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여빈의 원동력, 자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
입력: 2022.10.28 09:00 / 수정: 2022.10.28 09:00

"의심하고 질문했지만 제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지 않았어요"

전여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에서 외계인이 보이는 홍지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전여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에서 외계인이 보이는 홍지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전여빈은 하얀 도화지에 매번 다른 색을 칠하듯 하나의 얼굴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전작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우고 돌아온 그는 '글리치'에 담긴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었다.

전여빈은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극본 진한새, 연출 노덕)에서 외계인이 보이는 홍지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작품에서 '너드미'를 강조한 의상, 헤어, 메이크업 등을 하고 나타난 그는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펼치며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시스템상의 일시적인 오류를 뜻하는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나나 분)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여빈은 다수의 지지보다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전여빈은 "다수의 지지보다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먼저 전여빈은 영화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 넷플릭스 '인간 수업'의 진한새 작가에 대한 관심과 믿음으로 작품을 택했다. 그는 "노덕 감독님의 오랜 팬이었고 진한새 작가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어요. 타이밍이 잘 맞아서 저에게 연락이 와서 신기했어요. 4회까지 대본을 받았고 다음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두 분에 대한 믿음을 갖고 모험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대본을 주신 것만으로 믿음과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죠"라고 회상했다.

단 4회였지만 캐릭터에게 끌리기에는 충분한 분량이었다. 또한 전여빈은 '외계인을 본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누구나 자신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는 외계인을 품고 산다'고 현실적으로 이해했고 그렇게 홍지효를 기다리고 있는 모험에 용기 있게 몸을 던졌다.

"저는 지효를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어요. 다만 환각인지, 실체인지 모를 외계인에 관한 경험이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받아들였죠. 대본을 읽으면서 다 큰 어른 안에 외계인을 목격한 어린아이가 보였어요. 요즘 말로 '어른이'라고 하나요. 사회적 위치가 있기 때문에 그 기준안에서 많은 걸 감내하는 지효에게 마음이 쓰였어요. 처음에는 답답할 수 있지만 지효에게는 절대적인 순간에 모든 걸 다 던지고 뛰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어요. 그게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죠."

전여빈은 연기 호흡을 맞춘 나나를 향해 좋은 배우다. 연기하는 게 편했다고 칭찬했다. /넷플릭스 제공
전여빈은 연기 호흡을 맞춘 나나를 향해 "좋은 배우다. 연기하는 게 편했다"고 칭찬했다. /넷플릭스 제공

작품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그 자체로 느껴졌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글리치'는 남자친구의 실종과 함께 사이비 종교의 진실을 파헤치는가 하면, 서로를 지켜보고 또 지켜주는 지효와 보라의 성장 스토리로 이어진다. 외계인과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보다 자신의 눈앞에 놓인 외계인이 진짜인지 허상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지효가 외계인의 실존 여부와 함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찾는 여정에 집중한다.

이렇게 뚜렷한 메시지를 띄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버디물, SF,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띄고 있다 보니 다소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전여빈은 "다수의 지지보다 소수의 진한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빈센조'를 끝낸 저의 일상에 또 다른 한 줌의 '글리치'가 된 작품이에요. 작품을 할 때마다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이 들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외적인 모습은 같지만, 내적인 면은 달라지잖아요. 그런 모험을 한 거 같아요."

'글리치'라는 모험을 끝낸 전여빈에게 달라진 점은 바로 소중한 동료 나나, 노덕 감독, 진한새 작가다. 그는 "나나는 겉으로 시크해보이지만 여리면서도 쿨해요. 제가 의지하고 위로받은 순간이 많았죠. 그 친구는 대본에 충실하면서도 솔직하게 반응해줬어요. 억지로 꾸며내지 않았죠. 좋은 배우고 나나와 연기하는 게 편했어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나선 전여빈은 양조위와 저녁 식사를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넷플릭스 제공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나선 전여빈은 양조위와 저녁 식사를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넷플릭스 제공

그런가 하면 전여빈은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로 나서며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개막식을 끝내고 배우 양조위와 저녁 식사를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돌아왔다.

"양조위 선배님은 '만약에 내가 배우가 된다면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할 정도로 완벽한 영화적인 순간을 보여주신 분이에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세요?'라고 물어봤는데 '나는 행운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좋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그 태도를 본받고 싶었어요. 선배님은 자신의 마음에 집중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랜 내공을 쌓은 분들도 결국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기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국 영화계에 너무 멋진 시기가 온 거 같다. 여러분이 그 행운을 잡았으며 좋겠다'고 독려해주셨어요."

2015년 영화 '간신'으로 데뷔한 전여빈은 영화 '죄 많은 소녀' '해치지 않아', 넷플릭스 '낙원의 밤', 드라마 '멜로가 체질' '빈센조'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다채로운 면모를 드러내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빈센조'에서 독종 변호사 홍차영으로 분했던 그는 방송 초반, 코믹 연기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주춤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연기를 펼친 그는 마치 제 옷 입은 것 같은 소화력을 보여주며 금세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렇게 캐릭터를 온전히 흡수하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는 단단함을 지닌 전여빈에게 그가 양조위에게 했던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연기는 혼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를 만나냐에 따라서 매번 다른 빠르기와 호흡으로 변하기 때문이죠. 저는 그 과정을 거부하지 않고 다 흡수하려고 해요. 물론 저의 확신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저의 것만을 주장하려고 하지 않아요. 이는 제가 가장 경계하는 태도예요."

전여빈은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속으로에서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한준희와 권민주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전여빈은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속으로'에서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한준희와 권민주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매 작품 신선하고 강렬한 캐릭터로 변주하는 전여빈의 도전에는 '자신을 믿는 힘'이 자리하고 있었다. 선택하는 게 아닌, 선택 받아야 하는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부터 누구보다 가장 자신을 믿으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강인한 힘이 있는 한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한준희와 권민주 역을 맡은 전여빈은 얼굴은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두 인물을 연기한다. 이제 전여빈이 펼칠 활약에 의심은 없다. 오직 믿음과 기대뿐이다.

"처음 배우가 되고 싶었을 때 저를 의심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선택받는 직업이고 저의 재능을 한 번에 증명할 수도 없었죠.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저라도 저를 믿으려고 했어요. 힘든 순간도 있었고 늘 의심하고 질문했지만, 제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지 않았어요. 무한한 믿음을 주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늘 잘한다는 건 아니지만 계속 용기를 북돋아 줬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흔들리기 마련이에요. 고민하는 순간도 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저를 믿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딱 한 가지 확실한 건 타인이 나에게 주는 평가는 마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저는 절 컨트롤 할 수 있잖아요. 이를 끊임없이 믿으려고 했죠. 제가 버텨온 시간을 존중해요.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를 잘 살아온 것, 그리고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저를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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