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문정희'] 25년 차 배우가 전하는 새로움과 설렘
입력: 2022.08.31 00:00 / 수정: 2022.08.31 00:00

영화 '리미트'서 빌런 혜진 역 열연…"여전히 배우로 불리는 게 어색해"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문정희를 만났다. /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제공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문정희를 만났다. /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연기경력 25년 차의 베테랑 배우 문정희를 만났다. 최근 연이어 빌런 역을 맡으면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만큼 물오른 연기력에 대한 원동력이 무엇인지 진심 어린 답을 듣고 싶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연기에 대한 애정과 사랑하는 가족, 현장에서 주는 새로움과 설렘이다. 아직도 배우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다는 베테랑 배우의 입에서 나온 답변은 인터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물들였다.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답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여유도 느껴졌다.

고요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한 사람 문정희와 달리, 그는 영화 '리미트'에서는 무자비한 빌런 혜진으로 분해 열연했다. 혜진이라는 인물이 빌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명분과 그에 대한 서사가 필름 안에 모두 담기지 않아 아쉬었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을 대중에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고 답했다. '리미트'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쫄깃한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매력 있는 영화라며 웃었다.

-시사회를 마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지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봤다. 2020년에 촬영을 하고 작년에 한 번 보긴 했는데 이제서야 개봉이 되다보니 편할 줄 알았는데 떨리더라. 저에 대한 캐릭터가 어떻게 보일 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성들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라는 것을 막 내세우고 싶진 않은데,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보니 구성적으로 대중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진서연이 우리 영화를 '엄마판 테이큰'으로 밀고 있다. 저도 좋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연기적인 면이나 영화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너무 기대되고 떨린다. 흐름을 잘 탔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개봉을 하고 코로나 검사도 자주 하고 있다. 떨리긴 한데 잘 됐으면 좋겠다.

-'리미트'에서 메인 빌런 혜진 역을 맡았다. 극 중 무자비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그런 혜진에게 명분이 있다면.

혜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제가 출연했던 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을 쓴 노자와 히사시 작가가 쓴 드라마 시나리오가 원작이다. 원작 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 '연애시대'는 너무 로맨틱한 작품인데 어떻게 이런 스릴러를 썼을까 감탄했다. 한국판으로 바꼈을 때 스피디한 스릴러로 바뀌었다. 여기서 혜진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그냥 빌런이나 악당이 아닌 나름대로 동생 준용(박명훈 분)을 끝까지 보호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한 오누이라는 점이 돋보였다. 동생에 대한 왜곡된 집착과 사랑이 또다른 모성애에 대한 명부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모성애가 보여지길 바랐다는 것에 끌렸다.

문정희는 영화 리미트에서 아이를 납치한 유괴집단의 리더 혜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제공
문정희는 영화 '리미트'에서 아이를 납치한 유괴집단의 리더 혜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제공

-전화에서 아이를 납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이 남성으로 착각하게 변조된 것 같았는데.

제 첫 등장이 목소리였기 때문에 등장에 안도가 돼야했다. "아진이를 데리고 있습니다"가 첫 대사인데 이 대사만 연습량이 굉장히 많았다. 음성변조에 대한 부분도 성별을 모르게 하고 싶었고, 젊고 힘있는 남성의 목소리이고 싶었다. 억양이나 어투, 이런 것들을 연습했다.

또 아이를 납치한 범인이 그룹이 아니길 바랐다. 생각보다 어렵더라. 감독님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억양을 전혀 이상하게 내고 목소리를 이상하게 내보기도 했다. 그걸 중립화시키는 게 어렵더라. 제가 목소리가 낮은 편이데 더 낮게 해보려고도 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이정현, 진서연과 대치하는 신이나 갈등을 겪는 신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강렬한 액션 신도 있었는데 부상은 없었는지.

