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정수빈'①] "함께라면 전차를 멈출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입력: 2023.02.19 00:00 / 수정: 2023.02.19 00:00

'트롤리' 김수빈 역 열연…"작품 통해 함께 하는 힘 배워"

지난 14일 종영한 SBS 드라마 트롤리의 주역 배우 정수빈을 최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윤호 기자
지난 14일 종영한 SBS 드라마 '트롤리'의 주역 배우 정수빈을 최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윤호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5명의 인부가 기찻길 위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차를 뜻하는 트롤리가 선로를 타고 코 앞까지 다가왔다. 트롤리가 그대로 달린다면 5명은 반드시 죽는다. 살릴 방법은 선로 중앙에 위치한 선로변환기로 트롤리의 방향을 바꾸는 것 뿐이다. 그런데 다른 선로에는 1명의 인부가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SBS 드라마 '트롤리' 中 '트롤리 딜레마' 장면 일부 각색

윤리학 용어 중 '트롤리 딜레마'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에게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트롤리)의 상황을 제시해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하는 문제 상황을 가리킨다.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는 주인공들을 집요하게 '트롤리 딜레마'에 던져놓고 선택 후 일어나는 새로운 전개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성폭행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박희순(남중도 역), 김현주(김혜주 역), 김무열(장우재 역) 등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열연이 더해져 웰메이드 장르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14일 종영했다.

김수빈 역을 연기한 배우 정수빈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극 초반 주로 어두운 면이 부각되지만 진심을 알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 수빈의 작중 행보가 혜주의 마지막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질고 제멋대로 이지만 진심은 따뜻했던, 한 번도 웃지 않다가 마지막회에 비로소 웃었던 아이 수빈을 연기한 '동명이인' 연기자 정수빈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난 정수빈은 "아직은 (자신을)소수의 분들만 알아보신다"며 수줍게 웃었으나, 지난해만 6개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후 짧은 휴식기를 갖은 탓에 여유가 느껴졌다.

'트롤리'에 직접 출연한 정수빈에게 작품을 관통하는 '트롤리 딜레마'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의외의 '현답'에 무릎마저 치게 했다. 인터뷰 중에도 연기와 배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신중하게 이야기하던 그는 "제가 연기를 통해 누군가와 같이 하는 힘을 배우니까 (선로선택이 아닌)이 전차를 멈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촬영장에 계신 모두가 있었기 때문에 수빈이가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군가 있다면 전차를 멈출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수빈은 트롤리에서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분)와 그의 아내 김혜주(김현주 분)의 집에 찾아온 이방인으로 등장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할을 한 김수빈 역을 맡아 절제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스튜디오S 캡처
정수빈은 '트롤리'에서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 분)와 그의 아내 김혜주(김현주 분)의 집에 찾아온 이방인으로 등장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역할을 한 김수빈 역을 맡아 절제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스튜디오S 캡처

-대장정이 끝났다. 첫 주연작이기도 했는데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또 촬영 들어가기 2주 전에 캐스팅된 걸로 아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트롤리'는 큰 배움을 얻은 작품이다.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캐스팅 당시 최종 미팅 때 감독님께서 "1~2주 정도밖에 시간이 없는데 괜찮냐"고 물으셨다. 제가 그 때 수빈이에게 애착이 가서 그랬는지 몰라도 "수빈이라는 인물은 준비 기간이 하루이틀이더라도, 하신다는 분이 계신다면 아마 책임감 있게 잘하실 것 같은 캐릭터다"고 말했다. "너무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좀 후회하기도 했는데 차에 탐과 동시에 감독님께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 좋았다.

수빈이를 연기함에 있어서 외부적인 것들을 생각하기보다는 그 아이가 저를 통해서 시청자분들에게 어떻게 소중하게 보여질 수 있을지,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데 집중했다. 저랑 동명이인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 친구를 어떻게 안아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수빈이는 중도(박희순 분), 우재(김무열 분) 등 극 중 주역들과 대치신이 유독 많았다. 그럼에도 혜주(김현주 분)와는 마치 '나의 아줌마'를 보는 듯한 케미로 따뜻한 신이 많았는데. 선배들과 호흡은 어땠나.

박희순 선배님은 '연기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느껴졌다. 어떤 일을 오래 하면 익숙해지거나 나태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때는 신인처럼 보일 정도로 초심을 항상 유지하고 계신 것 같아보여서 너무 멋졌다. 저도 '그게 가능하구나'라는 것을 눈을 통해서 본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정수빈은 트롤리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기도 한 캐릭터 수빈을 연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수빈이가 자신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소중하게 보여질 수 있을지 집중했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정수빈은 '트롤리'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기도 한 캐릭터 수빈을 연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수빈이가 자신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소중하게 보여질 수 있을지 집중했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김현주 선배님은 수빈이를 연기할 때 어떻게 혜주라는 어른을 좋아하게 되고 닫힌 마음을 점차 열게 되는 것처럼 보일까 고민이 많았는데, 현주 선배님이 너무 좋은 어른이셔서 굳이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생각한 것처럼 여겨지게 된 분이시다. 연기를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거짓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적어도 혜주라는 인물, 현주 선배님께서는 그 순간 수빈과 저에게 좋은 어른이 돼주셨다. 감사하다고 표현을 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무열 선배님은 '소년심판' 때도 너무 좋은 분이었다고 느꼈다. 후배에게도 먼저 다가와 주시는 분이시다. '트롤리'에서는 유독 수빈이가 우재에게 많이 혼나고 대립하는 신이 많았는데 어둡게 하는게 아니라 너무 위트 있게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라고 해주셨다. 같이 호흡해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앞으로 저도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서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확신을 얻게 된 지점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마음 속에 있는 진심이 보여질까 하는 고민이 해결됐다. 저도 모르게 무열 선배님께 "눈빛이 너무 멋져요"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때 '아 그런 진심이 눈으로 표현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됐다. 선배님들과 호흡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배우로서 갖춰야 할 것 들에 대해 많은 점들을 배워 감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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