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쇼타임!'은 애틋한 첫사랑 같아요."
박해진은 MBC 토일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에서 카리스마 마술사 차차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박해진과 가진 1시간의 인터뷰는 형식적인 질문과 뻔한 답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 안에는 16년 동안 외길을 바삐 달려오며 쌓아온 경험과 올해로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4로 바뀌며 생긴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박해진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로 향했다. 미리 취재진을 마주할 준비를 끝낸 그는 일어서서 한명 한명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고, 인터뷰가 진행된 날 기준으로 '본방송으로는 잘 못 챙겨봤지만 10회까지 다 봤어요'라는 취재진의 말에 "조금 애매한 시간에 하죠"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시간대 자체보다는 다른 시간대에 하는 게 부담이었어요. 토요일은 오후 8시 40분이고, 일요일은 오후 9시죠. 그리고 일요일 방송이 조금 더 긴 걸로 알고 있어요. 같은 시간에 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죠."
박해진은 MBC 토일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극본 하윤아, 연출 이형민·정상희)에서 잘나가는 마술사 차차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2006년 KBS2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해 2012년 KBS2 '내 딸 서영이' 이후 10년 만에 다시 주말극으로 돌아온 그는 "주말 드라마에 대한 시각이 예전과 다르더라고요. 예전에는 주말드라마는 가족극이었는데, 시대가 바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라며 미소 지어 보였다.
작품은 카리스마 마술사 차차웅과 신통력을 지닌 열혈 순경 고슬해(진기주 분)의 귀신 공조 코믹 수사극이다. 박해진은 마술과 코미디,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책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코미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그는 "저희 작품은 작정하고 웃기는 게 아니라 휴먼에 가까워요. 차차웅이 얼마나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박해진은 "신선한 대본에 끌렸어요"라고 '지금부터, 쇼타임!'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박해진은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실제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캐릭터라고 차차웅을 소개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와 닮아있는 부분이 궁금해졌다. 이에 박해진은 "저도 차웅이처럼 찌질해요"라는 의외의 답을 했다.
"나이를 먹었는지 혼자 구시렁대기도 하고, 차웅이 정도는 아니지만 예민한 편이에요. 제 모습을 과장해서 차웅이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차웅이는 끝까지 '사랑한다'라는 말을 안 하는데, 이 부분도 저랑 닮았어요. 저는 '사랑해'라는 말이 낯간지럽더라고요. 사랑한다는 표현은 하는데 '사랑해'라는 세글자를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어려워요."
그런가 하면 다른 점도 분명했다. 박해진은 "차웅이만큼 솔직하지 못해요. 차웅이는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는데 저는 속에서만 바빠요.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인 차웅이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했어요"라고 전했다.
박해진은 진기주와의 티격태격 '케미'뿐 아니라 장군신 최검 역의 정준호, 귀신 3인방으로 활약하는 정석용 고규필 박서연과도 차진 호흡을 자랑한다. 유쾌한 에너지에 관해 "함께 한 배우들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는 "제가 한 것보다 더 큰 리액션을 해주니까 같이 하는 연기가 더 살아났어요. 연기가 재밌다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됐죠"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금부터, 쇼타임!'은 2020년 MBC '꼰대인턴'으로 연기대상을 받은 박해진이 2년 만에 택한 복귀작으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2년 동안 고르고 골라서 이 작품을 택한 거는 아니에요"라고 말한 그였지만,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분명했다. 바로 신선한 대본이었다.
"어쩌다 보니 2년이 흘러있더라고요, 이 작품은 대본이 새로웠어요. 예능 작가를 했던 작가님의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이제까지 본 것과는 달랐죠. 예능 대본인가 싶을 정도로 구성이 특이했고,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대상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생각보다는 부담이 크지 않았어요.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없었던 거 같아요. 저는 늘 열심히 했고, 잘한다는 건 제가 판단할 몫이 아니니까요. 저는 그동안 받았던 트로피를 진열하지 않고 케이스 안에 넣어놨어요. 저희 집에는 제 사진도 안 걸려있고요. 일상적인 공간과 일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대상을 받은 건 너무 감사하지만, 일상에서 계속 떠올리지는 않아요."
1983년생으로 올해 40세가 된 박해진은 "작년과 다르게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
그의 답을 들을 때마다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뻔한 질문을 던져봤다. '박해진에게 '지금부터, 쇼타임!'은 어떤 작품인가요?'에 그는 "애틋한 첫사랑"이라고 고민 없이 답했다.
이 대답이 뻔하지 않다는 건, 박해진의 사진첩을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와이어 액션 신에서 부상을 겪었던 일이나 제사장으로 변신해 기우제를 촬영할 당시 실제로 비가 왔던 에피소드를 말하던 그는 "아마 사진이 있을 거예요"라며 사진을 보여줬고, 그의 갤러리는 촬영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진, 아니 추억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촬영할 때 힘들기도 했지만 하는 내내 설렜어요. 재밌었고요. 오늘은 얼마나 웃고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했고, 배우들과 합을 맞추며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꼈어요. 저에게는 설렘으로 남을 작품이에요."
1983년생으로 올해 40세를 맞이한 박해진이다. 작년과는 다르게 여유가 생겼다는 그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거 같아요"라고 40대가 돼서야 비로소 생긴 여유를 드러냈다.
"그동안 제가 나이를 거스르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차웅이도 정확히 설정된 건 아니지만 서른살 정도로 알고 있어요. 저는 지금 마흔의 감성으로 살고 있으니까 이 감성을 그대로 녹일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자 박해진은 다시 일어나서 한명 한명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다. '지금부터, 쇼타임!'은 차차웅과 고슬해 그리고 악귀의 전생이 풀렸고,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귀신들의 서사와 함께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마지막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중심에 서서 활약할 예정이다. '지금부터, 쇼타임!' 속 박해진과 배우 박해진, 그리고 사람 박해진이 앞으로 펼칠 '쇼타임'을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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