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개 숙인 하정우, 다시 시작될 '다작 행보'
입력: 2022.09.22 06:00 / 수정: 2022.09.22 06:00

'2년 반 만에 복귀' 하정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되짚어봤다"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2년 반 만에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2년 반 만에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 자리를 통해 기자님들과 많은 시청자들께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죄송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하정우 인터뷰가 진행됐다. 시간에 맞춰 조용히 등장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준비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작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하정우는 자신의 논란에 대해 피하거나 숨지 않았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 오랜만에 인사드리면서 일전에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올렸어야 했는데 제 생각에는 홍보사를 통해 인터뷰 요청을 드리고,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다시 한번 죄송했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 인터뷰 등 연예계 각종 행사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오고 있었지만, 넷플릭스 작품 인터뷰는 여전히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그러던 중 약 3년 만에 대면 인터뷰의 시작을 알린 건 바로 하정우였다. 이를 직접 요청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하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클로젯' 이후 2년 반 만에 하는 인터뷰라 상당히 어색하고 낯설어요. 물리적으로는 2년 반인데, 시간이 더 지난 느낌이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어요. 그런데 기존에 했던 것들이 다 멈춰지니까 정말 긴 시간이 흐른 느낌이더라고요. 이 자리도 낯설고 어렵지만, 대면하겠다고 했어요."

하정우는 이 자리를 통해서 기자님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가장 먼저 사과의 말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하정우는 "이 자리를 통해서 기자님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가장 먼저 사과의 말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쉴 새 없이 달려왔다'는 표현은 하정우의 필모그래피가 증명하고 있다. 그의 '다작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는 다름 아닌 지난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20년 2월 개봉한 '클로젯' 이후 긴 자숙의 시간을 보낸 하정우는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극본 윤종빈·권성휘, 연출 윤종빈)에서 희대의 사기꾼인 마약상에게 뒤통수를 마즌 수완 좋은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 역으로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숨거나 피한 건 아니에요.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죠. 다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어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시작으로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짚어봤죠. '열심히 뛰어다니는 게 다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반성했어요. 기준이나 시선은 다양하고, 제 자신이 너무 느슨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사는 내가 이러한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에게 먼저 제안할 정도로 '수리남'에 큰 매력을 느꼈고, 윤 감독은 '공작'을 끝내고, '수리남'을 시리즈물로 다시 제안했다. 자연스레 하정우가 강인구 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제작에 돌입했고,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만남과 윤 감독의 첫 시리즈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주로 스크린에서 활약했던 하정우는 2007년 '히트' 이후 15년 만에 시리즈물로 컴백했다. 배테랑 배우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현장이었다. 그는 "감독님과 제작진들이 영화를 만들다 보니까 일 처리 속도가 있어요. 시작 시간보다 30분 일찍 다 끝내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대사량이 엄청 많았고, 하루에 소화해야 할 컷 수도 많았어요"라고 회상했다.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강인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강인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넷플릭스 제공

"극 중에 첩자를 가려내는 장면이 있는데, 이틀 동안 진 빠질 정도로 집중했어요. 여러 각도에서 찍다 보니까 텐션 유지를 안 하면 튀더라고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그리고 1부 마지막 장면이 저의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아침 6시에 끝나서 오후 1시에 바로 도미니카를 탈출했어요. 잠도 안 자고 제일 빨리 나갔죠. 빨리 벗어나고 싶었어요. '드디어 여길 떠난다'는 벅찬 감정이 표정에 드러났어요(웃음)."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6부작으로 펼쳐진 빠른 전개에 하정우와 황정민의 연기 호흡이 더해지니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여러 번 작품에서 만났을 법한 하정우와 황정민의 투 샷이 '수리남'에 처음 걸렸다. 하정우는 "황정민 선배는 평소에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에너제틱한데,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는 에너지를 응축하는 것처럼 조용하시더라고요. 마음을 준비하고 다스리는 게 선배의 루틴인 거 같아요"라며 "에너지나 임하는 자세가 엄청났어요. 모든 게 다 릴랙스돼 있었고, 계속 배려해주셨어요"라고 처음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또한 함께 연기한 다른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하정우는 "연석이도 능글맞게 잘했어요. 해수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리딩을 하고 초반 장면 찍을 때 '되게 캐스팅을 잘했다. 윤 감독이 잘 찾아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진이는 '찰떡'이었고요"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수리남을 시작으로, 다시 다작 행보를 펼치며 대중들과 만날 계획이다. /넷플릭스 제공
하정우는 '수리남'을 시작으로, 다시 '다작 행보'를 펼치며 대중들과 만날 계획이다. /넷플릭스 제공

그런가 하면 윤 감독과 오랜 인연도 빠질 수 없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윤 감독은 매력적이고, 신뢰가 간다"고 애정을 드러낸 하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으니까 아무래도 윤 감독에게 영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죠. 그리고 성취보다는 추억이 뒷받침되다 보니까 이야깃거리가 많이 있어요. 너무 감사하죠"라고 덧붙였다.

'수리남'으로 복귀한 하정우는 멈춰있었던 '다작 행보'를 다시 이어갈 전망이다. 영화 '피랍' 촬영을 끝내고 귀국한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오는 11월 다른 작품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암살',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세 편의 천만 영화를 보유한 하정우는 '소정우'라 불릴 정도로 그동안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다작과 동시에 흥행까지 보증된 그가 2년 반 동안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 성장하고 집중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기에, 앞으로 그가 보여줄 행보가 더욱 기대됐다.

"그동안 제가 좋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저와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어떤 위기나 절망적인 순간에는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이를 꽉 깨물기도 했죠. 작든 크든 모든 마음은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생기는 거 같아요. 2년 반 동안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어요. 그러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봤고, 제일 중요한 건 배우로서 더 성장을 이뤄내는 삶을 살아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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