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경실, 이찬종 소장, 유튜버 주언규씨(왼쪽부터)가 연이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SBS가 논란 출연자들의 출연 분 영상을 삭제하는 빠른 '손절'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SBS '동물농장', '집사부일체2' 영상 캡처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일부 예능프로그램이 연초부터 논란을 야기하며 연예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SBS는 자체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생긴 부분을 신속하게 삭제하는 대응으로 발빠르게 파장을 진정시키는 분위기다.

다만 이같은 SBS의 사태 수습 과정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일회성 게스트 출연자의 논란일지라도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온 만큼 방송을 내보낸 책임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침묵만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그간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서 갖가지 논란이 불거져 나올때마다 사고 경위와 공식입장을 발표한 사례에 비춰볼 때 SBS의 이번 수습은 논란과 비판의 여지가 있는 상황으로 해석 될 수 있다. '성희롱 발언'으로 고발당한 방송인 이경실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반려견 훈련사 이찬종 소장, '표절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유튜버 주언규(신사임당)까지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SBS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SBS는 17일 '컬투쇼'에서 스페셜DJ로 참여한 이경실(오른쪽에서 두번째)의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된 해당 '컬투쇼'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 /SBS 유튜브 영상 캡처

홍보는 적극적 논란은 소극적

SBS는 지난 17일 서울 목동 SBS에서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의 제작발표회를 열고 취재진을 모았다. 두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한 전작의 인기를 시즌2까지 이어가겠다는 복안으로 이제훈, 김의성, 표예진 등 '모범택시'의 주역들이 전원 참석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시즌2를 예고했다.

홍보 효과는 적중했다. 첫 회부터 시청률 12.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JTBC '대행사'와 tvN '일타스캔들'이 버티고 있는 주말드라마 경쟁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모범택시2' 주연 배우 이제훈이 같은날 오전 드라마 홍보차 직접 게스트로 출연한 SBS 파워 FM '컬투쇼'에서는 사고가 터졌다. 스페셜DJ로 출연한 이경실이 이제훈의 상의 탈의 스틸컷을 보고 '가슴골 약수 드립'을 작렬해 성희롱 논란을 일으켜서다.

방송 당시 이경실의 발언은 한 아줌마 팬의 다소 무리수를 둔 농담조로 흘러갔으나, 방송 후는 완전히 분위기가 뒤바꼈다. 방송 후 시청자게시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경실과 SBS의 사과를 요구했고 한 대학생은 경찰에 이경실을 풍기문란혐의로 고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까지 제기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SBS 대표 장수 예능 프로그램 '동물농장'도 유사한 흐름의 홍보와 논란이 이어졌다. SBS는 지난 12일 '동물농장'을 통해 지난해 11월 방송된 '야생동물 카페에 남은 동물들을 구조하라!' 편의 후속 이야기를 공개했다. 방송에는 방치됐던 야생동물들이 일부 격리조치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방송 이후 야생동물 카페 사장이 동물학대 혐의로 최근 구속 송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동물농장' 방송 분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는 모양새가 된 것은 분명했다. 다만 최근 '동물농장'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반려견 훈련사 이찬종 이삭애견연구소 소장이 여성 B씨에게 성희롱 및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시청자들은 다른 의미로 '동물농장'에 시선을 쏟는 계기가 됐다.

SBS는 '동물농장'에서 지난해 11월 방송된 '야생동물 카페' 편의 두 번째 이야기를 12일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간 '동물농장'에 출연했던 반려견 훈련사 이찬종 소장이 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진위여부와 관계 없이 그의 출연 분 편집을 결정해 다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SBS '동물농장' 영상 캡처

그러나 SBS는 별다른 입장을 띄우지 않았다. 단 이 소장이 출연한 방송 분을 재방송과 VOD 서비스 등에서 편집한 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컬투쇼'에 이어 '동물농장'도 홍보는 적극적이나 논란은 소극적으로 대응한 모습이다.

논란 출연자는 적극 해명 하는데…방송사는 침묵

이찬종 소장은 이경실, SBS와 달리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 소장은 오히려 무고 교사죄 등을 언급하며 고소인 B씨를 맞고소 하겠다고 압박했다. 자신에 대한 논란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인 해명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소장은 21일 법률대리인 측을 통해 "B씨가 형사 고소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 한번도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후 갑자기 무고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일부 오해 받을 수 있는 대화를 한 것은 사실이나 신체 접촉, 성추행 행위는 없었다. 악의적 고소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2를 시작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사부'로 출연해 100억대 자산가가 되기까지 풀스토리를 공개한 유튜버 주언규 씨의 경우도 논란 출연자와 방송사의 엇갈린 대응이 이어진 사례로 꼽힌다. 주씨는 지난 12일 '집사부일체2'에 출연한 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자 한 과학 유튜버가 주씨의 제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모두 표절했다며 그를 저격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주씨는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자의 잘못은 저의 잘못이기도 하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띄웠다. 이 때도 SBS는 주씨의 출연 분인 '집사부일체2' 7회의 다시보기와 유튜브 영상 서비스를 곧바로 내렸으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SBS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출연자들의 논란이 방송 당시 벌어진 일이 아니며 개인적인 일에 대한 논란으로 지적된 사례도 있어서다. 또 공교롭게도 최근 출연자들의 논란이 됐던 방송이 SBS이기 때문에 한 데 묶여서 지적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다.

침묵이 능사인가…SBS가 사과하지 않는 이유

한 시청자는 SBS 시청자 게시판에 '컬투쇼' 제작진의 개편을 요청하기도 했다. /SBS 시청자 게시판 캡처

그렇다면 '컬투쇼'에 출연한 이경실의 논란의 경우는 어떨까. 방송 도중 출연자의 발언이 논란이 됐고, 경찰 고발과 민원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의 크기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 침묵을 유지하면서 다시보기와 유튜브 영상 서비스를 삭제하거나 비공개 전환한 게 능사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중 출연자의 발언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거나 뒤늦게 출연자 개인의 사적 논란이 터지는 경우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한 것에 이어 방송사도 사과나 해명 등 입장을 발표한다"며 "모든 논란에 방송사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와 신뢰를 위해 방송국 입장에서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응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출연자들의 논란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이 다르고 논란의 형태도 다 다르기 때문에 해명이나 사과보다 다시보기 등 기술적인 조치를 우선적으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SBS 관계자는 "확인 중에 있고 추후에 경과를 보고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다. (논란에 대한 진위여부나 고발, 민원 등이)진행되는 상황도 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결론지어진 부분은 없다"며 "저희도 상황을 파악하고 내용이 나와야 그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다. 각 자 프로그램도 다르고 하루에 일어난 일도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케이스를 다 합쳐서 입장을 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결과를 보고 추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SBS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논란이 된 방송 출연자들은 물론 SBS에 대한 비판 섞인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SBS 시청자 게시판에 '컬투쇼' 제작진의 교체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글을 연이어 올리기도 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출연자들의 논란을 발빠르게 지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문제의 시발점이 된 해당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더욱 책임감 있는 사과가 요구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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