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감흥 없는' 연말 방송시상식, 그들만의 축제
입력: 2023.01.02 00:00 / 수정: 2023.01.02 00:00

자사 프로그램 자화자찬, 쪼개서 나눠주는 논공행상 시상식
방송연기대상, OTT 스타 빠진 '공감대 없는' 반쪽짜리 축제


이승기는 31일 밤 열린 2022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 주상욱과 공동 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그는 새 작품을 촬영하느라 부득이한 일임에도 삭발 헤어스타일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KBS 제공
이승기는 31일 밤 열린 '2022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 주상욱과 공동 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그는 새 작품을 촬영하느라 부득이한 일임에도 삭발 헤어스타일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KBS 제공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오늘 양해를 구하고 (시상식에) 불참해야 하나 수백 번 고민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제 개인적인 일로 이런 축제에 와서 마냥 웃고 있자니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무표정으로 앉아 있자니 도리가 아닌 듯해서 상당히 많은 변덕을 부린 것 같다."(이승기, '2022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 소감)

이승기는 새해를 여는 31일 밤 생중계 된 '2022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 주상욱과 공동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음원 수익 미지급 법정 분쟁을 겪으며, 정산 받은 50억 원 중 20억 원을 기부한 직후여서 관심을 받았다. 또 삭발 헤어스타일은 새 작품을 촬영하느라 부득이한 일임에도 유독 눈길을 끌었다.

같은 시간에 생중계된 '2022 SBS 연기대상'에서는 김남길이 대상을 차지했고, 하루 전날 열린 '2022 MBC 연기대상'에서는 이종석이 웃었다. 김남길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2019년에 이어 3년 만에, 이종석은 '빅마우스'로 6년 만에 각각 연기대상 트로피를 다시 안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방송 시상식 또한 해마다 되풀이해온 아쉬운 그림자를 떨쳐내진 못 했다.

지난 연말 막을 내린 2022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여지없이 이런 저런 뒷말이 많았다. 시상식이 축제일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한 얘기다. 왼쪽부터 주상욱 박진희. /KBS 제공
지난 연말 막을 내린 2022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여지없이 이런 저런 뒷말이 많았다. 시상식이 축제일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한 얘기다. 왼쪽부터 주상욱 박진희. /KBS 제공

판에 박힌 수상 코멘트, 쪼개기 시상, 자화자찬 시상식 '눈총'

화려하게 빛난 잔치일수록 불꺼진 뒤엔 왠지 더 을씨년스러워 보이기 마련이다. 지난 연말 막을 내린 2022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여지없이 이런 저런 뒷말이 많았다. 함께 오른 후보 중에 누가 받아도 무방하다는 말은 수사(修辭)일 뿐 꼭 받아야할 사람이 아니면 무게감이 줄어든다. 공감대가 떨어지고 남발되면 가벼워지게 마련이다.

'누구에게 고맙고 누구에게도 감사하다'. 매년 판에 박힌듯한 수상 코멘트는 식상하다못해 지겹다는 반응이다. 시청자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사이다 같은 청량한 수상 소감을 듣고 싶어한다. 같은 상을 쪼개주는 공동 수상도 '옥에 티'다. 이런 관행이 사라져야 상을 받는 주인공들한테도, 팬들한테도 진정한 상의 무게감으로 와닿을 수 있다.

시상식이 축제일 수 있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한 얘기다. 방송사마다 자사 프로그램을 자화자찬하며 나눠주는 논공행상식 시상식, 감흥이 없는 그들만의 시상식에 시청자들은 더이상 박수치고 환호하지 않는다. 방송사 편의대로 상을 나눠주는 그들만의 축제라면 굳이 전 국민이 볼 수 있게 생중계할 필요도 없다.

몇몇 간판 예능인들이 번갈아가며 받는 상은 사실 방송사로선 보험처리로 인식된다. 수 십년 째 세대교체 없는 장기집권은 전체 예능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유재석 전현무 신동엽. /SBS, MBC, KBS 제공
몇몇 간판 예능인들이 번갈아가며 받는 상은 사실 방송사로선 보험처리로 인식된다. 수 십년 째 세대교체 없는 장기집권은 전체 예능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유재석 전현무 신동엽. /SBS, MBC, KBS 제공

상은 받을 때마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남발되면 가벼워지게 마련

방송 3사가 자사 프로그램 출연 예능인들한테 나눠준 방송연예대상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2022 S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이다. 그의 독보적인 진행 능력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이번에도 과연 대상을 받을 만했는지는 의문이다. SBS에서만 7번째이고, 지상파 3사를 통틀어 19번째 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KBS는 신동엽이, MBC에서는 전현무가 웃었다. 신동엽은 "기대를 안 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에겐 '자신을 포함해 딱히 받을 만한 후보가 없다'는 의미로도 비쳤다. 몇몇 간판 예능인들이 번갈아가며 받는 상은 사실 방송사로선 보험처리나 마찬가지다. 수 십년 째 세대교체 없는 장기집권은 전체 예능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방송사들의 방송 시상식은 늘 그들만의 축제로 끝나기 일쑤다. 매번 변하지 않는 장면들을 지켜보는 것도 이젠 고역이다. 유재석이 똑같은 상을 하나 더 얹었다고 해서 딱히 빛이 나는 것도 아니다. 박은빈 강태오 등 OTT 스타들을 어디서도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엔 영 개운치 않고 찜찜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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