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차태현']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 28년의 비결
입력: 2023.02.26 00:00 / 수정: 2023.02.26 00:00

"장르적으로, 캐릭터적으로 변화줄 수 있는 작품 만나는 게 목표"

배우 차태현이 영화 멍뭉이로 약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차태현이 영화 '멍뭉이'로 약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난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대중에게 보여지는 삶을 살고 있는 연예인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배우 차태현이 가진 특유의 따스함은 화면 밖에서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굳이 포장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는 덤이었다.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 개봉을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차태현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그가 배우로서 다채로운 얼굴을 꺼내지 못한다며 역량의 한계를 논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흔들림 없이 28년간 지키고 있는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직접 마주한 차태현은 작품부터 그동안 걸어왔던 길까지 막힘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자칫 민감하거나 피하고 싶을 법한 질문에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차태현의 경험과 연륜은 곳곳에 묻어 나왔고, 그가 가진 '꾸준함'이란 무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멍뭉이'는 견주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 분)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분)이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영화로,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차태현은 야심 차게 오픈한 카페는 말아먹어 돈은 궁하지만 의리 하나만큼은 최고인 진국으로 분했다. 지난 2020년 촬영한 '멍뭉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여러 차례 미루다가 마침내 오는 3월 1일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차태현(왼쪽)은 야심 차게 오픈한 카페는 말아먹어 돈은 궁하지만, 의리 하나만큼은 최고인 진국으로 분해 유연석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차태현(왼쪽)은 야심 차게 오픈한 카페는 말아먹어 돈은 궁하지만, 의리 하나만큼은 최고인 진국으로 분해 유연석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먼저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이후 약 6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소감을 묻자 "1년 전부터 개봉일을 잡았다가 또 미뤄지는 게 반복됐어요. 어쩌면 개봉을 못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라 더 묘하더라고요. 다행이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작품은 결혼을 결심한 여자친구가 개 침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안 민수가 어쩔 수 없이 11년간 키워온 반려견 루니를 입양 보내기로 결심하고, 사촌 형 진국과 함께 새 집사를 찾으러 떠나면서 뜻하지 않은 일을 마주하는 과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담아냈다.

민수는 루니를 사랑으로 키워줄 새 집사를 찾는 여정을 통해 반려견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느끼면서 여자친구와 함께 루니를 키우기로 한다. 결국 '루니를 위한 새 집사 찾기'는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유기견 문제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 등을 다루고 메시지를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됐다.

이는 관객들 또한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반려견을 입양 보내기로 한 민수의 결심은 처음부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차태현은 관련 질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취재진에게 '물론 집사를 찾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하는 그를 보며 그저 쓰여진 글을 연기하는 게 아닌 작품 전체를 통찰하고 있음을 느꼈다.

"주인공이 새 집사를 찾으러 나섰다가 반려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이런 설정이 필요했겠죠. 저는 반려인이었지만, 지금은 비반려인이에요. 두 입장을 다 겪어본 사람으로서 민수의 행동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민수와 여자친구가 둘 다 반려인이면 루니를 키웠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잖아요."

차태현(왼쪽)은  15년 동안 잘 커서 연석이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작품을 같이 한다는 게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차태현(왼쪽)은 " 15년 동안 잘 커서 연석이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작품을 같이 한다는 게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멍뭉이'는 반려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그렇기에 비반려인이 봤을 때도 충분히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필요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코믹한 요소를 뻔하고 튀게 그리지 않았고, 늘 강아지들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이는 차태현이 김 감독을 향해 두터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가 됐다.

"반려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니까 이 갭을 줄이는 게 중요했어요. 감독님은 메시지를 주지만, 훈계 같은 느낌은 아니거든요.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고, 마지막에 진국이가 카페를 차리는 등의 결말이 아니라서 더 와 닿았어요. 마지막에 '키웠던 강아지를 위해 바친다'라는 문구가 와 닿았어요. 강아지 헌정 영화라는 걸 다시금 느꼈죠."

"동물이랑 아이가 나오는 영화가 힘들어요. 통제가 안 되는데 이를 컨트롤 하려니까 더 힘든 건데, 감독님은 '아예 컨트롤 하지 않겠다'고 해서 믿음이 갔어요. 선택과 집중을 잘하더라고요. '청년경찰' '사자' 그리고 '멍뭉이'인데, 좀 뜬금없지 않나요?(웃음). 같은 사람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다음에는 '사냥개들'이에요.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또 그만큼 '멍뭉이'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구나라고 느껴지기도 했죠."

차태현은 2008년 드라마 '종합병원2' 이후로 15년 만에 유연석과 재회해 완벽한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그는 유연석에게 대견함을, 스스로 뿌듯함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종합병원2' 당시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맡았던 유연석과 주연으로 활약했던 차태현이 이제는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 15년 동안 유연석은 잘 성장했고, 차태현은 잘 지키고 있었다.

"연석이는 TV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에서 주목받는 신인이었고 또 잘했어요. 15년 동안 잘 커서 연석이의 이름이 먼저 나오는 작품을 같이 한다는 게 뿌듯하더라고요. 제가 키운 자식도 아닌데요(웃음). 이번 작품은 연석이랑 잘 맞줘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강아지와의 소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미 잘 알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차태현은 최선을 다했고 엄청 신경을 쓰면서 촬영한 작품이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확실히 귀엽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차태현은 "최선을 다했고 엄청 신경을 쓰면서 촬영한 작품이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확실히 귀엽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인터뷰를 앞두고 차태현의 필모그래피를 보다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그는 2020년 종영한 OCN '번외수사'를 시작으로 '경찰수업'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KBS2 '두뇌공조'까지 3연속 경찰 캐릭터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우려해 전작과 결이 다른 역할과 작품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조금 다른 행보를 펼치고 있는 차태현은 이번에도 솔직하고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꺼내 보였다.

"지금 들어오는 것도 형사예요. 제가 먼저 '괜찮겠어요?'라고 반문해요. 디즈니+ '무빙'을 찍었지만 방영 시기로 보면 3연속 경찰이거든요. 그 안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건 연기하는 입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거고요. 배우로서 걸리는 것도 있어요. 제가 하는 형사 연기가 마음에 드시나 봐요. 결과가 안 좋은데 왜 자꾸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물론 캐릭터의 직업이 같아도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이 존재하면 해요."

'차태현' 하면 선한 이미지를 빼고 논할 수 없다. 데뷔 이후 꾸준히 쌓아 올린 이미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변하지도 않았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배우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것에 있어 큰 장벽이 된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 누구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롱런의 비결이지 않을까.

"이미지 변신은 늘 생각해요. 선과 악을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들이 가장 부럽죠. 저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라 배우로서 큰 단점이에요. 그렇지만 무리해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는 않아요. 이건 보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온 적이 있는데 누가 봐도 제가 범인인 게 티 나더라고요.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게 제 목표에요. 장르적으로, 캐릭터적으로 변화를 주고 싶죠."

"저는 배우로서 단조로운 이미지를 예능을 하면서 변화를 주는 거 같아요. 이건 배우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연극이나 뮤지컬로 리프세리하듯이 저는 예능으로 하는 거죠. 중요한 건 결국 경험이에요. 그래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죠."

끝으로 차태현은 작품을 향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극장을 자주 가는 사람으로서 '멍뭉이'를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덧붙이면서 말이다.

"최선을 다했고 엄청 신경 쓰면서 찍은 작품이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감상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반려인들도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극장을 자주 가는 사람으로서, 이 돈을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요. 극장에서 봐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멍뭉이'는 크게 보니까 확실히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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