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문채원'] 의미 있는 변신과 편안함에 대해
입력: 2023.03.02 00:00 / 수정: 2023.03.02 00:25

3년 만에 복귀작 '법쩐'서 웃음기 뺀 캐릭터 열연

배우 문채원이 지난달 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주연작 법쩐과 준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배우 문채원이 지난달 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주연작 '법쩐'과 준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대중에게 배우 문채원은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배우로 기억된다. 특히 '공주의 남자'에서 단아한 한복을 입고 해사하게 웃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3년 만의 복귀작 '법쩐'의 준경이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문채원은 의미 있는 도전에 성공했다. 본인 삶을 뒤로 하고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진실을 좇기만 하는 다소 어두운 캐릭터 준경을 연기하기 위해 문채원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자신의 표정, 연기톤 등을 완전히 바꿔야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르물에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이뤄냈다.

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채원은 치열하게 연기했던 준경을 잠시 접어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사람 문채원'으로 살고 있었다. 자신의 실제 성격과 다소 거리가 먼 일관성 높은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니 몰입에서 왔던 피로감, 그간 해보지 않았고 현실에서 해보기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만족감이 공존했다.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는 인터뷰 장소를 나른한 분위기로 만들었지만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는 매일 편안함을 찾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문채원은 SBS 드라마 법쩐에서 웃음기를 쏙 뺀채 복수를 향해 모든 것을 거는 박준경 역을 맡아 건조한 문채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레드나인픽처스 제공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문채원은 SBS 드라마 '법쩐'에서 웃음기를 쏙 뺀채 복수를 향해 모든 것을 거는 박준경 역을 맡아 '건조한 문채원'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레드나인픽처스 제공

-10%대 시청률로 종영했다. 종영 소감이 어떤지.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요즘 그게 잘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선뜻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보시는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법쩐'은 복수극 중에서도 무거운 편에 속한다. 이런 류의 복수가 어떻게 끝이 나야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제가 연기 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취향에 잘 맞았던 것 같다. 드라마가 잘 끝나서 저희 드라마팀들이 보람을 느꼈다.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간 했던 작품이나 캐릭터와 다소 결이 다르다. 처음 대본 받아보고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처음에는 (대본이)잘 읽히지 않았다. 저도 저한테 들어오는 대본 중에서는 이런 종류가 많지 않았던 탓도 있다. 여러번 읽었다. 준경이라는 인물이 재미있거나 사람을 막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저렇게까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저도 작품 속에서 해보는 게 재미있었고 '멋있다'는 표현을 들을 수 있도록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관성이 있는 사람을 끌려하는 것까지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너무 멋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작가님이 그렇게 써주셨다. 웃는 게 없는 건 오히려 일관성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거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혼자 연습도 하고 상상도 많이 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부분들이 그대로 나와줬으면 해서 캐릭터 연구에 더욱 몰두했던 것 같다.

'악의꽃'에서 장르물을 살짝 맛보긴 했지만 '법쩐'을 해보니까 느낀 점이 있다. 장르물도 재미있다는 점이다. 다른 여배우분들은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아시다시피 멜로를 많이 했다. 내가 다른 장르를 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게 멜로 말고 없더라. 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냈을 수도 있는데 막상 해보니까 좋았다.

법쩐은 문채원을 비롯해 이선균, 강유석, 박훈, 김홍파 등 배우들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종영할 때까지 두자릿수 시청률을 유지에 성공했다. /레드나인픽처스 제공
'법쩐'은 문채원을 비롯해 이선균, 강유석, 박훈, 김홍파 등 배우들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종영할 때까지 두자릿수 시청률을 유지에 성공했다. /레드나인픽처스 제공

-제작발표회 때도 언급했는데 이선균(은용 역) 배우와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접 해보니 어땠나. 강유석(장태춘 역), 박훈(황기석 역)과 호흡도 궁금하다.

너무 좋았다. 실제로 뵌 적은 없었지만 선배님이 나온 작품을 다양하게 많이 봤다. 그래서 선균 선배님에 대해 혼자 시청자로서 좋아했던 그런 부분들을 눈 앞에서 같이 하니까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나름의 기대치랄까. 어떨 때는 '우와 잘하신다'하고 감탄하면서 봤다.

시청자 입장에서 선배님을 봤을 때 사람냄새가 많이 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고 연기하실 때도 사람냄새가 많이 느껴지더라. 현장에서 같이 할 때 편안하고 좋았다. 어떤 대사를 해도 다 말이 되게끔 하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저도 연기하는 사람이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이렇게 좋아하는 배우분들과 만나 연기하는 경험을 한다는게 너무 좋았다.

유석이는 동생같고 챙겨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양복입기 전에는 훨씬 더 어리게 봤는데 그것보단 나이가 더 되더라. 제가 유석이 뺨을 때리는 신이 있었는데 안힘들게 해주려고 한 번에 때렸다. 찍기 전에는 '아프겠다' '못때리겠어'하다가 막상 찍을 때는 결심을 하고 한 번에 때렸다. (너무 잘나와서)유석이도 놀라고 때린 저도 놀라고 스탭들도 놀랐다(웃음).

박훈 선배님은 역할과는 다르게 장난기가 참 많으신 분이다. 주로 저랑 대치하는 신이 많았는데 장난쳤던 기억이 더 많다. 호흡은 처음이었는데 "채원아 우리 여러 작품 한 것 같아"라고 말씀해주셨다. 좋은 얘기지 않나. 같이 하는데 편하다 이런 느낌이니까. 저도 그 얘기를 듣고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 다들 좋으시고 재미있게 찍었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현장에 은은한 웃음을 선사하던 문채원은 취재진의 유튜브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제가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현장에 은은한 웃음을 선사하던 문채원은 취재진의 '유튜브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제가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법쩐'을 통해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다보니 TV 속 문채원이 반가웠다는 반응도 많았다. 쉬면서 어떤 것들을 하고 보냈는지 궁금하다.

너무 평범해서 말씀드리기가 쑥스럽다. 그냥 가족하고 시간 보내고 영화보고 산책하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야하는데 15년 째 못찾고 있다. 그림은 몇년에 한 번씩 그리는 정도. 요리를 조금 해봤다. 아무래도 혼자 있으니까 요리를 할 줄 알면 음식을 다양하게 해먹을 수 있을까 해서다. 그런데 제가 활동적인 성격이 아니다보니 요리도 손이 다시 안가더라. 주변에서 "채원아 이런거 해보면 너한테 좋을꺼야"라며 취미에 대한 권유를 많이 하시긴 하는데 제가 안하니까 이제 그런 말씀도 안하신다(웃음).

혼자 있는게 마음이 편하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고 나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확실히 성향이라는 게 있구나 느낀다. 저도 내향적이다보니 혼자가 좋긴 하지만 약속도 안하고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잘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한다. MBTI를 막 그렇게 신뢰하진 않는데 혈액형보다는 믿는 편이다. 혈액형은 4개밖에 없지 않나. 저는 '용감한 수호자' ISTJ가 나왔다. 맞는 것도 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일단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사실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번에는 과정도 좋았는데 결과도 재밌다고 해주시니까 다음 작품 들어가기 전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서로 맞물려 있지 않을까. 그런 피드백 해주시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드린다.

예전에는 제 마음이 편안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이 과거보다 더 편안하긴 하다. 앞으로 더 편안한 시기가 오면 좋겠다. 연기하는게 재미있고 뭔가 도전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편이긴 한데 너무 그러기만 하면 힘들지 않을까. 그 안에서 편안해야 도전도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 편안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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