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이 하나 된 '레드 힐'의 기적...10월 23일까지 공연
뮤지컬 '킹키부츠'는 남자가 신을 수 있는 80cm 길이의 부츠를 만들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공장의 성공 스토리로,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이래 5번째 시즌을 맞았다. /CJ ENM 제공 |
[더팩트|박지윤 기자]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 '레드 힐'이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화려하게 막을 올린 뮤지컬 '킹키부츠'는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가운데 남자가 신을 수 있는 80cm 길이의 부츠를 만들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공장의 성공 스토리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킹키부츠'는 제리 미첼의 연출과 신디 로퍼의 작사 및 작곡으로 브로드웨이 4대 어워즈를 석권하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웰메이드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이래 5번째 시즌을 맞았다.
대를 이어 구두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찰리는 가업을 물려받지 않고, 여자친구 니콜라와 함께 시골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향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온 찰리는 결국 수제화를 만드는 공장을 물려받게 된다.
그러나 찰리는 지속된 경기침체와 공장의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와 직면한다. 그러던 중 찰리는 우연히 런던의 한 술집에서 드래그 퀸(여장남자) 롤라를 마주친다. 짧은 원피스에 짙은 화장, 여기에 킬힐을 신은 롤라를 보고 영감을 얻은 찰리는 남성을 위한 아름답고도 아찔한 높이 80㎝ 길이의 신발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부츠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석훈(찰리 역)과 최재림(롤라 역)은 함께하는 순간 삶이 짜릿해진다는 '함께'의 가치를 화려한 퍼포먼스에 녹여내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CJ ENM 제공 |
여기까지는 드래그 퀸을 위한 부츠 만들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듯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던 찰리와 롤라가 '킹키부츠'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국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아들이 집안의 가업을 잇길 원했던 아버지를 둔 찰리는 구두 공장을 물려받고 싶지 않아서 런던으로 향했지만, 정작 자기가 하고 뭘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아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권투 선수가 되길 바랐던 아버지와 대립한 롤라는 자신의 성적 취향대로 살지만 가슴 한 켠에는 아버지를 향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갖고 지냈다. 이런 두 사람에게 '킹키부츠'는 도전이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 일어서는 도구이자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극은 무겁게 흘러가지 않는다. 이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기까지의 과정은 유쾌하고 따듯하게 그려진다. 또한 각기 다른 개성을 인정하고 성장하며 관객들에게 함께하는 순간 삶이 짜릿해진다는 '함께'의 가치를 화려한 퍼포먼스에 녹여내며 코로나19로 지쳐있던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다채로운 의상과 분장을 한 6명의 엔젤은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또 하나의 재미다.
1막 엔딩 곡 'Everybody Say Yeah(에브리바디 세이 예)'와 2막 엔딩 곡 'Just Be(저스트 비)'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관객들은 빛나는 '절대 반지'를 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커튼콜을 함께 채운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돼 함께 즐기는 순간은 '킹키부츠'와 관객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시즌에 이어 다시 만난 이석훈과 최재림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찰리 역의 이석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망하는 모습부터 꿈을 이루고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겪는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탄탄한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한층 깊어지고 능수능란해진 연기력은 '쿤찰리'만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롤라 역의 최재림은 등장부터 압도적이다. 큰 키에 높은 힐을 신어 '2M 롤라'로 불리는 그는 매혹적인 몸짓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가 하면, 'Hold Me In Your Heart(홀드 미 인 유어 하트)'에서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감정 전달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킹키부츠'는 오는 10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