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로또 접선 코믹극 '육사오' 주연 맡아
1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육사오' 주연을 맡은 배우 고경표를 만났다. /싸이더스 제공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고경표는 전역 후 많은 것들이 바꼈다고 답했다. 군 복무 중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지만, 이를 계기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코미디보다 멋있는 역할만 하고 싶었던 젊은 배우에서 다양한 작품 속 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고경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으로,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에 청년들의 솔직하고 순수함을 녹여낸 코미디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그는 '육사오'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된 말년 병장 천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공교롭게도 전역 후 첫 작품에서 다시 군복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인터뷰에서 "군 생활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군 복무를 하면서 겪었던 감정과 연기에 대한 진심을 전할 때도 의연해 했다. 머리를 싸메고 봐아할 텐트폴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는 와중에 조금은 가벼울 수 있는 코믹극의 주연을 맡았지만 '오히려 좋다'는 말이 요즘엔 가장 좋다며 밝게 웃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육사오'에서 다시 군복을 입고 연기를 했는데 시나리오 선택 배경이 궁금하다.
우선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흐름이 예측되지 않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 터지고 이걸 수습하고 또 다른 일이 터지고, 이런 역경들을 이겨내는 과정이 재미있어 보여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고경표는 '육사오'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된 말년병장 천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싸이더스 제공 |
-대놓고 관객들을 웃기는 코미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말년병장 천우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순수함이다. 제가 생각한 순수함은 목적을 위한 그 사람의 진심이다. 천우는 위험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로또에 대한 욕심과 집중력이 누구보다 더 드러났으면 했다. 그게 극을 끌어가는 데 필요한 힘이었다.
또 1등 로또가 북한으로 날아가버렸을 때 손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돈을 다시 잡기 위한 집요함을 표현하는 것 자체도 순수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것을 약간 늦게 깨달았다고 해야할까.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점점 포동포동해진다. 순수함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촬영 중간에 살을 찌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야식을 많이 먹었다. 치킨 피자 짜장면 등 살찔 만한 음식은 다 먹은 것 같다. 그러고 나니 몸무게가 거의 90㎏ 가까이 나가더라. '사생활' 촬영 때는 앞자리가 7이었으니 거의 10㎏ 가까이 찐 셈이다.
-고경표의 코믹 연기는 낯설지가 않다. 억울한 연기 장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 어릴 때는 코믹 연기하는 걸 싫어했다. 어린 마음에 '나도 멋있는 거 하고 싶다'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걸 해냈을 때 사람들의 웃는 반응이 너무 좋더라. 배우들은 자기 작품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웃음은 즉각적이고 크게 나타나는 반응이 아닌가. 스스로 웃음 포인트를 설계해놓고 그게 맞아떨어졌을 때 너무 좋더라. 코미디는 참 어려운 장르이지만 매력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고경표는 올해 '헤어질 결심' '육사오' '서울대작전' 등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싸이더스 제공 |
-올해 행보가 뜨겁다. 주연을 맡은 '육사오'는 물론, '헤어질 결심'에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형사로 특별출연했고 넷플릭스 시리즈 '서울대작전'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월수금화목토'를 촬영하고 있다. 이처럼 '열일'하는 고경표의 비결이 있다면.
군대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많이 내려놨다고 해야할까. 사실 군 복무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제 모든 것이자 세상이었는데 그게 없어진 거다. 전역을 했을 때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상상하니 너무 슬펐다. 마음이 가라앉았고 분위기도 쳐져 있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가장 두려워했고 큰 일이라고 생각한 걸 겪으니까 이제 힘든 일도 힘든 것처럼 느껴지지 않더라. 전역 후에도 때마침 웃고 싶었고 촬영장에서 늘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사오'는 그런 작품이다. 언제 봐도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한 작품이 다들 좋다고 해주시니까 요즘 기분이 좋다. 오히려 생각이 건강해진 게 비결이 아닐까 싶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전역하고 나서 '굳이 주연으로만 연기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시간은 한정적인데 언제든 연기를 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닌 가 생각했다. 앞으로도 주연은 물론 조연, 단역, 특별출연 등 모두 상관없이 시나리오가 좋으면 출연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배워가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게 제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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