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에서 시작된 작품…여러 우려에 대한 답변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인식 감독(오른쪽)과 문지원 작가가 다양한 비하인를 밝혔다. /ENA 제공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많은 시청자들의 힐링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신드롬급 인기를 몰고 온 '우영우'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를 만나 작품의 탄생 계기와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ENA채널 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기자간담회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작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의 편견, 부조리에 맞서 나가는 우영우의 도전이 안방극장에 따스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우영우'는 현재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 중이다.
이날 유 감독은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기자간담회라는 자리도 마련됐다. 그저 영광스러울 따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제작진은 지금의 인기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줄 거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아무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우리 작품을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심심한 편이지 않나. 입소문을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줄지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 감독과 문 작가는 그간 연락이 안 됐던 지인들에게까지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며 얼떨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유 감독은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은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들이 재밌다고 해서 봤더니 연출이 너더라'고 하더라. 그때는 정말 울컥했다"고 밝혔다.
문 작가의 전작 영화 '증인'에서 주인공 지우(김향기 분)는 "엄마, 나는 아마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우영우'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위 사진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그는 "증인'을 준비하면서 자폐인들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ENA 제공 |
문 작가는 "3년 전 어느 날 에이스토리 PD님들이 날 찾아왔다. '증인'을 재밌게 봤다면서 '지우가 성인이 됐을 때 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이야기를 16부작으로 만들었을 때 재밌을 것 같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가능하고, 재밌을 것이며 내가 쓴다면 잘 쓸 것 같다'였다. '우영우'는 그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만 '우영우'가 '증인' 속 지우의 연장선은 아니었다. 문 작가는 "지우라는 캐릭터가 성장해 영우가 된 건 아니다. 지우와 영우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했다기보다는 평행구조 속에서 지우는 지우대로 영우는 영우대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지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방사수하며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다. 또 영우의 말투를 복사한 것처럼 따라 해도 비난받지 않는 유일한 사람은 지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우영우'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자폐 스펙트럼에 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바탕에는 문 작가의 애정 가득한 시선과 꼼꼼한 조사, 깊은 연구가 있었다. 문 작가는 "'증인'을 준비하면서 자폐인들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깨달았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정의감, 올곧음, 특정한 분야에 대한 엄청난 지식, 시각화나 패턴화하는 것들까지. 물론 모든 자폐인들이 이런 특성을 지닌 건 아니지만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인간의 특성이 강화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지 않나"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미화돼 실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유 감독은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이제는 모두가 알 테지만 자폐 스펙트럼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우영우는 우리가 부여할 수 있는 특성과 최고의 스펙을 추가한 것만큼 절대 대표적인 인물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작가는 "제작진들 또한 캐릭터의 긍정적인 모습이 많이 부각된 점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자문 교수님이 처음 대본을 보고 한 말이 '장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마음에 든다'였다. 자폐 스펙트럼의 장점에 가까운 부분이 얼마나 대단하고 매력적인지 그 점에 초점을 맞춘 부분을 지지해줬다. 덕분에 힘을 받아서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며 "불편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다른 드라마들이 그렇듯 우영우도 드라마를 위해 창작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디자인했어요. 다만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개연성이 없거나 부정확한 지식으로 디자인한 캐릭터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세상 어딘가에는 우영우와 같은 인물이 분명 존재한다고 봅니다." (문지원 작가)
제목에 붙은 '이상한'에 대한 의미도 공개됐다. 문 작가는 "'이상하다'는 우영우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것은 낯설고 이질적이며 피해야 할 것 같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킬 수 있는 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고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인식 감독이 작품을 둘러싼 여러 우려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ENA 제공 |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소재가 2차 가공될 때 변질돼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였다. 실제로 최근 '우영우 패러디'가 비하 및 조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유 감독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패러디화 되는 게 편안하진 않다"며 우려의 견해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일상생활에서나 유튜브로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 한 이들이 자폐인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진 않았을 거라고 믿어요.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보면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는 있죠. 그런데 작품 안에서 영우가 하는 행동은 앞서 쌓아온 서사가 있기 때문에 맥락 파악이 되고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작품 밖에서는 어떤 행동만을 부각해서 하게 되고, 그것이 불특정 다수에게 바로 전달되는 세상이다 보니 또 다른 맥락이 발생하고 본인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할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작품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된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보여주는 사건들과 법 지식도 다양했다. 보통 에피소드물은 여러 작가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집필한다. 반면 문 작가는 홀로 모든 것을 써내야 했다. 이에 그는 "내 머릿속에 있는 소재들로만 하면 금방 밑천이 드러날 것 같았다. 그래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쓸 때도 있었고 출간된 변호사님들의 에세이도 많이 찾아봤다. 그분들과 나의 집단지성으로 집필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안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 문 작가는 "변호사가 아니면 생각 못 할 것 같은 아이디어들을 위주로 살펴봤다. 또 배경이 너무 법정과 사무실만 왔다 갔다 할 것 같은 걱정에 현장 검증이 있는 에피소드들을 중점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문 작가가 써 내려간 글들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도록 캐스팅에 집중했다. 그는 "대본을 보면 게스트들이 그 회차의 주인공인 만큼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맡고 있고, 대사량도 많기 때문에 무게감 있는 배우가 해줘야만 했다. 때문에 대본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 역할을 해줄 배우를 찾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케줄이 맞으면서 동시에 역할 이미지에도 맞는 배우는 손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때로는 배우들의 스케줄에 맞춰 촬영 일정을 조정하고 기다릴 때도 많았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4부에 나오는 동그라미(주현영 분) 아버지 역할은 대본을 읽자마자 정석용 배우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9부 대본을 보는 순간에는 구교환 배우를 떠올리자마자 다른 배우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죠. 간곡한 섭외 끝에 성사가 됐어요(웃음). 출연해주는 배우들 모두가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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