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투병중 최근 별세, 애절함 더한 안타까운 인생 유작
'오늘같은 밤이면'의 주인공 박정운이 지난 17일 향년 57세로 생을 마감했다. 가수로서는 한창 활동할 젊은 나이여서 그를 향한 팬들의 안타까운 시선도 그만큼 컸다. /박정운 3집 재킷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박정운은 87년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면서 처음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이후 오석준 장필순과 함께 자신의 성을 딴 프로젝트 그룹 '오장박'으로 활동하며 '오늘같은 밤이면' '먼 훗날에' 등을 히트시켰다.
박정운이 최근 간경화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향년 5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가수로서는 한창 활동할 젊은 나이여서 그를 향한 팬들의 안타까운 시선도 그만큼 컸다.
고 박정운은 재작년 간경화와 당뇨 진단을 받았으며 간의 50%가 망가져 간 수술을 위해 입원했고, 수술 후 몸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투병 중에도 "젊은 시절의 맑은 목소리가 그립다"며 재활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노래는 여전히 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91년 발표한 2집 '오늘같은 밤이면'이 큰 사랑을 받았고, 3집 '먼 훗날에'도 히트했다. 그의 인생곡은 물론 첫 히트곡인 '오늘같은 밤이면'이다.
'얼마나 그댈 그리워하는지 몰라 더이상 외로움 난 견딜수 없고/ 언제나 어두운 밤이 찾아올때면 살며시 그대 이름 부르곤 했어/ (중략) 언젠가 그대의 두 손을 잡고서 함께 걸어 갈테야/ 오늘같은 밤이면 그대를 나에 품에 가득 안고서/ 멈춰진 시간속에 나 그대와 영원토록 머물고 싶어'(박정운의 '오늘같은 밤이면' 가사)
박정운은 2002년 7집 '땡큐' 이후 신곡을 내지 않고 한때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15년만인 2017년 2월 KBS 2TV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하며 대중 앞에 선 바 있다. /KBS '불후의 명곡' 캡쳐 |
이 곡은 박정운이 직접 작사 작곡 가창한 원곡자로, 느낌부터 애절하고 간절하다. 노래 가사의 포인트는 그리움이다. 이별후 누군가를 향한 나홀로 부르짖는 속내가 애처롭다. 박정운은 고음부에서 끊김 없이 자유롭게 내지르는 창법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90년대까지 MBC 10대 가수상과 KBS 가요대상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2002년 7집 '땡큐' 이후 신곡을 내지 않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2017년 2월엔 KBS 2TV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바 있다.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를 향한 팬들의 반가움이 커질무렵 안타깝게도 그는 가상화폐 사기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다. 2018년 재판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이후 새 음반을 내기 위해 음악 작업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간경화 등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그와 앨범을 함께 준비하던 가수 박준하는 "박정운의 생전 목소리를 복원해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정운은 '너를 처음 만난 그때'의 박준하, '입영열차 안에서' 김민우,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조정현 등과 함께 1990년대 초반 가요계 인기를 주도했다. 2001년에는 당시 주역들인 박준하, 김민우, 조정현 등과 '회귀'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