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가수가 아니라 오래 친구처럼 손잡고 갈 수 있는 가수 되고 싶어"
WSG워너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 나비가 신곡 '봄별꽃'을 발표했다. /알앤디컴퍼니 제공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14년 동안 활동했는데 그 길이 평탄할 수만은 없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가수 나비는 다시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 힘차고 안정적이다. 그가 날아가고자 하는 곳은 1등 가수가 아니다. 손잡고 같이 가는 가수다.
지난 2008년 스물 셋의 나이로 데뷔한 나비는 어느덧 데뷔한 지 14년이 됐다. 빼어난 가창력으로 호평을 받은 그는 '마음이 다쳐서', '눈물도 아까워'를 연이어 히트시켰고 '잘 된 일이야', '가지마' 등으로 꾸준히 사랑받으며 국내 대표 여성 발라더로 자리매김했다. 눈물샘을 자극하던 그는 2013년 도발적인 가사의 '집에 안갈래'로 이미지 변화를 주기도 했다.
나비는 곡 참여도를 높이며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고 꾸준히 곡을 발표했지만 대부분이 그러는 것처럼 점차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러던 중 2019년 결혼했고 2년 뒤 엄마가 됐다. 이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서서히 추억의 가수가 되는 듯 했다. 보통은 여기서 그대로 주저앉기 마련인데 나비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더 크게 뛰어올랐다.
나비는 올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기획성 프로젝트 걸그룹 WSG워너비에 도전했다. 데뷔 때부터 안정적인 가창력과 깊은 감성으로 본인만의 색깔을 구축한 나비는 최종 멤버로 발탁됐다. 처음으로 솔로가 아닌 팀 곡 '보고싶었어'로 오랜만에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올랐고 폭넓은 팬층이 생겼다. 나비에게 아주 큰 전환점이 생긴 것이다.
나비는 "올해가 정신 없이 지나갔다. 감사하게도 좋은 팀을 만나서 더 많은 분들께 나를 알리고 날갯짓을 하는 기회가 됐다. 다시 찾아온 봄 같은 해였다"고 돌아봤다.
"처음 갔을 때 저만 아이 엄마라서 '내가 와도 되나?'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WSG워너비가) 걸그룹이잖아요(웃음). 좋은 노래로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아이를 낳고 다시 내가 노래할 수 있을까 누가 나를 찾아줄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WSG워너비 이후에 더 많이 찾아주시니까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실 나비는 6~7년 전 노래를 하고 싶지 않던 시기를 겪었다. 언젠가부터 정성껏 앨범을 준비해서 내도 음원차트 성적이 저조했고 '내 노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잔뜩 위축됐다. 노래를 부르는 것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그로부터 많은 힘을 얻으면서 다시 밝아지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그는 남편이 늘 얘기하는 '나비답게'라는 말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갈 수 있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다. 나비가 WSG워너비에 도전해 멤버로 발탁된 것도 예전의 밝은 모습과 자신감을 회복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나비는 이제 "지금은 노래하는 것도 좋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다. 육아도 해야 해서 몸이 힘들긴 하겠지만 최대한 많이 공연도 하고 예능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비는 "1등 가수가 아니라 오래 친구처럼 같이 나이 들고 인생 이야기 하고 위로해 주고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알앤디컴퍼니 제공 |
그 신호탄이 지난 11일 발표한 '봄별꽃'이다. 그간 나비하면 떠올랐던 처절한 발라드 곡과는 상당히 다르다. 미디엄 템포의 알앤비 장르 곡으로 활동적인 리듬 위로 아름다운 현악기가 멜로디를 따스하게 감싸주면서 곡 중간 중간 다채롭게 펼쳐지는 화성이 곡을 풍성하게 만든다. 따뜻하면서도 맑고 명량하다. 나비가 가사를 쓰고 멜로망스 정동환과 함께 작곡을 했다.
"동환이랑은 이번 봄에 멜로망스 '선물'을 리메이크하면서 친해졌어요. 동환이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기회가 돼서 같이 작업을 했어요. 기존에 나비 하면 이별 노래 발라드 고음 지르고 이런 이미지고 그런 걸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밝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동환이가 건반 치면 제가 멜로디 붙이면서 작업을 했어요."
"진솔한 가사를 써보자는 생각으로 지금 저의 상황과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아서 가사를 썼어요.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행복하고 즐겁지만 누구나 힘들고 우울한 시간도 있는데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듣는 분들도 그럴 때 이 노래를 듣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봄별꽃'이 계절적인 봄이 아니라 마음의 봄이에요."
나비는 누군가 위로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도구가 노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진심을 담아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떨군 고개가 많이 무거워 보여', '잠도 못 자 초점 없는 눈동자', '하늘은 밝은데 어깨는 굽어가' 등 지친 현실에서 찾은 '바쁜 하루 중 아주 잠깐이라도 고개를 들어볼래 작은 행복이 네 곁에 있으니' 등 희망찬 순간이 오롯이 전달되는 이유다.
나비는 앞으로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노래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한때 자신을 지치게 만들었던 성적보다는 사람들의 곁에 가까이 머물기만 하면 만족한다.
"중간 중간 슬럼프도 있었고 노래하기 싫은 순간도 있었는데 꾸준히 노래를 하고 낼 수 있는 건 내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그 분들이 옆에 계시는 한 끝까지 오래 노래하고 싶다. 1등 가수가 아니라 오래 친구처럼 같이 나이 들고 인생 이야기 하고 위로해 주고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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