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우 최초로 美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쾌거'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美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이정재가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추가했다.
13일(한국 시간)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 이하 에미상)에 참석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과 브라이언 콕스, '세브란스:단절'의 아담 스콧, '오쟈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베터 콜 사울'의 밥 오든커크라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이정재는 비영어권을 넘어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이 됐다.
이날 무대에 오른 이정재는 "신과 에미상, 넷플릭스에게 감사하다. 또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탄탄한 극본과 멋진 연출, 창의적인 비주얼로 구현해주신 황동혁 감독님과 '오징어 게임' 팀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영어로 소감을 전한 뒤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신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저의 소중한 팬들과 이 기쁨을 나누겠다. 감사하다"고 한국어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개 후 전 세계 1억 4000만 명이 시청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이정재는 큰돈이 절실해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가한 성기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주로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극의 묵직함을 더해오던 그가 '오징어 게임'에서 선보인 '성기훈'이란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줬다.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후줄근한 초록색 트레이닝 복을 입은 그는 운동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달고나를 깨는 등 지질한 면모를 가감 없이 발휘하며 신선한 자극을 안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美 에미상에서 6관왕을 차지했다. /넷플릭스 제공 |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정재는 '전성기'를 뚜렷하게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매 순간 톱스타의 길을 걷고 있던 배우다. 1995년 '모래시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1998년 영화 '태양은 없다'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굵직한 한 줄을 남겼다.
또한 이정재는 '도둑들' '암살' '신과 함께 - 죄와 벌' '신과 함께 - 인과 연'으로 4개의 천만 관객 돌파 영화를 보유하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의 수와 비례하게 남긴 숱한 명대사와 '인생캐'다. 데뷔 이후 매 작품 틀에 갇히지 않는 연기로 자기 변주를 꾀한 이정재의 활약은 곧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이후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을 만나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기 시작했다. 언어의 장벽을 가뿐하게 넘은 그는 미국배우조합상(SAG)을 비롯해 스피릿어워즈와 크리틱스 초이스 등 미국 유수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예정된 차기작 또한 글로벌 스타의 행보 그 자체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은 '오징어 게임' 출연에 이어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이정재는 상상 그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렇게 '배우 이정재'로서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그는 자신의 데뷔 첫 연출작 '헌트'로도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개봉 전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헌트'는 제47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를 비롯해 판타스틱페스트 2022와 제55회 시체스 영화제, 제36회 판타지필름페스트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정재와 '오징어 게임'은 작품의 가치뿐 아니라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또한 이정재의 발자취가 곧 K-콘텐츠의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형'인 이정재의 글로벌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이날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황동혁 감독이 비영어권 최초로 감독상을 품에 안았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에서 이유미의 여우 게스트상을 비롯해 프로덕션디자인상과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까지 총 4개의 수상했던 '오징어 게임'은 이로써 에미상 6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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