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핫플' 고깃집 운영하며 연기 병행…"좋은 영향력 끼치는 배우 되고파"
지난달 28일 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고깃집에서 배우 겸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강성하를 만났다. /이승우 기자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명배우의 아들이자 '야인시대'(2002)의 감초 조연 갈치 역을 맡았던 배우 겸 사업가.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강성하에 대한 수식어는 이 정도다. 공교롭게도 5년 여 운영한 사업조차 꽤 자리를 잡다보니 그마저도 과거형으로 불린다.
그러나 강성하는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다. 최근 영화 '리미트'에서 형사 역을 맡았고, 지난해는 영화 '뮤직 앤 리얼리티', 2년 전은 '천문'과 '걸캅스'에 출연했다. 또 이승준 감독의 차기작에도 캐스팅되면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조연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카메라 앞에 나선다.
어느덧 데뷔 25년차. 국민적 사랑을 받은 드라마 '전우'(1983)의 주연이자 아버지 故(고) 배우 강민호의 영향으로 인생 내내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강성하를 지난 주말 저녁 그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고깃집에서 만났다. 매장 오픈 전부터 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고기를 선별하고 식자재를 공수해왔다는 비장의 메뉴들과 함께 소주를 곁들였더니 조심스럽게 그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첫 데뷔는 '성장느낌'이라는 드라마가 맞지만 사실은 2년 정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준비했어요.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감사하게도 어린 나이에 연기를 하게된 것도 (아버지)덕분이었고, 어릴적 위인전이나 책을 읽을 때 아버지의 대본들이 함께 있길래 궁금해서 보게 된 것도 덕분이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대본에 써 있던 아버지만의 분석법을 보면서 대사를 따라해보기도 했고, 마치 오래된 노포식당의 대를 잇듯이 저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꿈과 목표가 된 것 같아요."
강성하의 대표작은 50% 시청률을 넘기면서 전국민적 사랑을 받은 드라마 '야인시대'다. 그는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패거리의 갈치 역을 맡아 열연했다. /SBS '야인시대' 영상 캡처 |
강성하와 나눈 몇 마디에서 그가 모든 것에 통달하고 해탈의 경지에 오른 '성인군자' 같은 인상을 받았다. 수줍은 소년같은 첫인상을 뒤로 하고 오랜 시간 간직해온 내면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꺼내져 나올 때,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통해 비춰지는 겉모습은 고사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 확고한 단단한 배우처럼 느껴졌다.
"데뷔를 한지는 오래됐지만 기간에 비해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연기가 가장 재미있어요. 시작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리고 이제 조금 진짜 연기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배우를 하는 것도 그냥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어떤 영향력을 얻게될 때 그 것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 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갈 무렵 손님들이 몰려 들어왔다. SNS에서는 이미 강남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레트로 콘셉트의 이 고깃집이 지난 5년 간 강성하가 공들인 사업의 결실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고깃집 프렌차이즈 제의나 메뉴에 대한 밀키트 제작 의뢰가 종종 들어온다는 그다. 그럼에도 연기와 사업 병행이 쉽지는 않을 터. 어린아이가 바로 뛸 수 없듯이 걸음마 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는 그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안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때가 많아요. 그래서 기도하면서 상담치료도 받고 운동과 회복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으니 서서히 가고자 하는 길이 더욱 선명해지고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 힘든 시간이 저를 더 성장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어느정도 루틴이 생겼죠. 집에서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부터 하늘이 나의 카메라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연기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죠. 사장님으로 불리는 것 역시 제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캐릭터로 비춰질 수 있어서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강성하가 2018년 SBS 예능 프로그램 '두발라이프' 황보라 편에서 '걷기 모임' 멤버들과 함께 출연했을 당시. 왼쪽에서 두 번째 보라색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강성하다. /SBS '두발라이프' 영상 캡처 |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아주머니가 대뜸 나오셔서 서비스 안주를 툭 주고 가셨다. 저 분이 어머니라는 강성하의 대답에 의자를 뒤로 제끼고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강성하의 어머니는 '야인시대' '용의눈물' 등에 출연했던 배우 배미자 여사다. 당시 톱스타였던 강민호와 결혼 후 잠시 연예계를 떠났지만 최근에도 드라마와 CF 등에 출연하면서 아들과 함께 사업과 연기를 병행한다.
"이 자리는 원래 어머니와 하던 국수집이었어요. 처음에는 다른 것을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국수집을 몇년 간 했었죠. 그 땐 정말 어머니랑 많이 다퉜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쉬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잘못 표현돼 아프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잘 지냅니다. 연매출요? 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웃음) 다른 자영업으로 저보다 잘하시고 더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기에 말하기가 민망하고 제 자신이 숫자로 무언가 얘기한다는 것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남자의 인생극장을 듣고 있자니 문득 그의 취미가 궁금해졌다. 강성하는 곧바로 "걷기"라고 답했다. 한창때는 잠원동부터 하남과 미사리 등지를 한강 산책길로 왕복했고, 걸으면서 느낀 행복감에 미소짓게 된 순간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8년 SBS 예능 프로그램 '두발라이프'에서 배우 황보라 등과 함께 걷기 모임을 갖는 모습이 대중에게 비춰지기도 한 그다. 다만 걷기를 시작한 계기는 의외였다.
"사실 걷기를 하게 된 계기는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예요. 너무 힘들어서 무작정 달렸거든요. 그렇게 한강을 3년 이상 겨울에도 쉬지 않고 달리다보니 강, 나무,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기도를 하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무언가를 하면서 멘탈이 회복되고 삶에 활력을 찾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너무 달려서 무릎과 발목, 연골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고 선배의 권유로 걷기 모임에 들어가 걷기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누구나 쉽지 않잖아요. 뭣도 모르고 덤볐다가 지치는 것처럼 조금씩 천천히 단련하다보면 견딜 수 있는 근육이 생기고 점점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점에서 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오르막길은 힘들지만 막상 오르면 이제는 즐길 수 있는 내리막길이 있잖아요. 삶이 그렇듯 비슷한 연기와 걷기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강성하가 취재진의 질문에 손짓을 섞어가면서 답변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
강성하의 지론들이 나타내는 분위기는 대체로 더디지만 꾸준했다. 그리고 과정을 즐기게 된 성장이 조화되면서 꽤나 잘 굴러가고 있었다.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부친과 역시 연기자 생활을 한 모친의 밑에서 스스럼 없이 자랐지만, 부모님을 포함한 선후배 배우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감탄했고 자신도 '그런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이 지금의 강성하를 만든 듯했다.
"저는 참 부족한 것이 많기에 늘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욱 노력해야합니다. 더디지만 그 시간의 과정도 사랑하기에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개인의 꿈을 이루기보다 묵묵한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걸어간다면 좋은 영향력을 가진 견고한 배우가 되리라 생각해요. 이게 제가 아직도 배우를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답한 강성하의 멘트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떠올렸던 수줍은 소년, 성인군자, 천천히 걸으면서 성장 중인 한 남자의 이미지들을 하나로 융합시켰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았다.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같아요. 이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모든 분들이 그렇듯, 저 또한 저의 영역에서 견디고 깨지고 넘어지고 또 가고 있어요. 이제는 저의 개인적 꿈을 이루는 배우가 아닌 지친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제 마음와 능력을 나눌 수 있는 한 사람이자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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