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신드롬②] 자폐 스펙트럼, 만연한 편견…작품이 던진 화두
입력: 2022.07.23 06:20 / 수정: 2022.07.23 09:52

자폐 스펙드럼에 대한 이해…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 언급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던지는 화두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안기고 있다. /ENA 제공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던지는 화두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안기고 있다. /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다.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과 함께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새롭게 출발한 ENA의 개국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영우'는 지상파·종편·케이블에서 방송돼야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공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주요 채널이 아니라도 작품이 좋으면 시청률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걸 증명했다.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이 작품의 매력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이 던지는 화두에 있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명칭을 강조하며 세뇌보다는 이해하게끔 만들었고, 이는 자폐인에만 국한돼 있던 우리의 시각을 확장시켰다. 자연스럽게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을 돌아보게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폐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여러 차별과 편협한 시각도 꼬집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과정이 판타지스럽기보다는 꽤 현실적이라는 점이 '우영우'만의 강점이다. 여느 드라마보다 자폐 스펙트럼을 상세하게 보여주며 이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마주하는 냉정한 현실을 꼬집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상세히 설명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위해 상세히 설명하며 이해를 돕고 있다. /ENA 제공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3회 속 우영우 대사>

"자폐가 있다고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데, '자폐 환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3회 속 증인으로 나선 의사 대사>

'우영우'가 작품 소개부터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명칭을 강조했던 이유가 드러난 대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폐인에 대한 범주는 좁디좁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한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우영우의 말 대로 자폐 스펙트럼에는 일반적인 자폐 장애부터 아동기 붕괴성 장애,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고기능 자폐증까지 다양한 증상이 포함된다.

이는 제작진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얼마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는지와 그 이유를 대변하는 대목이다. 천차만별인 자폐인을 한 인물로, 특정 증상으로 대표하는 것은 또 다른 편견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유독 강조했고, 3회에는 우영우와는 전혀 다른 자폐 증상을 지닌 인물을 등장시켜 자폐 장애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는 편견과 차별 등 현실적인 문제도 보여준다. 극 중 비장애인인 이준호(강태오 분)가 우영우와 함께하는 모습을 본 후배는 '봉사활동'이라 생각하고, 우영우에게 "화이팅"이라는 응원을 건넨다.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기사는 우영우를 지나쳐 다른 변호인단에게 요금을 요구한다. 이준호가 사내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그와 친한 변호사 권민우(주종혁 분)는 당연히 우영우는 아닐 거라고 예측한다.

모두 악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보이는 우영우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요금도 지불할 줄 모를 것이라는 편견으로 가득하다. 작품은 이들을 통해 자폐인을 독립적인 주체로서 바라지 보지 않는 사회적 시선을 일깨워준다. 또한 "지금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는 우영우의 대사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마주한 가혹한 차별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다른 편견과 차별까지도 다루고 있다. /ENA 제공, 방송화면 캡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다른 편견과 차별까지도 다루고 있다. /ENA 제공, 방송화면 캡처

박은빈과 제작진, 심지어는 작품을 홍보하는 대행사까지 이들이 '우영우'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하나였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기를. 특히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진실된 마음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물론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키우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여전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린다." "자폐 스펙트럼의 특별함을 사랑스럽고 정교하게 표현해준 박은빈에게 너무 고맙다" "이 작품을 통해 자폐인 또한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봐주고 인식이 조금은 변할 수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비단 자폐인에 대한 편견만을 다루는 건 아니다. 동성 커플과 탈북민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색안경을 돌아보게 한다.

2회 '흘러내린 웨딩드레스' 에피소드는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멈칫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따로 사랑하는 애인이 있다'고 충분히 추측할 만한 장면이었다. 때문에 몇몇 시청자들은 잠깐 비춘 하객들 사이에서 애인 후보가 될 만한 '남성'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방송 말미 신부의 애인이 '여성'임이 공개되고 나서야 '편협한 시각'이었음을 인지했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중요한 차이다. '보통 사람'은 다수의 흔한 사람들을 일반적으로 보고 일컫는 말이다. '보통 사람'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다수가 되지 못 한 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수와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영우'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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