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졸지 않고 끝까지 본 내가 '젠틀맨' [TF씨네리뷰]
입력: 2023.01.03 07:00 / 수정: 2023.01.03 10:31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주지훈X박성웅X최성은의 범죄 오락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이 지난달 28일 극장에서 개봉됐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이 지난달 28일 극장에서 개봉됐다. /웨이브 제공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제목이 왜 '젠틀맨'이냐고요? 영화를 보면 감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감독의 설명에도, 영화를 본 후에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주변에서 '젠틀맨'이 어떤 영화인지 물어보면 저도 혼란스러워요." 영화를 만든 감독이 그렇다는데 관객은 오죽할까.

담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다 담고 나니 혼란스러운 결과물이 탄생했다. 세 번의 반전 장치까지 심었지만, 흥미는커녕 엉성한 전개만 티가 난다. 여기에 '연기천재'인 줄 알았던 최성은의 아쉬운 연기력까지 더해진 '젠틀맨'(감독 김경원)이다.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범죄 오락 영화다.

작품은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의뢰인의 강아지를 찾기 위해 간 어느 펜션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쓰러지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잠시 후 눈을 뜬 지현수는 어느새 납치 사건 용의자로 몰렸고, 이를 해명해줄 의뢰인은 실종된 상황. 결국 검사에게 체포돼 붙잡혀 가는 중 교통사고로 인해 차가 전복되고, 병원에 실려 간 지현수는 자신을 체포했던 검사로 오해받는다. 이에 그는 실종된 의뢰인을 찾고,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로 위장한 채 수사를 시작한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현수의 조력자들이 호출을 받고 모인다. 상황과 장소에 맞게 새로운 인물로 빠르게 변신하는 능력을 갖춘 촬영 전문 직원 조창모(강홍석 분), 우사인 볼트처럼 빠른 달리기 실력을 보유한 미행 전문 직원 조필용(이달 분), 천재 해킹 전문가 이랑(박혜은 분)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검사들의 검사이자 일명 감찰부 미친X인 김화진(최성은 분)이 지현수의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힘을 더한다.

이들이 상대할 인물은 검사 출신이자 대형 로펌 대표인 권도훈(박성웅 분)이다. 정·재계 인사들에게 돈과 성매매 등의 로비를 하며 권력을 잡은 최강 빌런이다. 그에 맞서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공조가 시작된다.

배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이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에 출연했다. /웨이브 제공
배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이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에 출연했다. /웨이브 제공

고품격 범죄 오락을 표방한 '젠틀맨'은 주지훈과 박성웅을 내세우며 강하게 중심을 잡고 간다. 진지함과 액션은 물론이고 코믹 연기까지 능청스럽게 해내는 두 사람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주연으로 함께 나선 최성은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부담감 때문인지 힘이 들어가도 너무 들어갔다. '시동' '안나라수마나라'에서 활약하며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던 최성은이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특히 주지훈과 대면하는 첫 장면에서는 표정과 눈빛, 대사 톤까지도 과하다. '걸크러시 검사'를 글과 다른 배우들을 통해 배운 것마냥 남의 옷을 입은 것 같다. 다행히도 중반부터는 지금까지 우리가 봤던 최성은으로 돌아와 비교적 융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주지훈의 조력자로 나오는 강홍석 이달 박혜은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작품의 촘촘하지 못한 허점이 드러난다. 세 캐릭터 모두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며 주인공을 돕지만, 그게 끝이다. 어벤져스급 멤버들이 왜, 어떻게 모일 수 있었는지, 주인공과는 어떤 인연인지 등 서사가 없으니 쉽사리 납득도 안 되는 데다 관계성의 묘미까지 반감된다.

작품은 중후반 빌런 권도훈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큰 사건 없이 전개된다. 그 과정도 여느 범죄 추적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긴장감도 빵빵 터지는 웃음도 없다. 여기에 평면적인 인물들을 비롯한 웬만한 설명을 캐릭터의 대사로 퉁치니 점점 집중력을 잃게 한다. 슬로우가 걸린 교통사고 나는 장면, 지현수가 권도훈의 비서를 만나고 유혹하는 장면 등은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길어 초중반 전개를 더 늘어지게 만든다.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이 후반에 거듭된 반전 장치를 심어놨으나 큰 재미를 이끌지는 못했다. /웨이브 제공
웨이브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이 후반에 거듭된 반전 장치를 심어놨으나 큰 재미를 이끌지는 못했다. /웨이브 제공

후반에 들어서자 반전이 거듭되며 강하게 몰아친다. 그러나 야심 차게 심어둔 세 번의 반전 장치가 반전 같지 않은 반전이라는 게 문제다. '이런 줄 알았지? 사실은 이랬던 거야'라며 캐릭터들이 반전을 설명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관객은 뒤로한 채 자신들끼리만 "우리 반전 최고"라며 뿌듯해하는 느낌이다.

또한 '반전의 반전'이 후반부에 몰린 채 뭉뚱그려 전달되다 보니 기승전결 중 '승·전'이 사라졌다. 기와 결만 갖고 반전이라고 보여주는데, 제대로 된 서사가 없으니 그저 한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쉽게 말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지루한 초반부를 참아낸 뒤 마주한 반전이라기엔 힘이 너무 빠진다. 결국 '반전이 있었는데요, 없었어요'라는 인상만 남는다.

웨이브에서 선보이는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은 지난 28일 극장 개봉 후, 추후 웨이브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러닝타임은 123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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