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유연석의 호기심, 20년 동안 달려온 원동력
입력: 2023.02.23 00:00 / 수정: 2023.02.23 00:00

"소중한 가족 안겨준 '멍뭉이', 결말에 집중해주셨으면"

배우 유연석이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멍뭉이로 관객들과 만난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유연석이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멍뭉이'로 관객들과 만난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칠봉이부터 구동매, 정원쌤까지. 배우 유연석은 익숙함보다 도전을 택하며 한계 없는 이미지 변신을 펼쳐왔다. 자신의 무기가 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를 완벽 활용하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멍뭉이'로 치명적인 귀여움과 따뜻한 힐링을 동시에 선사한다.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분)이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작품으로,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연석은 사랑하는 존재들과 가족의 완성을 꿈꾸는 민수 역을 맡았다. 지난 15일 열린 '멍뭉이'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영화를 보고 나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유연석을 만나 그날 흘린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제가 찍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많이 웃고 울었던 적이 있나 싶어요. '개귀엽' 버라이어티로 방향을 잡았는데 영화를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촬영할 때 미처 몰랐던 강아지들의 표정을 큰 화면으로 보니까 더 감동이었어요"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이 유연석에게 더욱 특별하게 남은 이유는 바로 소중한 가족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촬영을 마치고 1년이 지난 후, 오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형견 리타를 입양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SNS를 통해 입양 가능한 리스트를 살펴본 그는 구조가 됐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약 1년 반 동안 입양이 되지 않고 있는 대형견을 발견했다.

유연석은 11년간 반려견 루니를 키우고 있는 민수 역을 맡았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연석은 11년간 반려견 루니를 키우고 있는 민수 역을 맡았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형견을 키워보지 않았고, 바쁜 촬영 스케줄 등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현실적으로 판단했다는 그는 "직업을 프리랜서로 적어서 입양 신청서를 보냈어요. 입양 가능성이 열어져야 아이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도 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니까요. 임시 보호는 따로 하지 않았고, 2번 정도 만났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2' 할 때쯤 데리고 왔죠"라고 회상했다.

"이번에 대형견이 입양이 잘 안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유기견을 입양한다면 대형견 위주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다 보니까 키우기 힘들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에요. 정을 주면 마음을 열더라고요. '멍뭉이'를 찍으면서 제 생각도 바뀌었고, 입양은 제가 살면서 겪은 큰 변화 중 하나에요."

작품은 결혼을 결심한 여자친구가 개 침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안 민수가 어쩔 수 없이 11년간 키워온 반려견 루니를 입양 보내기로 결심하고, 사촌 형 진국과 함께 새 집사를 찾으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트라우마를 갖게 된 민수는 새롭게 가족이 될 사람과 루니 사이에서 현실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성숙하지 못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새 집사를 찾는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가족의 의미를 되찾으며 여자친구와 함께 루니를 키우기로 한다.

작품 촬영을 끝내고 유기견을 입양한 유연석은 살면서 겪은 큰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 촬영을 끝내고 유기견을 입양한 유연석은 "살면서 겪은 큰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국 '루니를 키워줄 새 집사 찾기'는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유기견 문제와 반려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장치다. 그럼에도 입양을 보내기로 결심한 것 자체에 의문이 가기 때문에 결말도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유연석은 "전체적인 여정의 끝을 기억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수가 루니의 집사를 찾는 여정을 통해 트라우마였던 집을 다시 찾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어요. 성숙하지 못한 과정이 있고, 출발점만 떠올리면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1500만 반려인 중에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고, 포기하는 사람도 많죠. 현실에서는 더한 결정을 다루다 보니까 불편한 시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에 더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유연석은 '멍뭉이'에 진심이다. 이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들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당시 캐릭터보다는 대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그는 '멍뭉이' 시나리오를 받고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심에 마음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연료를 자진 삭감하면서까지 작품에 힘을 보탰다.

"대본을 보고 놓을 수 없었어요. 이 영화를 안 하면 마치 이 아이들을 거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다른 계산은 하지 않았죠. 작품이 몇 만 관객들 동원하고 제가 얼마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작업에 참여하느냐가 더 중요했죠. 저뿐만 아니라 카메오로 나오신 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도와주셨을 거예요."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한 유연석은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들은 그는 "아직 20년이라는 숫자가 어색하다"고 수줍게 말했지만, 걸어온 시간과 비례하게 책임감을 켜켜이 쌓아 올렸다.

"이제 현장에서 저를 선배라고 부르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많아요. 서툴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 제가 봐왔던 선배들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들더라고요."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됐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됐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연석의 필모그래피는 다채롭다. 능구렁이 같은 화법으로 의뭉스러움을 풍겼던 '수리남'의 데이빗과 존재만으로 든든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정원, 그 누구보다 거칠지만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준 여인을 연모하는 순애보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 등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마스크를 충분히 활용하며 매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였다.

"어렵고 어색해요.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도망가고 싶지는 않아요. 호기심도 많고요. 해보지 않은 걸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저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미지를 얻게 되는 희열감이 커요. 그리고 고정적인 이미지에 갇혀있고 싶지도 않아요.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로 보이고 싶어요."

'멍뭉이'로 관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할 유연석은 차기작으로 티빙 '운수 오진 날'을 택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덮고 밀항을 계획 중인 연쇄살인마 금혁수로 분해 연기 변신을 펼친다. 20년 동안 꾸준히 달려온 원동력으로 '호기심'을 꼽은 유연석은 지금껏 그래왔듯 다채로운 얼굴로 대중들과 만날 계획이다.

"연기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어요. 물론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 막연한 순간은 있었죠. 다행히도 그런 순간에 좋은 분들과 작업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히 있지만, 이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게 제 원동력이에요. 장르나 공연, 매체를 한정 짓지 않고 호기심을 갖고 했던 게 원동력이 됐어요. 30대를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온 거 같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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