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찬사'…김현주→류경수, '정이'팀이 故강수연을 추억하는 법 [TF초점]
입력: 2023.01.13 00:00 / 수정: 2023.01.13 00:00

연상호 감독의 극찬까지…"함께해서 영광이었던 강수연"

연상호 감독과 정이 배우들이 故 강수연을 추억했다. /넷플릭스 제공
연상호 감독과 '정이' 배우들이 故 강수연을 추억했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감독은 업계 후배로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료로서 故 강수연을 "작품의 시작이자 원동력"이라고 치켜세웠다. 후배 배우들은 함께했던 시간을 돌이키며 눈물을 흘렸다. '정이'팀이 공개를 앞두고 별이 된 故 강수연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저마다의 방법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연상호 감독)' 제작보고회가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 김현주 류경수가 참석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작품은 강수연이 2013년 영화 '주리' 이후 9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자 그의 첫 SF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강수연을 매료시킨 '정이'만의 매력과 현장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 등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작품의 공개만을 기다린 영화 팬들도 다수였다.

하지만 강수연은 촬영을 모두 마친 후인 지난해 5월, 뇌출혈로 쓰려졌고 끝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당시 후반 작업 중이던 '정이'는 결국 강수연의 유작이 됐다.

이날 제작보고회는 유독 강수연이 그리운 시간이었다. 연 감독과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강수연을 기억하며 그리움을 애써 참아냈다.

먼저 연 감독은 강수연을 담담하게 언급하면서도 최고의 배우이자 선배임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실상 '정이'는 강수연 선배님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혀 그 배경을 궁금케 했다.

그는 "'정이'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썼던 글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작품이 영화가 된다면 누가 윤서현 역을 할 수 있을까 하다가 강수연이라는 배우가 떠올랐다. 그때부터 정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어떻게 보면 강수연이 있어 '정이'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 김현주(위)와 류경수(아래)가 故 강수연을 떠올리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박헌우 기자
배우 김현주(위)와 류경수(아래)가 故 강수연을 떠올리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박헌우 기자

또 후배들을 아끼는 강수연의 면모를 전하기도 했다. 연 감독은 "촬영하면서 강수연 선배가 현장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후배 배우들 역시 많이 좋아한다. 직접 시간을 내서 모임까지 주선할 정도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난다. 영화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를 할 때 이런 기억이 참 소중하다는 걸 알게 해줬다"고 전했다.

마냥 무겁게만 추억한 건 아니었다. 연 감독은 특유의 재치로 무거워진 현장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강수연 선배와 처음 연락이 닿았을 때가 떠오른다. 제일 처음에는 '읽씹(읽고 씹기)'을 당했었다. 이후 30분 정도 통화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났을 정도로 긴장했었다. 통화를 끊고 나니 옷이 다 젖어있더라"고 말했다.

김현주와 류경수는 강수연과 연기 호흡을 맞췄던 때를 떠올리다 끝내 눈시울을 붉혀 현장에 있던 모두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정이'를 통해 강수연을 처음 만났다는 김현주는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같이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내가 그분의 눈을 보며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첫 만남 당시를 떠올렸다. 김현주는 "너무 반갑게 인사해주던 선배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현장에서는 그냥 동료였다. 누구보다 진지했으며 열정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선배님이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배님은 정도 많았다. 현장 밖에서도 저희를 늘 챙겨줬다. 만약에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지금 제일 가깝게 지내는 두 사람(연상호 감독, 류경수)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님께 더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배우 김현주(위)와 류경수(아래)가 故 강수연과 추억을 떠올렸다. /박헌우 기자
배우 김현주(위)와 류경수(아래)가 故 강수연과 추억을 떠올렸다. /박헌우 기자

류경수는 현장에서 강수연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만큼 더욱더 애틋했다. 실제로 연 감독은 "류경수가 현장에서 누나 둘의 사랑을 독차지 했는데, 특히 강수연 선배가 엄청 예뻐했던 배우"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류경수는 "강수연 선배님과 내가 만나는 장면이 90% 이상이었다. 극 중 내가 맡은 인물인 상훈이가 연구소 회장님 바라기로 나오는데, 연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가 실제로 강수연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었다"고 전했다.

잠시 감정이 북받쳤던 그는 애써 눈물을 참은 뒤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지금도 여전히 그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 자리를 빌려서 연상호 감독님께 (강수연을 만난) '정이'를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류경수는 마지막 인사 때도 "강수연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어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인 작품이었다"며 다시 한번 강수연을 향한 존경심과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비록 유작이 됐지만, 강수연에게서 시작된 그리고 그의 후배들이 완성한 '정이'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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