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본방 '미스터트롯 영웅들의 탄생' 눈가리고 아웅 '지적'
TV조선이 방영 중인 '미스터트롯 영웅들의 탄생'은 2년 5개월 전에 방송된 '미스터트롯'을 본방 편성한 것인데 구성이나 형식 등 오리지널과 달라진 게 없다. 재탕임에도 평균 4~5%대의 시청률을 지키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우리 이혼했어요'(우이혼)는 2020년 11월 20일부터 지난해 2월15일까지 총 13부작으로 방영됐다. 첫 회에 이영하 선우은숙 이혼 부부가 출연하면서 방송가 이슈와 화제를 선점했다. 연예계 스타 부부의 이혼 배경과 비하인드를 되짚어보는 '우이혼'은 방영되자마자 기존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파격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선 부부와 함께 유예린-최고기, 박혜영-박재훈, 이하늘-박유선, 김동성-인민정 커플이 스토리를 이어갔고, 1년 여의 공백기를 거친 뒤 올 4월 8일부터 7월 1일까지 시즌2가 방영됐다. 시즌2에서는 일라이-지연수, 나한일-유혜영, 최고기-유예린, 조성민-장가현 커플이 3개월간 이끌었다. 역시 최고 시청률 7%(닐슨 기준)를 넘기며 종편 예능의 자존심을 지켰다.
TV조선이 2020년 11월부터 방송한 '우이혼'은 첫 회부터 분당 최고 시청률이 14.7%까지 치솟았다. 2년 뒤 주요 출연자인 선우은숙이 TV조선 편성관계자한테 전화해 "제발 재방송 좀 그만 멈춰달라"며 고충을 호소했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TV조선 '우이혼' |
◆'우이혼' 출연자 선우은숙, "제발 재방송 좀 멈춰달라"고 호소
수훈갑은 뭐니뭐니해도 1호 커플 선우은숙-이영하 부부다. 방송 당시 '자존심 강한 두 주인공을 제작진은 어떻게 섭외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들 정도였다. 특히 이영하는 이혼 이후 아예 방송활동을 접었을 만큼 대중매체 등장을 극도로 꺼렸던 터다. 첫 회부터 분당 최고 시청률이 14.7%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컸다는 반증이다.
선우은숙이 TV조선 편성관계자한테 직접 전화해서 "제발 재방송 좀 그만 멈춰달라"고 호소했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우이혼'의 무차별적 반복 재방에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느낀다는 항변이었다. 방송사로선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심한 커플들이 한없이 고마운 상대이고, 그들이 이 일로 추후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지 않게 하는 건 최소한의 예의이고 배려다.
'더 쎄고 더 강하게 돌아온 시즌 2'. TV조선 본방 편성 '미스터트롯 영웅들의 탄생' 소개에 들어가면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하는 대신 올 하반기 제작 예고를 알린 '미스터트롯2'의 안내 문구가 나온다. /'미스터트롯 영웅들의 탄생' |
◆'영웅들의 탄생', 정체성 없는 리바이벌 편성으로 시청률 장사
TV조선에서 방영 중인 '미스터트롯 영웅들의 탄생'은 아예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2년 5개월 전에 방송된 '미스터트롯'을 그대로 본방 편성한 것인데 구성이나 형식 등 오리지널과 달라진 게 없다. 미공개 비하인드 추가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보는 미스터트롯' 형태로 별도의 진행자가 해설을 곁들여가며 감동을 되집어보는 포맷도 아니다.
KBS가 코로나 팬데믹에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의 과거 방영분을 재편집해 방영한 바 있지만, '영웅들의 탄생'은 아예 새것처럼 둔갑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상 완전 재탕임에도 시청률은 6.45%(닐슨코리아)로 출발한 뒤 평균 4~5%대를 지키고 있다.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이 2~3%대인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거저 먹는 '수지맞는 장사'인 셈이다.
우려먹기는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는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사골우리기'란 표현이 있지만, 보통 하나의 요리 재료를 맛이 옅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우려내 뽑아먹는 걸 말한다. TV조선은 최근 서혜진 PD와 결별 후 상당수 스태프들이 함께 빠져나가 편성 프로그램이 대폭 감소한 상태다. 우려먹기든 돌려막기든 창의적 콘텐츠 부재가 만든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