제가 정체를 숨긴 빌런 역이다보니 이정현 진서연과 현장에서는 한 번씩 밖에 만나지 못했다. 서연 씨는 병원에서, 정현 씨는 끝까지 안만나다가 마지막 액션 신에서 만났다. 촬영장에서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세 분 다 영화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니 각 자의 역할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계셨다. 모두 추앙한다.

정현 씨는 워냑 야무지다. 극에 대한 흐름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배우다. 서연 씨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워낙 똑똑하신 것 같다. '독전'에서도 그렇지 않았나. 내가 해야하는 게 무엇인 지 정확하게 아는 배우다.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다. 박수쳐주고 싶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처음으로 총(?)을 맞아봤다. 진짜 아프더라. 피가 미리 세는 바람에 여러번 촬영을 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가슴에 멍도 들더라. 아픈 거는 장면만 잘 나오면 배우들은 만족한다. 합을 맞추는 액션이 아니라 막 넘어지고 헛발질하는 그럼 싸움이라 쉽진 않았다.

정현 씨도 장면들에 대한 욕심때문에 몇 번을 다시 가자고 하시더라. 대부분 새벽에 촬영했다. 저희가 동해에서 찍었는데 첫 날은 조용히 찍고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많이 구경하러 오셨다. 이 분들이 막 박수치는 바람에 다시 찍기도 했다. (웃음) 스턴트가 거의 없는 영화다. 거의 대역이 없다시피 해서 뿌듯했다.

25년차 배우 문정희의 원동력은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사랑하는 가족, 현장이 주는 새로움과 설렘이다. /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제공
25년차 배우 문정희의 원동력은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사랑하는 가족, 현장이 주는 새로움과 설렘이다. /제이엔씨미디어그룹 제공

-'숨바꼭질'을 시작으로 최근 작인 '타임즈', 이번 '리미트'까지 모두 강렬한 빌런 역을 맡았다. 문정희 하면 아직도 '연애시대' 정유경을 떠올리는 분도 많은데 다시 멜로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지.

너무 하고 싶다. 멜로는 모든 배우들의 꽃이지 않을까. OTT 덕분에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배우로서 바람은 너무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다만 어떤 장르의 멜로가 중요하지 않을까.

코미디도 너무 하고 싶다.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쫙쫙 달라 붙는 생활연기에 장르화가 된 사람 냄새나는 코미디다. 거기서 류승룡 선배 역할을 하고 싶었다. 젠더에 대한 선입견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던 것 같다. 빌런 역시 또 하고 싶다. 역할보다는 시나리오가 재밌다면 빌런이든 선역이든 뭐든 좋다.

-어느덧 25년 차 배우가 됐다. 문정희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경력도 생기고 하니 쉴 때 일하고 싶고 일할 때 쉬고 싶고 이런 것에서 확 벗어나게 됐다. 매 순간이 귀하다. 쉴 때 너무 좋고 일할 때 너무 좋다. 내가 어떻게 이런 좋은 배우들과 순간을 고생하고 촬영하면서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갈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해결하려고 서로 머리 싸메고 이런 것도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고요하게 있을 때 또 너무 기쁘다. 갑자기 이런 얘기하자니 웃기긴 하지만 저와 남편, 강아지 이 셋이 이게 저의 힘이다. 다 떠나서 저란 존재가 좋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주름이 생기는 것도 좋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좋다.

저는 아직도 배우라는 얘기를 들으면 어색하다. 죽을 때까지 그러지 않을까. 강아지 산책시키고 요리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이런 일상에 있다가 연기하고 일하고 그런 과정의 삶이 재밌고 신기하다. 故(고) 김영애 선생님을 존경한다. 선생님과 '판도라'를 함께 찍었는데 첫 촬영할 때 선생님이 손을 벌벌 떠시더라. 그 연세와 그 경력에 분도 떠시는 걸 봤다. 그런데 그게 연기적으로 떨리는 게 아니라 설레서 떠시는 것이었다.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알겠더라. 현장이 주는 새로움과 설레임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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