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윤여정 부부와 막역한 드라마 작가 김수현이 작사
조영남이 부른 곡들은 이별 사랑 등 흔한 대중가요 소재와 다른 의미의 노래가 많다. 그의 인생곡은 방송 드라마 작가 김수현의 작사한 '지금'이다.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조영남의 이미지는 자유분방함이다. 그는 54년이란 긴 연예계 생활을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았다. 천성적으로 누구의 간섭받는 걸 싫어해 결혼도, 이혼도, 연애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기방식의 삶을 지켰다. 음악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68년 서울대 재학중 학비를 벌기 위해 주한 미군 쇼단에서 노래를 부르다 영국 가수 톰 존스가 부른 '딜라일라'(Delilah)에 직접 한국어 가사를 붙이고 정식 데뷔했다. 이후 윤형주 이장희 송창식 김세환 김민기 등과 명동 음악다방 세시봉에서 활동했다.
조영남이 부른 곡들은 이별 사랑 등 흔한 대중가요 소재와 다른 의미의 노래가 많다. 대표적인 노래가 '점이'(82년)다. '점이, 딸기 꽃이 세 번 피거든 점이, 그때는 마중을 오오 점이, 그때까지 소식(消息) 없거든 점이, 다른 곳에 시집을 가오'. 입영을 앞둔 수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적셨다.
또 다른 곡 '모란 동백' 역시 의미가 남다르다.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조영남이 모가수 장례식장을 다녀와 부르게 됐다는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제하 작사 작곡)의 리메이크 곡이다.
조영남은 뭔가 한 가지에 몰두하면 깊이 빠져드는 예능인 스타일이다. 최근엔 육상과 쇼트트랙 관련 영상을 찾다 무궁무진한 유튜브 공간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사진은 조영남 자택에서 인터뷰 당시. /이동률 기자 |
물론 조영남이 부른 히트곡은 많다. 데뷔곡 '딜라일라'(69년)를 비롯해 '불꺼진 창(73) '최진사댁 셋째달'(75) '물레방아 인생'(76) '제비(79) '지금'(85) '화개장터'(88)등이다. 이중 드라마 작가 김수현이 작사하고 조영남이 곡을 붙인 '지금'은 자타공인 인생곡으로 남았다.
'지금 지금 우린 그 옛날의 우리가 아닌 걸/ 분명 내가 알고 있는만큼 너도 알아/ 단지 지금 우리는달라졌다고 먼저 말할 용기가 없을 뿐/ 아, 저만치 와 있는 이별이 정녕코 무섭진 않아/ 그 마음의 빛바램이 쓸쓸해 보일뿐이지/ 진정 사랑했는데 우리는 왜 사랑은 왜 변해만 가는지'(조영남 '지금' 가사 1절)
워낙 유명한 드라마 작가여서 어떤 드라마와 관련이 있는 곡은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 않다. 다만 조영남이 80년대 후반 윤여정과 이혼하기 직전 발표된 곡인 점을 감안하면 이와 연관이 있을 거란 추측은 할 수 있다. 가사가 조영남의 당시 속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서다.
음악과 그림 외에도, 영화, 저술 등 본업과 취미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관심사가 다양하다. 사진은 10년전 패티김(왼쪽) 자서전 '그녀 패티김(저자 조영남)' 출간기념회 당시 모습. /더팩트 DB |
조영남 윤여정 부부와 막역한 김수현이 조영남의 심중을 듣고 쓴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조영남은 '고철'이라는 필명으로 꽤 많은 곡의 가사를 썼고, 이 노래에 대한 감정적 교감도 각별하다. 실제 조영남이 가사를 음미하듯 열창할 때 더 절절한 느낌으로 되살아난다.
조영남은 6.25 당시 가족을 따라 충남 예산 삽교로 피란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조영남은 한양대에 입학했으나 개인사정으로 자퇴하고 1966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 재학 중 세시봉, 오빈스 케빈 등 캠퍼스 가수로 명성을 얻었다.
조영남은 뭔가 한 가지에 몰두하면 깊이 빠져드는 예능인 스타일이다. 음악과 그림 외에도, 영화, 저술 등 본업과 취미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관심사가 다양하다. 최근엔 육상과 쇼트트랙 관련 영상을 찾다 무궁무진한 유튜브 공간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