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휩쓴 '에에올'...'더 웨일' 브렌든 프레이저, 남우주연상 수상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 7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영화 포스터 |
[더팩트|박지윤 기자]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였다.
12일(한국시간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미국 돌비극장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이 행사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 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이하 '에에올')는 10개 부문·11개 후보(여우조연상 후보 2명)에 올라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에에올'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7개 트로피를 거머쥐며 오스카 밤의 주인공이 됐다. 작품은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다중 우주를 넘나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와 세대 갈등 등 보편적인 화두를 코믹하게 풀어내며 호평을 얻었다.
이날 최고상인 작품상을 품에 안은 '에에올'의 제작사 조나단 왕은 "정말 기분이 좋다. 세상에 어떤 영화도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제가 이 말을 할 수 있게 될 줄 몰랐다. 아카데미와 제작사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다니엘 콴 감독은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 스토리가 가끔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곤 한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런 영화를 통한 스토리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양자경이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
양자경은 '타르' 케이트 블란쳇, '블론드' 아마 데 아르마스, '투 레슬리'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파벨만스' 마셸 윌리엄스 등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로써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및 아시아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써 내려갔다.
무대에 오른 양자경은 "감사하다.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 가능성이 되기를 바란다"며 "큰 꿈을 꾸고, 꿈은 현실이 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란다"며 "여성 여러분, 여러분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더 웨일'의 브렌든 프레이저에게 돌아갔다. 그는 "제가 30년 번에 영화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제가 감사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이렇게 인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싶다"며 "제 아들이 저기에 있는데 너무 사랑하고, 매니저도 사랑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키 호이 콴은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만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이게 바로 아메리칸드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
'에에올'의 키 호이 콴과 제이미 리 커티스가 나란히 남녀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키 호이 콴은 "저는 오랫동안 난민 캠프에 있었다. 보트를 타고 긴 여정을 통해 큰 무대까지 올랐다.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만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이게 바로 아메리칸드림이 아닐까 싶다. 인생에 한 번 있을 만한 이런 영광을 누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미국 코미디언 지미 키멜은 지난해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벌어진 윌 스미스의 크리스 록 폭행 사건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윌 스미스는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자신의 아내와 관련한 농담을 하자 무대로 올라 그의 뺨을 때렸다.
오프닝 무대에 선 지미 키멜은 "올해 폭행은 절대 안 된다. 누군가 와서 저를 때리면, 90분간 이 자리에 서서 발언할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만약 내 농담을 듣고 화가 나서 내게 오고 싶다 하더라도 쉽지 않을 거다. 여러분들을 막는 분들이 있을 거다. 당신은 양자경과 만달로리안, 스파이더맨을 상대해야 할 것"이라고 위트 있는 경고를 날렸다.
또한 최근 '친중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중화권 배우 견자단이 시상식 무대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에올' OST 'This is a Life(디스 이즈 어 라이프)' 축하 공연 직전 무대에 등장한 그는 "매일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마주하고 어느 길을 가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번 곡은 어디로 갈지 알기 위해서 멀티버스로 점프를 하거나 또는 모든 멀티버스를 경험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준다.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곡을 소개했다.
앞서 견자단은 영국 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100% 중국인'이라고 표현했고,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관해 "홍콩의 송환법 반대 소요는 시위가 아니라 폭동"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홍콩 일부 시민들은 견자단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초청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펼쳤으나, 예정대로 이날 시상식에 등장했다.
한편,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 작품이나 배우를 볼 수 없었다.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21년에는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수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1월 발표된 최종 후보작들에서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남겼다.
12일(한국시간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미국 돌비극장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OCN |
다음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감독상=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여우주연상=량쯔충(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남우주연상=브렌든 프레이저(더 웨일)▶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남우조연상=키 호이 콴(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편집상=폴 로저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각본상=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각색상=사라 폴리(위민 토킹)▶촬영상=제임스 프렌드(서부 전선 이상 없다)▶시각효과상=조 레터리, 리처드 바네함, 에릭 세인던(아바타: 물의 길)▶음악상=볼케르 베르텔만(서부 전선 이상 없다)▶음향상=마크 웨인가르텐, 제임스 H. 매더, 알 넬슨(탑건: 매버릭)▶주제가상=나투나투(Naatu Naatu)(M.M. 키라바니, 찬드라보스)▶분장상=애드리언 모로, 주디 친, 앤 마리 브래들리(더 웨일)▶의상상=루스 E.카터(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미술상=크리스티안 M.골드벡 에르네스틴 히퍼(서부 전선 이상 없다)▶국제장편영화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드워드 버거)▶장편 다큐멘터리상='나발니'(다니엘 로허 외 2인)▶단편 다큐멘터리상='아기 코끼리와 노부부'(카티키 곤살베스, 구니트 몽가)▶단편 영화상='언 아이리쉬 굿바이(톰 버클리, 로스 화이트)▶장편 애니메이션상='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단편 애니메이션상='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맥커시 매튜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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