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돌아있다'는 표현, 가장 기억에 남아"
임시완은 2019년 전역 후 영화를 3편이나 찍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첫 개봉 영화 '비상선언'으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쇼박스 제공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선한 눈빛의 배우 임시완은 훈훈한 외모 만큼이나 정의의 편에 선 선역 전문 배우로 익숙하다. 그런 그가 180도 달라진 눈빛으로 관객들을 몰아붙이니 오히려 자극적이다. 군 전역 후 첫 개봉 영화 '비상선언'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빌런 역을 맡은 임시완은 압축된 분량에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큰 임팩트를 남겼다.
특히 '비상선언'의 임시완은 얼굴을 비추고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김소진 박해준 등 영화제급 톱스타들 사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명품 연기 코스요리에 입맛을 돋우는 디저트인줄 알았더니 메인디쉬라고 불러도 될 만큼 훌륭한 맛까지 냈다.
8일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난 임시완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작은 얼굴을 화상캠 앞으로 들이댔다. 그간 빌런 연기를 무척이나 하고 싶어했고, 호평까지 받고 있어서다. 임시완은 자신이 연기한 '진석'이 일반인의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절대 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표현 방식에 대한 자유를 느꼈다고 전했다. 또 연기자로서 악역이 주는 해방감에 취해 신나게 연구한 순간들을 떠올렸다.
-'비상선언'이 드디어 개봉했다. 소감 먼저 묻고 싶다.
전역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 이 기간 동안 쉬지 않고 연기하면서 영화만 총 3편이나 찍었다. 그런데 '비상선언'이 전역 후 처음 개봉한 작품이 됐다. 정말 오래 기다렸다. 군 복무 기간까지 더하면 5년 만에 영화 관객분들 앞에 서게되니 감회가 남다르다.
-우리가 모두 아는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무려 악역을 맡았다. 연기 평이 상당히 좋은데.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는지. 또 악역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하다.
팬 분들 반응 중에서 '눈이 돌아있다'고 표현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게 악역을 맡은 입장에서는 큰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봤다.
대본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제가 맡은 진석이 절대 악이었다는 것이다. 연기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뭔가 다양성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악역이 주는 해방감이 있다. 선역을 맡게 되면 으레 기대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기대하는 선을 지켜줘야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미덕이 생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역은 지켜야할 부분들을 지켜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악역은 비교적 선역과 비교했을 때 표현의 방식이 넓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대본을 처음 받아봤을 때 연기적으로 굉장히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연기할 때 좋아하는 형태의 빌런이 있다. '어벤져스'의 타노스, '킹스맨'의 발렌타인 같은 인물이다. 악역임에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명확해서다. 저 역시도 어떤 악역을 함에 있어서 스스로 명확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캐릭터 연구에 몰입했다.
임시완은 '비상선언'에서 천재적인 두뇌에도 콤플렉스로 흑화한 박사 류진석 역을 맡아 극 초반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쇼박스 제공 |
-스스로 만든 진석의 명확한 서사라. 더 듣고 싶다.
진석의 서사는 왜곡된 가치관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런데 본인은 납득이 돼야하니깐 일반 사람들에게는 헛소리인거다. 악역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들어봤을 때 그럴 듯한 인과관계가 형성이 돼야하는데 이 자체가 모순이 되는 형태다. 제 스스로도 납득이 안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서사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어릴 때 엘리트 부모님의 도움으로 유학을 갔지만 체구도 작고 영어도 안돼서 늘 주눅들어 있었을 것 같았다. 어느 집단을 가거나 괴롭히고 놀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계속 쌓였으나 본인이 믿고 있는 어머니에게도 얘기를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버티기 시작했고, 홀로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쌓이면서 나 외에 존재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았을까. 필요하지 않은 존재들을 본인 스스로 정화하게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예고편에도 나왔지만 임시완의 섬뜩한 눈빛이 화제다. 극 중 이병헌의 딸로 나오는 수민을 바라보는 신인데 어떻게 완성됐는지. 또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도 궁금하다.
영화를 보고 저도 놀랐다. 근데 그게 리허설 테이크였다는 것을 시사회에서 감독님 말씀을 통해 알게 됐다. 감독님께서 연기에 대한 눈이 정확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 선배님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그랬는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감독님과 미팅 자리가 잡혔을 때 '내가 이 작품을 할 수 있다고?'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어도 의심했다. 첫 촬영을 하고 나니 '진짜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는 큰 선물같은 작품이었고 굉장히 꿈만 같은 작품이었다.
-이렇게 얼굴을 보고 있으니 '미생'의 장그래가 생각이 난다. 대중에게 배우 임시완을 각인시키고 큰 사랑을 받았던 '미생'이 벌써 8년이 됐더라. 함께 '미생'에서 케미를 자랑한 변요한 배우(영화 '한산' 와키자마 역)와 공교롭게도 올 여름 각 영화에서 빌런 역을 맡아 나란히 호평을 받고 있다. 따로 한 이야기가 있는지.
제가 아직 '한산'을 보지 못했다. 아직도 계속 작품 촬영 중이고 '비상선언' 홍보 일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한산'을 너무 보고 싶다. '외계+인 1부'도 '헌트'도. 일단 시간이 난다면 무조건 볼 것이다. 또 그걸 보고 (변요한에게)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오랜만에 그런 명분으로 연락을 해야하지 않을까(웃음).
8일 임시완은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영화 '비상선언'에 출연한 소감과 근황을 전했다. |
-최근 헤어스타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머리를 기르게 된 계기가 있는지. 관리법도 궁금하다.
아시겠지만 여름에 너무 덥고 드라이 하는데도 굉장히 오래 걸린다. 샤워를 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랄까. 장발 헤어스타일은 지금 찍고 있는 작품 때문이다. 오랜만에 장발을 하게 됐는데 저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으로 스타일링이 돼서 너무 좋다. 감사하게도 헤어 스타일링 팀에서 잘 관리해주고 계신다.
-마지막으로 '비상선언'을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오랜만에 영화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었다. 영화관이 주는 감성과 문화가 있지 않나. 영화관은 걱정돼서 가지 못하고 집에서 TV나 OTT 보시면서 갈증을 해소하셨던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도 생겼으니까. 비행기 탈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나 비행기를 자주 타실 분들이 보시면 좀 더 공포감이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까. 아이맥스 뿐만 아니라 4DX도 있고 여러가지 기술이 융합된 상영관이 많아졌다.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취미생활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가생활을 영화로서 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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