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박병은'] 오직 '이브'에만 몰두했던 열정의 10개월
입력: 2022.08.04 00:00 / 수정: 2022.08.04 00:00

20년 연기 내공, 1시간 짧은 인터뷰에 고스란히 담겨

박병은이 tvN 수목드라마 이브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병은이 tvN 수목드라마 '이브'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논란이나 결말은 제가 충분히 인지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여러 논란을 안고 출발했던 '이브'가 막을 내렸다. 이 가운데 단독 주연으로서 작품의 중심이 돼야했던 배우 박병은은 침착하고 의연하게 '작품을 작품으로만' 바라봤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집중했다. 약 20년 간 쌓아온 경험과 내공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박병은은 지난달 21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이브'(극본 윤영미, 연출 박봉섭)에서 이라엘(서예지 분)을 만난 후 사랑에 빠져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LY그룹 최고 경영자 강윤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종영 다음 날인 2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병은은 어제 본 강윤겸과 정반대였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분홍색 반팔 셔츠와 연갈색 바지, 그리고 안경을 쓰고 나타난 그는 취재진들과 눈을 맞추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로 운을 뗀 박병은은 "이렇게까지 오래한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캐릭터나 작품이 무거운 편이라 엄청 집중했고, 감정적으로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마무리되니까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네요"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어제도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아침 5시에 운동하고 왔어요"라고 덧붙인 그의 말에는 약 10개월간 함께한 작품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박병은은 LY그룹 최고 경영자 강윤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tvN 제공
박병은은 LY그룹 최고 경영자 강윤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tvN 제공

강윤겸은 전 국무총리 한판로(전국환 분)의 딸 한소라(유선 분)의 남편이자 이라엘의 복수극에 이용당하는 인물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가정과 일에 충실했던 그는 라엘을 만나 위태롭고도 위험한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한다. 박병은은 비극적인 결말을 알고도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대본을 보고 강윤겸이라는 외로운 남자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강윤겸이 돼서 매 순간 라엘을 사랑하려고 노력했어요. 결말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작가님이 써주신 결말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과의 호흡도 너무 좋았죠."

'이브'는 캐스팅 단계부터 작품이 시작되고 나서까지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서예지의 복귀작이었고, 빠듯한 촬영 일정을 이유로 제작발표회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한 방송 초반 19금으로 다소 자극적인 장면들도 많았다. 하지만 박병은은 이 모든 걸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작품을 택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은 신경 쓰였죠. 하지만 첫 리딩 때 라엘을 연기하는 서예지 씨의 모습이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요. 배우와 배우로 각자의 캐릭터를 맡으면서 만난 거잖아요. 그래서 개의치 않았고, 작품을 위해 현장에 몰두했죠."

서예지와의 호흡과 교류는 윤겸과 라엘의 관계 변화와 함께 흘러갔다. 그는 "초반에는 서로 데면데면했죠. 극 중에서도 서로 의심하고 밀어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말 수를 줄였어요. 그러다가 서로의 감정을 느끼는 중반부에는 농담도 하고 웃기도 했죠. 캐릭터의 감정을 가져가려고 조절했어요"라고 설명했다.

박병은은 이브로 데뷔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tvN 제공
박병은은 '이브'로 데뷔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tvN 제공

그렇게 작품을 작품으로만 바라본 박병은은 캐릭터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기 위한 연구뿐 아니라 외적 스타일링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하루에 2번씩 PT를 받으며 체중을 감량했고, 강윤겸에게 어울리는 수트를 제작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청률은 3.0%~4.5%를 오가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박병은은 "시청률 중요하죠. 하지만 다 잘될 수는 없어요. 저는 작품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어요. 촬영을 다 끝낸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죠. 오롯이 시청자들의 판단이에요"라고 솔직함을 드러냈다.

지난 2000년 MBC '신 귀공자'로 데뷔한 박병은은 '이브'로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이는 배우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타이틀이다. 그러나 박병은에게 '이브'는 필모그래피에 있는 다른 작품들과 다르지 않았다. 부담을 더 가지려고도, 내려놓으려고도 하지 않은 그는 늘 하던 대로 묵묵하게 촬영에 임했다.

"주위에서는 '너 부담되겠다'고 하는데 저는 여느 작품과 똑같은 자세로 임했어요. 사실 주연이나 조연이나 제가 연기하는 건 똑같아요. 롤이 많고 회차가 많을 뿐이죠. 자칫 조연이라고 해서 의욕이 넘치면 너무 오바돼요. 그래서 저는 그동안 매 작품 저의 패턴을 똑같이 가져갔어요. 이번에도 늘 하던 대로 했죠. 물론 체력적으로는 힘들더라고요.(웃음)"

박병은은 이제는 행복한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병은은 "이제는 행복한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안양예고와 중앙대 연영과를 졸업한 박병은은 정확히 언제부터 연기를 시작한 지 모를 만큼, 그에게 연기는 인생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박병은이라는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15년 영화 '암살'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랜 무명시절을 겪은 그는 "배우란 직업을 좋아하니까 오래 할 수 있었죠"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가 하면, "다른 취미는 낚시 정도인데 이걸 밥벌이로 하기에는"이라고 말끝을 흐려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매번 다른 작품을 하는 게 너무 짜릿해요. 늘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제가 그동안 몰랐던 감정이 나오니까 사람을 알아가는 직업인 거 같아요. 정말 축복받은 직업이죠. 약 20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으면서 '다른 일 해본 적 있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박병은 스스로가 자신의 터닝포인트로 꼽은 '암살'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만나게 된 작품이 아니었다. 극 중 카와구치란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일본어 선생님을 직접 구해 대사를 연습했고, 인물의 성장 배경과 교우 관계 등이 담긴 논문을 썼다. 또한 일본 옷을 빌려 이자카야 앞에서 총을 들고 사진을 찍는 등 그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를 알아본 최동훈 감독은 5번의 오디션 끝에 '병은씨 우리 합시다'라고 말했고, 박병은에게 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이 됐다.

이렇게 '암살'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박병은은 그렇게 무명 시절을 끝내고,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보이스' '킹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후 '이브'로 진한 멜로까지 선보인 그는 "이제는 좀 밝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바램을 전했다.

"저는 로맨틱 코미디도 했고, 사이코패스나 사극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신가 봐요. 여러 장르가 들어오는 편이에요. 저는 행복한 멜로를 하고 싶어요. 사랑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잖아요. 이를 좀 밝게 풀어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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