이 닮아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올팍은 호불호가 분명한 뮤지션이지만, 새 앨범 타이틀곡 CHRISTIAN은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더니 공개 한 달여 만에 멜론 일간차트 17위까지 기록했다. /뷰티플노이즈 제공
지올팍은 호불호가 분명한 뮤지션이지만, 새 앨범 타이틀곡 'CHRISTIAN'은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더니 공개 한 달여 만에 멜론 일간차트 17위까지 기록했다. /뷰티플노이즈 제공

'CHRISTIAN'은 상당히 야유적이고 풍자적이다. 돈과 성에 취한 화자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에 '근데 어째서?'라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밤새 놀지만 돌연 일요일이라 교회를 간다며 '난 그리스찬'이라고 외친다. 급기야 신에게 용서를 구하며 또 '난 크리스찬'이라고 외친다. 비꼰 뒤 한 번 더 비꼰 가사에 빈정거리는 듯한 창법이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 장르와 만나 조화롭고, 시각적인 부분까지 더한 뮤직비디오는 메시지를 한층 강화한다. 뮤직비디오 본편 외 한글 가사를 자막으로 넣은 리릭비디오도 있다.

지올팍은 "종교적인 키워드를 썼지만 사실 이 곡에서는 우리 모두의 모순적인 모습을 얘기하고 싶었다. 뮤직비디오만 보고 '맞아 교회사람들 저럼' 이런 반응을 보였다면 그 사람들 또한 이 곡의 주제에 들어가는 사람일 것"이라며 "때때론이 아니라 매일 우린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이 서로의 모순을 헐뜯어야 하는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은 본인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곡에 담은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그의 음악은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지올팍이 말하는 편견일 수 있지만 대중적이진 않다. 그런데 그의 음악이 대중을 설득해 버렸다.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더니 어느새 멜론 일간차트에서 17위(3월 14일자)까지 올라간 것. 별다른 홍보도 방송 출연도 없이 거둔 성과다.

지올팍은 지난 2021년 12월 매거진 코스모폴리탄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팝 시장을 접하며 음악을 시작했다. 미국 기준에서 대중성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특이하다고 하는 게 충격적이었다. 제 음악이 대중성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제 타이밍'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그가 충격을 받았다던 '대중성 있는 음악'과 '특이한 음악'의 경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제 '지올팍의 타이밍'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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