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형누나들 덕분"…이수만, 지분도 존경도 잃었다 [TF초점]
입력: 2023.02.20 10:45 / 수정: 2023.02.20 10:45

임직원 "이수만, SM 버리고 도망갔다" 비판
에스파 NCT 수상소감에서도 '이수만 선생님' 사라져


이수만(사진) SM 엔터 전 총괄이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가운데, 임직원들이 그를 비판하고 있고 아티스트들의 수상 소감에서도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 /SM 제공
이수만(사진) SM 엔터 전 총괄이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가운데, 임직원들이 그를 비판하고 있고 아티스트들의 수상 소감에서도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 /SM 제공

[더팩트 | 정병근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은 영광의 순간엔 늘 '이수만 선생님'을 먼저 언급했다.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수만 전 SM 대주주이자 총괄이 경쟁사인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지금, 분위기가 달라졌다. SM과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이제 이수만의 자리는 없는 모양새다.

이수만 전 총괄이 최근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넘기면서 하이브는 SM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평직원 208명으로 구성된 'SM 평직원 협의체'는 "이수만이 SM과 핑크블러드(SM 팬의 별칭)를 버리고 도망쳤다"며 하이브의 SM 인수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성수 대표는 두 번에 걸쳐 하이브의 M&A를 멈춰 달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이 전 총괄과 SM 인수를 시도하는 하이브를 비판하는 게 SM 모든 임직원의 목소리는 아니겠지만, 오랜 시간 K팝 선두주자로 쌓아 온 'SM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무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세인 건 분명해 보인다.

SM의 경영권 분쟁에 아티스트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샤이니 멤버 키가 새 앨범 발표 기념 라이브 방송 도중 콘서트를 열어달라는 팬의 요청에 "나도 하고 싶은데 이걸 어디에 얘기해야 열어주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회사가 뒤숭숭 하다"고 말했는데, 데뷔 16년 차 가수가 이 정도니 SM 아티스트들의 복잡한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SM의 '젊은 피' 에스파와 NCT가 지난 18일 열린 '2022 써클차트 뮤직 어워즈'에서 한 수상 소감이 눈길을 끈다.

에스파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멋진 음악으로 돌아올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회사 식구분들과 언니 오빠들 감사드린다"고, NCT 도영은 "팬 여러분, 곁에서 고생해주는 형 누나들 덕분이다. 우리는 팬들과 옆에서 고생해주는 형 누나들만 있으면 흔들리지 않고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저희 NCT 더 커지고 멋져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무난한 수상 소감처럼 보이지만, 그간 SM 소속 가수들이 항상 소감 첫머리에 "이수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면 큰 변화다. 두 팀은 이 전 총괄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대신 SM 식구들에게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최근의 혼란한 상황을 의식한 듯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물론 이 전 총괄은 SM에서의 직책도 없고 지분을 하이브에 넘겨 더이상 최대 주주도 아니다. 수상 소감에 그를 언급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수만이 지금의 경영권 분쟁을 초래하지 않고 SM을 내려놨다면,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아티스트들의 수상 소감에서도 여전히 자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SM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하이브도 이 전 총괄의 SM에 관여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결국 이수만 전 총괄은 자신이 설립한 SM에 어떤 자리도 남아있지 않게 됐다.

한편, 이수만은 SM으로부터 프로듀싱비를 받는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사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2022년 12월 31일부로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SM 경영권 분쟁의 시작이었다.

이후 지난 1월 15일 SM은 이사회 구조 개편을 알렸고 2월 3일 이성수 탁영준 SM 공동 대표가 멀티 제작센터 레이블 체계를 골자로 한 'SM 3.0'을 알렸다. 공동 대표는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고 실현할 수 있도록 SM 3.0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밝혔고, 이는 사실상 이수만 전 총괄의 퇴진을 의미하는 변화였다.

카카오가 등장하면서 SM의 경영권 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카카오가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 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 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얻는 방식으로 지분 9.05%를 확보한 것. 더불어 SM은 카카오, 카카오엔터와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수만 측은 즉각 반발, 법무법인을 통해 카카오와 손잡은 SM에 대해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곧바로 메가 딜이 발표됐다. 이수만이 방시혁의 손을 잡은 것. 하이브는 이수만이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고 SM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 공개매수도 실시해 경영권을 위한 지분 40%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성수 SM 대표는 이수만의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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