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지울 수 없는 불편한 소재, 판단은 관객의 몫
'교섭'이 오는 18일 스크린에 걸린다. 작품은 황정민과 현빈의 첫 연기 호흡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더팩트|박지윤 기자] 믿고 보는 배우들이 만나 뜨거운 공조를 펼친다. 감독은 불편한 소재를 미지의 땅과 잔혹한 집단, 그리고 공무원의 책임으로 영리하게 풀어냈다. 상업 영화 흥행 공식을 따르며 극장가의 활기를 되찾겠다는 '교섭'이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으로 단기선교를 떠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단체의 인질로 잡힌다. 현지 사정에 능통한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분)은 현장 상황에 대처하며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제시하지만, 원칙을 중요시하는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분)은 테러범들과의 대면 협상은 절대 없다고 못 박는다.
인질을 구출해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입장부터 방식까지 모든 게 전혀 다른 두 남자다. 이렇게 대립하던 정재호와 박대식은 다가오는 살해 시한과 시시각각 변하는 협상 조건 등을 놓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함께 문제 해결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황정민은 외교관 정재호 역을, 현빈은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을 맡아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작품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났던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는 해외 선교를 목적으로 당시 여행제한 국가였던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에게 납치됐던 최악의 피랍사건이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많은 고민을 거듭한 임 감독은 "동일한 사건을 어느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에 임 감독은 사건의 미화나 인질의 시점이 아닌 그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관계, 공무원들의 사명감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고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 또한 적지 않은 만큼, 금지된 국가에 선교활동을 위해 몰래 입국했다가 피랍된 이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체 저길 왜 간 거야?'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강기영은 한국인 카심 역을 맡아 생소한 파슈토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들의 열연은 빛난다. 황정민은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이성적이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마지막 30분간 이뤄지는 최후 교섭 장면에서 오로지 대사와 표정만으로 극을 이끌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현빈은 오토바이와 차를 이용해 몸을 사리지 않는 고난도 액션을 펼치는가 하면, 과거 회상신에서는 클로즈업된 얼굴과 서사 가득한 눈빛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번 작품으로 첫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이룬다.
아프가니스탄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 같은 한국인 카심으로 분한 강기영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연기로 극을 환기시킨다. 자칫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작품의 유일한 숨구멍이다. 여기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아프가니스탄의 이국적인 풍경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두 주인공의 뜨거운 공조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번의 위기, 곳곳에 녹아든 휴머니즘과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갖출 건 다 갖췄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업 영화 공식을 명확하게 따르고 있어 왠지 모를 아쉬움도 남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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