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햇살', 감사하지만 책임감 느껴...'우영우'는 '한 줌의 빛'"
배우 하윤경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할 때는 영우의 말에 집중하는 수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얼굴이었고,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뚜렷하게 전할 때는 매사 똑 부러지는 선빈('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겹쳐 보였다. 화끈한 대답과 함께 환하게 웃어 보일 때는 다인('O'PENing - 오피스에서 뭐하Share?')이 같았다.
배우 하윤경과 대화를 나눠보면 자연스레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훑을 수 있다.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강단 있었고, 무던할 것만 같은 성격에는 발랄함이 묻어 나왔다. 이 같은 반전 매력은 그의 다음 행보를 예측할 수 없게 했고,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응원하게 했다.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22일 하윤경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하윤경은 취재진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고, 9명의 취재진은 짧게 인사를 나눈 후 그를 가운데 두고 'ㄷ'자 형태로 둘러앉았다.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휴식을 가지고 있는 기분이에요. 끝나서 시원섭섭하고, 배우들도 보고 싶어요. 제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남고요. 하지만 시청자분들이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벅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하윤경은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이자 법무법인 한바다 동료 최수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방송화면 캡처 |
하윤경은 지난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 분)의 로스쿨 동기이자 법무법인 한바다 동료인 최수연 역을 맡아 활약했다.
'우영우'는 처음부터 주목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ENA라는 신생 채널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의 성장 과정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0.9%의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한 '우영우'는 박은빈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힐링 스토리로 3회 만에 입소문을 탔고, 최종회 17.5%로 이제껏 본 적 없는 시청률 상승 곡선을 완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을 때 '우영우' 팀은 후반부 촬영 중이었다. 뜨거운 인기에 쉽게 들뜰 법도 했지만, 배우들은 더욱 신중했고 조심스러웠다. 하윤경은 "다들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한순간에 휘둘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늘 하던 대로 촬영에 임했죠. 실감이 안 났어요"라고 회상했다.
작품은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수연은 로스쿨 시절 영우에게 느꼈던 질투와 열등감을 고백하고, 때때로 핀잔도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내식당에 영우가 좋아하는 김밥이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영우를 도와주다 보면 자신이 뒤처져 있는 현실을 마주하기에 인간적인 고민과 문제를 느끼지만, 따뜻한 심성으로 영우를 지켜준다.
이를 가장 잘 느꼈던 영우는 수연에게 '넌 봄날의 햇살 같아'라고 말했고, 담백하게 흘러간 두 사람의 대화는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이는 영우와 수연의 관계성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또한 영우를 향한 수연이의 행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 만큼, 이날 인터뷰에서도 '봄날의 햇살'은 빠질 수 없었다.
하윤경은 "나에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봄날의 햇살'같은 작품"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방송화면 캡처 |
하윤경에게 '봄날의 햇살'은 바로 '우영우'였다. 늘 오디션을 보며 선택되기를 기다렸던 그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첫 작품이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랑과 함께 '인생캐'까지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배우는 불규칙한 직업이고, 인기도 한순간이에요. 하지만 제가 앞으로 막막한 현실을 마주해도 '우영우'의 기억을 발판 삼아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그런가 하면 하윤경은 '봄날의 햇살'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머쓱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았고 최수연의 고민과 선택은 결국 하윤경이 바라는 삶의 방향성과 일치했다.
"정의롭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늘 잘 해내고 싶어요. 물론 그게 앞서 나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걸 전파하려고 하는 게 수연이와 저의 닮은 점인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친구들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편은 아니에요. 행동으로 챙겨주는 '츤데레'인 것도 닮았어요. 대중들께 '봄날의 햇살'로 불리니까 앞으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처음 수연이를 봤을 때보다 더 좋은 시선으로 봐주시는 거 같아서 감사해요. 물론 책임감과 부담도 느끼지만요(웃음)."
또한 다른 점도 분명했다. 하윤경은 "저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것)'는 아니에요. 사람을 오래 지켜보고 만나는 신중한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수연이는 감정적인 것 보다 감성적인 게 큰 거 같아요. 자기 마음에 무언가 터치가 되면 바로 마음이 열리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하윤경은 "지금처럼 편안하고 수수하고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에는 자칫 어긋나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을 평등하게 바라봤고, 매회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교훈이 아닌 질문을 던졌다. 강압적이거나 뻔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게 '우영우'는 깊은 공감과 여운을 안기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저희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한 줌의 빛'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우영우'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각자의 경험과 맞닿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위안이 됐으면 좋겠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앞날을 비춰주는 빛이 됐으면 좋겠어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은 하윤경의 활약은 이제 시작이다. 담백하면서도 세심한 연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그는 "앞으로 더 잘되면 좋겠고, 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똑같고 싶어요. 지금처럼 편안하고 수수하고 인간적인 사람이고 싶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배우들은 잘된 작품 이후의 작품을 정말 고민해요. 하지만 저는 너무 고민하지 않기로 했어요. 분량이나 캐릭터의 결 등 정말 많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작품을 선택하고는 하는데, 여기에 너무 얽매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마음이 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요. 앞으로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생각할 거리를 주고 여운이 남는 작품을 좋아해요. 물론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도 좋고 해보고 싶죠. 하지만 한 장면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더 선호해요. 제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배우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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