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꿈의 무대' 5승+'트롯신' 톱6로 실력 증명
'미스터트롯2'로 스펙트럼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
최우진은 '미스터트롯2'에서 현철의 '아미새' 무대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팀미션에서 탈락했지만 그의 향후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최우진 제공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KBS1 '아침마당-도전 꿈의 무대'에서 5승을 달성했으니 실력은 의심할 게 없다. TV조선 '미스터트롯2'에서 스타로서의 자질까지 보여줬다. 2014년 '전국 노래자랑' 최우수상으로 시작된 최우진의 꿈이 무르익었다. "뒤처지고 치이고 돌아갈 순 있어도 꿈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전진한 9년 세월의 결과다.
최우진은 화제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에 현역부로 출연했다. 팀미션에서 간발의 차로 탈락했지만 사실 그 전 첫 번째 무대에서 부른 현철의 '아미새' 공연만으로도 뜨거운 호평과 관심을 받았다. 심사기준이 가장 엄격한 현역부임에도 '올하트'를 받은 그는 팀미션에서는 난생 처음 퍼포먼스까지 소화하면서 끼를 발산했고 스펙트럼을 넓혔다.
구성진 목소리와 시원시원한 꺾기 창법이 특장점인 최우진은 그간 정통 트로트를 주로 불렀다. '아미새'는 그런 그의 강점과 역량을 단번에 보여주는 무대였다.
"'아미새'는 평소 좋아했던 곡이고 현철 경연에서 누가 부른 적이 없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부르기 까다로운 곡이라 도전정신으로 임했죠.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자신이 있었는데 긴장해서 덜 나오긴 했어요(웃음). 현역부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있는데 무대 끝나고 '역시 현역은 다르다'는 평가를 해주셔서 정말 뿌듯하고 좋았어요."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활용한 첫 무대는 '올하트'였지만 팀미션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서진, 강대웅, 이도진과 팀을 이룬 그는 '신사답게'로 흥겨운 무대를 꾸몄지만 '올하트'에서 단 2개 모자란 12개의 하트를 얻어 탈락했다. 보여줄 게 더 남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다른 길을 봤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무대였다.
"그동안 정통 트로트만 불렀지 춤을 춰본 적이 없어서 큰 도전이었어요(웃음). 내가 실수하면 팀에 폐를 끼치는 거니까 더 죽어라 했죠. 팀으로 하는 것도 춤도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많이 배운 시간이었어요. 악조건에서도 만들어냈다는 뿌듯함이 있고 앞으로 방향성을 좀 더 폭넓게 잡고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실망보다 배움에 더 무게를 둔 최우진은 또 한걸음 내디뎠다. 어쩌면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부족한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유연한 마음가짐과 목표로 한 걸 이뤄내고야 마는 성실함이다. 지난 9년 동안 최우진이 걸어 온 길을 돌아 보면 그의 삶의 자세에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특히 트로트를 즐겨 듣고 불렀지만 가수를 꿈꾸진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남의 길이라고만 여겼다. 그의 목표는 경찰이었다. 의경으로 복무하던 때 경찰서장 비서를 했는데 경찰 공부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 경상북도 봉화군에 살던 그는 전역 후 곧바로 서울 노량진으로 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최우진은 "뒤처지고 치이고 돌아갈 순 있어도 꿈을 향해 가는 길"이라며 "이번 경연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했고 자신감도 얻었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최우진 제공 |
"그렇게 6개월쯤 지났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어요. 봉화에 '전국 노래자랑'이 오니 나가보라고요. 참가 접수까지 해두셨더라고요. 어머니 꿈이 가수였기도 하고 제가 트로트를 좋아한다는 걸 아셔서 권유하신 거 같아요. 그래서 어디 한 번 해보자 싶어서 나가게 됐어요. 거기서 최우수상을 받으니까 순간 이게 나의 길인가 싶더라고요(웃음)."
최우진은 2015년 1월 다시 서울로 왔는데 이번엔 경찰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가수의 꿈을 걷기 위해서였다.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비롯해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고 음악을 배웠다. 그렇게 2년 정도 알뜰히 돈을 모으고서 알음알음 곡을 받고 녹음을 해서 무려 12곡을 담은 앨범 '누나야/직진'을 발매했다.
최우진의 부푼 꿈은 앨범 발매와 동시에 가라앉았다. 앨범이 나오자마자 집의 가장이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 병원으로 달려 간 최우진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큰 가수가 되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올라가서 일에 집중해라.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희미하게 말하는 어머니의 말에 오열했다.
최우진은 봉화에서 2년여 동안 간병을 했다. 어머니가 수술을 마치고 회복을 하고 재활을 시작할 무렵인 2019년 최우진은 다시 꿈을 향해 전진했다. '아침마당-도전 꿈의 무대'에 참가해 5승을 차지했고 2020년엔 SBS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해 톱6에 올랐다. 더없이 좋은 흐름을 탔다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때 공연이랑 활동들이 잡혀 있었는데 다 취소됐어요. 노래가 고프고 무대도 고프고 설 자리는 없고 회사 없이 혼자 하다 보니 한계가 있고 다시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어요. 그래도 노래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미스터트롯2'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어요."
힘든 시기를 지나오면서도 꿋꿋할 수 있었던 건 "꿈이 있는데 못 하는 사람도 많다. 힘든 길이고 뒤처지고 치이고 돌아갈 순 있지만 그래도 내가 꿈꾸는 길이니까 힘들지 않다"는 마음을 품고 있어서다. '미스터트롯2'를 마친 지금도 후회보다는 앞으로 설 무대들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
"경연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을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경연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했고 자신감도 얻었어요. 지금까진 정통 트로트 위주였지만 스펙트럼 넓게 소화할 수 있거든요. 앞으로는 다양한 모습도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트로트 참 잘 부른다는 말 듣고 싶고 동시에 인성도 참 바른 사람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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