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속 희망 메시지 전한 작품, 생각할수록 먹먹"
배우 옥택연이 tvN 드라마 '블라인드' 종영 소감을 밝혔다. /51k 제공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옥택연이 아쉬움 가득한 '블라인드' 종영 인사를 전했다.
옥택연은 5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극본 권기경, 연출 신용휘)에서 끔찍했던 연쇄 살인 사건의 결말로 마침내 정의를 실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슴 먹먹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옥택연은 극 중 끈질기고 악착같은 형사 류성준으로 분해 전작 '어사와 조이'와 180도 상반된 매력을 보여줬다.
살인 사건의 누명을 쓴 류성준은 실제로 범인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더하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 용의자로 쫓기는 상황에서도 수사에 대한 집념을 내려놓지 못한 채 암암리에 진실을 좇는 모습으로 열혈 형사다운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희망복지원의 존재와 류성준을 오랜 시간 괴롭혀온 과거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에서 옥택연은 캐릭터의 고군분투와 감정의 변화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정윤재(박지빈 분)와 공범인 형 류성훈(하석진 분)과 부모, 염서장(정인기 분) 등 희망복지원을 둘러싼 모든 가해자들을 직접 체포하고 희망복지원의 진실까지 세상에 낱낱이 고하며 뜨겁게 활약한 것은 물론, 분노를 드러내면서도 그 이면은 오히려 차갑게 날 선 류성준의 감정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옥택연은 마침내 정의를 실현했음에도 오랜 시간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아이러니한 상황과 현시대를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다채로운 열연을 보여준 옥택연은 소속사 51k를 통해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한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과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 여러 가지 메시지가 있어 가슴 먹먹해지는 드라마였고 나 또한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블라인드'를 끝까지 지켜봐 줘서 감사드리고,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옥택연의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 ‘블라인드’를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시원섭섭하다. 2월부터 시작한 촬영이 8월쯤 끝났는데,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과 반년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도 큰 가르침을 줬던 작품이었고, 생각할수록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런 작품인 것 같다.
- '블라인드'의 어떤 점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는가. 류성준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 이유도 궁금하다.
류성준은 맥거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류성준이 범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 의심 때문에 더 마음이 끌리고 재밌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올바르고 올곧은 인물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섬뜩한 느낌도 줄 수 있어서 그 점이 흥미롭고 마음에 끌렸다.
- 스릴러 장르의 강력반 형사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가.
여러 가지 부분들이 있었지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눈빛이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어린 윤재 역을 맡은 배우의 눈빛에서 오묘한 느낌을 받았고 감독님께서도 그런 눈빛을 같이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 줬다. 살인마, 사이코패스 같은 섬뜩한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다.
- 류성준은 강력반 형사면서도, 살인 용의자 누명을 쓰고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미친개 일당에게 쫓기거나 형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장면 등 액션을 소화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는가.
그동안 전작에서도 피 분장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피 분장을 정말 많이 했고, 액션 장면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웃음) 하지만 함께해 준 액션 팀, 그리고 배우분들이 워낙 잘해 줘서 크게 다치지 않고 잘 찍을 수 있었다.
- 본인이 희망복지원 출신의 입양아라고 생각해 부모와 형 주변을 겉돌고 방황하는 모습 등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캐릭터 분석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어렸을 때부터 기억을 조작당한, 소위 가스라이팅을 당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불안함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을 거라고 분석했다. 또한 자신과 비교해 모든 것을 잘하는 형이 있고 그런 형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되돌아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들을 얻기 위해 부모보다도 형의 마음을 더 갈구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 촬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10화 중 백사장과 취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결국 백지은을 살해한 건 백사장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성준이 "당신 딸을 죽일 만큼 당신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 내가 그 사람 반드시 벌 받게 해줄게"라는 대사를 한다. 직전까지 백사장이 자신을 고문하고 죽이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로서, 또 본인이 가진 정의로 살인범을 다시 잡으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던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
- 드라마 속 류성훈, 조은기와의 공조 '케미'가 돋보였다. 메이킹 영상을 보면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와 하석진, 정은지 등 동료 배우들과의 친근한 모습들이 좋은 연기합을 만들었을 것 같은데, 실제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드라마 자체가 살인도 벌어지고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제작진들도 정신적으로 힘들고 어려웠을 텐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모든 배우분들이 텐션을 높이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만큼 배우들 간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 하석진, 정은지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고, 두 사람 덕분에 현장에서 끝까지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나도 평상시 극도로 높은 텐션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개의치 않고 잘 받아줬고, 셋이 너무나 잘 맞아서 현장 분위기도 잘 만들어진 것 같다.
- 희망복지원에서 죽었거나, 살아남았지만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류성준 캐릭터로 지낸 옥택연에게 결말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가.
류성준은 자신이 어렸을 때 희망복지원에서 입양됐다고 생각하고, 정신적으로 고문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온 인물이다. 물론 그것이 사실은 아니었지만, 성준이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컸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이 돋보였다. 정윤재나 형 류성훈이 했던 것처럼 복수를 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픔이 있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에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작품의 뜻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 옥택연 배우에게 ‘블라인드’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너무나도 어두운, 하지만 불편한 진실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는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 류성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 부탁한다.
성준아.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았다. 너의 인생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고 네가 가지고 있는 배신감, 후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너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쉬울 것 같아. 네가 가는 모든 미래를 응원해. 좀 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맞이하길 바랄게.
- 앞으로의 활동 계획. 어떤 장르나 배역에 도전해 보고 싶은가.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피와 죽음을 너무 많이 봤다. 새로운 작품은 재밌고 따뜻한 느낌, 평상시 옥택연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팬분들도 많았는데 끝까지 지켜봐 줘서 감사하다. 다음 작품은 더 밝은 역할을 맡고 싶다.
- 마지막으로 '블라인드'를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사랑해주신 시청자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우선 '블라인드'를 끝까지 지켜봐 줘서 감사하다. 많은 메시지가 들어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내가 감히 이런 드라마였으면 좋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여러분들에게 좀 더 신선하고 재밌는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좋은 연기, 즐거운 작품으로 여러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