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3억 원 1년 이상 체납, 과거 호화로운 삶 재조명
국세청은 15일 2억 원 이상 국세를 1년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 6940명의 명단과 인적 사항을 공개했는데 래퍼 도끼가 포함됐다. 그는 세금 3억 원을 1년 이상 체납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래퍼 도끼(Dok2)가 이번엔 세금 체납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방송에 비춰진 돈 씀씀이나 최근 발표한 곡에서 드러낸 자신감과는 상반된 모습에 대중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됐다.
도끼가 세금 3억 원을 1년 넘게 체납한 사실이 국세청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세청은 15일 2억 원 이상 국세를 1년 이상 체납한 고액·상습체납자 6940명의 명단과 인적 사항을 공개했는데 도끼가 포함됐다. 국세청은 지난 3월 도끼를 포함한 명단 공개 대상자에게 사전 안내해 반년간 납부를 독려하고 소명 기회를 제공했지만, 도끼는 결국 세금을 내지 않았다.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여러 대의 슈퍼카를 끌던 게 눈에 선한데 3억 원을 체납했다니 의아하다. 국세청이 사전 안내하고 납부를 독려했다고 하니 체납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적다. 심지어 도끼의 이름이 오르내릴 때 그는 자신의 SNS에 지난 7일 발표한 음원 'Meditate' 관련 사진과 'comingsoon', '2023'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Meditate'에서 도끼는 '아무도 나 전엔 힙합과 돈 사이를 좁혀놓은 사람은 없지/지금 대한민국 랩퍼들 좋은 차와 옷 걸치는 시작은 훨씬 10년도 전에 I did it first 처음인거 맞아', '망한 연예인 취급 한다면 그건 니 수준 미달/맘만 먹음 다시 한다네 여기 저기 나와 달란 love call 또 거절하느라 좀 난감해'라고 여전한 자존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체납이라는 불명예는 그가 곡에서 내비친 자신감과는 거리가 멀다. 도끼의 체납 소식이 더 주목받는 건 과거 그의 언행 때문이다. 그가 수년 전까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보면 수 억 원 정도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다.
도끼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도끼의 주변 측근들에 따르면 도끼의 자금 사정 악화가 세금 체납에 영향을 줬다는 견해도 있다.
도끼의 한 측근은 16일 <더팩트>에 "코로나19 여파로 수년 째 공연이 없던 상황에서 래퍼들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고 도끼도 힘든 시기였다"며 "도끼가 해외에 머물면서 음악 작업에 전념하고 있고 체납된 세금을 갚아나가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닷과 결성한 올블랙으로 2006년 미니앨범 'Chapter 1(챕터 1)'을 발표하고 정식 데뷔한 도끼는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싱글 앨범 'I'mma Shine'을 발표했다. 이미 10대 때 힙합 신에서 가장 주목 받는 래퍼 중 한 명이었던 그는 2011년 더콰이엇과 일리네어레코즈를 설립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힙합 신에서 유명 인사가 된 그가 대중에게 두루 알려지게 된 건 2014년 엠넷 '쇼미더머니3' 프로듀서를 맡고 이후 2015년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돈을 뿌렸던 그는 '나 혼자 산다'에서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보이는 집을 비롯해 돈뭉치 진열대, 슈퍼카들을 공개하면서 돈 많은 래퍼의 대명사가 됐다.
당시 "재산이 어느 정도 되냐"는 질문에 "몇십 억 되려나"라고 답했던 도끼는 2018년엔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장기투숙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펜트하우스는 1박에 약 680만 원 가량이었다. 월로 환산하면 약 2억 원. 그러면서 "절약 모드에 돌입했다. 슈퍼카 9대 가운데 4대를 팔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돈 자랑을 하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이미지는 괜찮았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해 역경을 거치며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일궈낸 부이기에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게다가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밝혀 모범적인 이미지까지 얻었다.
2018년 11월 도끼의 어머니가 과거 친구에게 1000만 원 빌리고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지만 그때도 도끼는 신속하게 피해자에 연락해 채무를 번제했다. 다만 "1000만 원은 적지 않은 돈이지만 내 한 달 밥값과 비슷하다. 1000만 원으로 우리 인생이 바뀌겠냐"고 말해 반감을 사기도 했다.
직후 매니저에게 외제차를 선물하기도 한 도끼는 2019년 10월 피소됐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도끼가 지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귀금속 7점을 구매한 뒤 이 중 3만 4740달러의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보석업체에 미납대금 3만 500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나왔다.
2019년 11월 일리네어레코즈 대표직을 그만둔 뒤 2020년 2월 회사를 떠난 도끼는 2년여 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1월 싱글 'Zen Mode(젠 모드)'를 시작으로 올해 풀앨범과 미니앨범을 비롯해 거의 매달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1년간의 '열일' 그 종착지는 아쉽게도 세금 체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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