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메시지와 배우 열연 만나…10월 26일 개봉해 관객몰이중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리멤버'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 분)가 60년 전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향해60년 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영화를 그린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80대 노인이 빨간 슈퍼카를 타고 누군가를 찾아 다닌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오랜 시간 '깐부'로 지낸 20대 청년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60년 전 다섯 손가락에 문신으로 새겨둔 글씨의 장본인들을 찾아가 총구를 겨눈다. '친일 복수극' 소재를 통쾌하고 트렌디하게 풀어낸 영화 '리멤버'가 늦가을 극장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 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다. 50대 배우 이성민이 80대 노인으로 분장하고 필주를 연기했으며, 내년 나이 서른으로 늦깍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배우 남주혁이 20대 청년 인규를 연기했다.
소재에서 오는 강렬한 메시지는 복수를 향해 달리는 빨간 슈퍼카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영화 전체를 통달한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죽음을 앞둔 노인이 친일파들에게 복수를 감행한다는 설정은 신선한 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들'에게 던지는 감독의 메시지 역시 날이 서있다. "친일 잔재 청산을 넘어 주인공의 사적 복수가 과연 옳은 것인가"는 질문에서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는 이일형 감독은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에 영화적이고 장르적인 장치를 섞어 관객들의 경종을 울리는 연출에 성공한 듯하다.
배우 이성민은 영화 '리멤버' 개봉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극 중 80대 노인 분장을 하고 목소리와 말투, 자세까지 연기하기 위해 평소에도 배역에 몰두하다가 실제로 목디스크에 걸렸다고 답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배우들의 열연은 메시지를 살린다. 배역에 몰두해 평소에도 필주처럼 지내면서 목디스크를 안았다는 이성민이 처절한 인생극장의 주인공을 훌륭하게 소화했으며, 남주혁은 감정에 힘을 준 눈빛과 표정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를 배가시켰다.
복수의 대상인 친일파 역들을 소화한 원로배우 박근형 박병호 송영창 문창길도 이성민의 복수의 칼날에 대응한 악인 연기를 연륜 있게 소화했다. 형사 역의 정만식, 사채업자 역의 양현민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쉬운 점은 신선한 소재와 메시지를 던지는 노력, 배우들의 분장 열연 등에 비해 다소 일차원적인 전개 양상이다. 복수극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과정이 다소 나열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락적 재미를 위해 집어 넣은 듯한 카체이싱 신이나 노인들의 무딘 액션 신 등이 크게 돋보여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리멤버'는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독립기념관에서 최초로 시사회가 열린 영화인 만큼 가슴 아픈 과거를 기억하거나 전해 들은 관객들은 물론, 연기 변신을 시도한 이성민의 연기력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영화를 추천한다.
한편 '리멤버'는 지난달 26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23만 명(31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한 소지섭 김윤진 나나 주연의 '자백'보다 앞서면서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이후 '자백'에 1위를 내준 후 2위 자리를 근소한 차이로 이어가고 있다. 러닝타임은 128분.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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