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가수 1명 출연료 수천만 원...행사 무대 축소 '악순환 고리'
트로트 오디션 스타들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 열기로 확산됐다. 가수를 꿈꾸는 젊은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발라드보다 선호하는 분야가 됐다. 사진 왼쪽부터 김태연 김다현. /더팩트 DB, TV조선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오디션프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성공하면서 수많은 신예스타가 탄생했습니다. 환영할 일이지만 기존 시장 질서가 무너진 건 아쉽죠. 행사 페이가 최소 두 배 이상 폭등했잖아요. 어린이 가수 김다현 김태연도 개런티가 1500만 원이에요. 뭔가 기형적이라는 현실적 괴리감을 느끼죠."(중견가수 U)
지난주 필자가 쓴 칼럼<[강일홍의 클로즈업] 트롯 가수 '출연료 폭등', 부작용은 없나>에 여러 독자분들이 피드백을 줬습니다. 문자나 메일로 공감한다는 의견을 보내왔고, 몇몇 가수들도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속마음을 들킬까봐 차마 꺼낼 수 없었는데 강 기자님이 대신해줘 낯 뜨겁지만 속 시원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사자성어 중에 득시무태(得時無怠)는 어떤 일에서 좋은 시기를 얻었을 때, 태만하지 말고 더욱 근면하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연예인들은 흔히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로 자주 언급하곤 하는데요. 인기가 있을 때 더 열심히 뛰라는 거죠. 이는 또 언제든 인기가 식고 썰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 말이기도 합니다.
출연료가 폭등하면 무대가 줄어는 건 불변진리. 모 가수는 출연료를 앞세우며 의리와 약속을 저버려 눈총을 사기도 했다. MBN 보이스트롯 패널 출연 당시 김연자 남진 혜은이(사진 왼쪽부터). /보이스트롯 |
◆ '초심을 잃지 않겠다' 다짐도 인기 치솟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하남 미사리는 한때 '통기타 카페'의 상징이었습니다. 많을 때는 30여개의 카페가 불야성을 이뤘지만 지금은 겨우 1~2개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면서 유명 가수의 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습니다. 입소문이 나고 호젓한 데이트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카페가 생길 때마다 가수들의 몸값이 폭등한다는 거였죠. 라이브의 순수함 대신 상술과 개런티의 높낮이가 평가되면서입니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 가수들은 하루에 서 너 곳씩 교차 출연하며 수천만 원의 개런티를 보장받았습니다. 카페 주인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커피 값을 열 배 스무 배로 올렸습니다.
그래도 출연가수들의 고액 개런티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들었고 카페 업주들은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하나 둘씩 떠났습니다. 가수들도 빠르게 무대를 잃어갔습니다. 애초 가수들은 팬들과 노래할 공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행복했지만, 출연료 급상승에 장단을 맞추다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발등을 찍은 꼴이 됐습니다.
한때 번성했던 '미사리 라이브 카페촌'은 라이브의 순수함 대신 상술과 개런티의 높낮이로 변질되면서 붕괴됐다. 현재는 '열애' 등 1~2개만 추억의 명소로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더팩트 DB |
◆ 과거 미사리 카페촌 '몰락', 가수 개런티 인플레가 만든 '인과응보'
위상이 달라지면 누구나 평정심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인기가 생명인 대중 스타는 더 힘듭니다. 무명일 때는 '그저 알아만 봐줘도 고맙다' 싶어도 막상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치솟으면 달라집니다. '나는 절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되레 무명시절을 빨리 잊고 싶은 간사한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죠.
트로트 오디션 스타들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 열기로 확산됐습니다. 가수를 꿈꾸는 젊은 지망생들 사이에서도 발라드보다 선호하는 분야가 됐습니다. 말 그대로 트로트의 매력과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죠. 이처럼 트로트가 대중의 관심받는 주력 장르로 부상하면서 기성 가수들한테도 긍정의 신호가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박수만 칠 수 없는 속사정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수천만 원 대에 이르는 초대가수 개런티 비중이 너무 많다고 아우성입니다. 출연료가 폭등하면 무대가 줄어든다는 건 명확관화한 일입니다. 밀물에 과하게 노를 젓다가 아예 똑 부러지는 수도 있습니다. 미사리 카페들의 '흥망성쇠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