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음악...가수·배우로 긍정적인 상호작용 이루고 있어"
박진영이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
[더팩트|박지윤 기자] '아이돌 출신 배우'는 박진영에게 꼬리표가 아니었다. 여전히 자신의 본업은 가수고 춤 욕심도 난다는 그다. 가수와 배우일 때를 구분 짓지 않는 박진영은 두 직업 사이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루며 끊임없는 발전을 이뤄냈고 마침내 새로운 얼굴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박진영은 지난 7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감독 김성수)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쌍둥이 동생 월우가 죽은 후,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형 일우가 소년원 패거리와 잔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스릴러다. 주원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개봉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박진영을 만났다. 주로 갓세븐 멤버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던 그는 홀로 인터뷰하게 된 자리가 어색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제가 수다를 좋아하는 편이에요"라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작품에는 슬프고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 월우는 아파트 물탱크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다. 온몸에는 폭행 흔적이 있지만 경찰과 사회복지사는 월우의 죽음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결국 일우는 용의자로 확신하는 문자훈(송건희 분) 패거리가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동생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제 발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박진영은 쌍둥이 형제 일우와 월우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
이렇게 작품은 행복한 날로만 여겨지는 크리스마스에 일우와 월우가 겪는 참혹한 현실과 함께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이 가운데 박진영은 두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꺼내 들었다.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원작 소설을 읽었다는 그는 "불편함에 끌렸어요"라고 의외의 답을 했다.
"입에 담기 힘든 폭력과 성적인 비유를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오히려 1인 2역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죠. 대본을 읽으면서 '내가 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생각을 어느샌가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나 이거 하고 싶은가보다'라는 걸 깨달았죠. 그런데 진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막상 캐스팅되고 나서는 걱정이 됐어요(웃음)."
박진영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소년원에 들어간 일우와 아픔을 간직한 채 시신으로 발견된 월우를 만나 전작 '유미의 세포들 시즌2'의 유바비를 완전히 지웠다.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일우를 표현하기 위해 반삭발까지 감행한 그는 살기 어린 눈빛과 날 것의 액션, 거침없는 욕설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또한 발달 장애가 있는 월우로 분한 그는 환한 미소에 왠지 모를 슬픔을 담아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렸다.
물론 두 인물을 표현하는 과정에는 불편함과 불안함이 공존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캐릭터에 마음이 갔다는 박진영은 '1인 2역' 그 자체가 아닌, 각기 다른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봤고 그 결과 같은 얼굴로 극과 극의 분위기를 내달릴 수 있었다.
"월우뿐 아니라 일우도 본인만의 생각의 경로가 있어요. 거기에 집중하려고 했죠. 월우는 직관적이고 거짓말을 하면 눈에 뻔히 보이는 아이 같은 친구예요. 이게 직접적으로 보이면 좋겠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월우는 거짓말을 못하는데 일우는 이를 항상 보지 못한 거죠. 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내적인 모습이 중요했어요. 1인 2역이라고 해서 일부러 다르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각각 생각하는 경로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선물이었죠."
박진영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관해 "방점이 된 작품"이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
작품은 선악을 뚜렷하게 구분 짓지 않고 마지막까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소년원에 들어간 일우도 철거용역 업체에서 일하며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처절한 복수극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일우가 복수를 성공했나?'라는 질문에 섣불리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중심에 선 박진영은 "두 가지 마음이에요"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극 중에서 선생님한테 '피해자는 항상 참아야되냐'고 말하는 게 있어요. 복수하려고 했고, 끝에 아이들이 죽지만 마음이 불편해요;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억울했겠죠. 이 모든 걸 조합했을 때 복수했더라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죽었지만 본인의 마음이 힘들다면 관객들의 입장에서 복수는 실패인 거 같아요."
20대의 끝자락에 '크리스마스 캐럴' 그리고 일우와 월우를 만난 박진영은 "저에게 방점이 된 작품"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껏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이자 1인 2역, 거친 액션 등을 소화하며 많은 고생을 한 그가 얻은 건 동료들과 감독님, 그리고 유연함이었다.
"연기는 타인의 평가를 받지만 스스로 받는 느낌도 분명히 있어요. 저는 일우도 월우 못지않게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둘을 하고 나니까 유연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보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더라고요. 저는 긍정적인 성격이라 큰 생각을 갖고 이 작품에 도전한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해보지 않았던 걸 하면서 두려움을 깰 수 있었고 마음을 열게 됐어요."
1994년생으로 입대를 앞둔 박진영은 "가끔 눈물이 차오르지만 생각보다 잘 지내다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
2012년 KBS2 '드림하이2'로 처음 얼굴을 알린 박진영은 2인조 아이돌 그룹 JJ project를 거쳐 2014년 7인조 보이 그룹 갓세븐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악마판사', 넷플릭스 '야차'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그는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이렇게 배우로서 자주 대중들과 만나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변함없었다.
"저는 춤 욕심이 있고 음악이 너무 좋아요. 제 본업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더 오래 하기도 했고요. 음악을 만드는 거에 욕심이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는 작가님이 쓰신 이야기에 제가 들어간다면 음악은 제가 만들기 때문에 더 부담도 되죠. 둘 다 행복한데 음악 할 때가 더 어깨가 무겁달까요. 배우로서는 해볼 수 있는 캐릭터를 다 해보고 싶어요. 대중분들이 받아들여 주신다면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어 보고 싶어요. 저는 모든 캐릭터를 진심을 다해서 사랑하려고 해요. 그 진심이 대중들에게 닿을 수 있는 거 같아요."
1994년생으로 입대를 앞두고 있는 박진영은 차기작 '마녀' 촬영부터 솔로 앨범과 국내 팬미팅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다채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10년을 되돌아보면서 입대를 앞둔 싱숭생숭한 마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지금 찍고 있는 작품 말고 하나 더 하고 싶어요. 하지만 여건상 어려울 것 같아요. 준비하고 있는 팬미팅과 앨범을 잘 마무리 짓고 싶고 시간이 된다면 짧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군대는 누구나 가야 하는데 막상 다가오니까 가끔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그래도 생각보다 잘 지내다 올 거 같아요."
"저는 예전보다 생각이 유연해졌어요. 배우로서 유연해지면 노래하고 춤을 출 때도 유연해지더라고요. 가수 박진영과 배우 박진영을 구분 짓지 않아요.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루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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