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바이든 초청' 방탄소년단, '국위 선양'의 아이러니 [TF초점]
입력: 2022.05.31 00:00 / 수정: 2022.05.31 08:22

미국 대통령과 아시아계 혐오범죄 및 차별 논의…전무후무한 글로벌 영향력

방탄소년단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계 혐오범죄와 차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단순히 인기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더팩트 DB
방탄소년단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계 혐오범죄와 차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단순히 인기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나라의 권위나 위세를 널리 떨치게 함'. 국위 선양의 의미다. 전 세계적인 인기는 물론이고 UN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백악관에 초대를 받아 미국 대통령과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는 방탄소년단(BTS)이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현 병역법 기준에서만 보면 '국위 선양'이 아니다. 내용적으로 보면 '국위 선양'은 분명하지만 순수예술과 달리 대중예술인에게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병역특례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병역특례혜택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하는' 홍길동처럼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병역법 개정안을 놓고 수년 째 시끄럽다. 2020년 12월 22일 군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우수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되긴 했지만 여전히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병역특례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제도고 그렇다면 최대한 형평성에 맞게 손을 봐야 한다.

병역법 개정 논의의 중심엔 방탄소년단이 있다. 이들이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빌보드 차트 1위를 하고 메이저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마다 병역법과 병역특례가 소환된다. 그럴 때마다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지난해 발의된 3건의 병역특례 관련 병역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 어느새 6월이 다가왔다. 지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인해 방탄소년단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진은 30살로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됐는데 그 기한이 올해 말까지다. 법이 통과되면 6개월 간의 공포 기간이 있고 6월 안으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진은 입대해야만 한다. 국회에 계류된 병역법 개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마지노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이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3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미국 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시아계 대상 무차별 혐오범죄 및 차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정하고 활용할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논의를 두고 '대중 가수가 본인의 영달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돈을 벌었는데 이것이 국위 선양과 무슨 연관이 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백악관 초청,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예정된 논의 주제만 보더라도 방탄소년단의 역할과 가치가 단순히 인기와 경제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계 혐오범죄 및 차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고 해서 개인에게 돌아가는 물질적인 혜택은 딱히 없다.

마찬가지로 방탄소년단이 앞서 UN 총회에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자"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의 얼굴을 잊지 않고 마주해야 하는 때다. 삶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함께 살아내자"고 세계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도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촉발된 병역법 개정안은 큰 진전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6월이 지나면 멤버 진은 군대에 가야 한다. /이새롬 기자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촉발된 병역법 개정안은 큰 진전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6월이 지나면 멤버 진은 군대에 가야 한다. /이새롬 기자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창출되는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분석한 지표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초대해 주요 사안을 논의할 정도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돈으로 방탄소년단의 효과와 가치를 메기는 것 자체가 부차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영향력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방탄소년단의 태동기인 2018년,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지민을 트집 잡던 일본이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명)로 인해 오히려 '일본은 전범국'이란 사실을 전 세계에 '셀프 광고'하는 역효과를 냈다. 지민이 개인의 영달을 위했더라면 광복절 티셔츠를 입고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또 2020년엔 흑인 인권 운동 'Black Lives Matter(블랙 라이브즈 매터)' 캠페인과 관련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당시 멤버 RM은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팬들이 SNS 해시태그 등을 통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도 편견과 폭력에 대항하는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인기와 돈만을 추구했다면 이런 언행을 했을까? 만약 그랬다면 과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시아계 혐오범죄와 관련한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

방탄소년단이 미치는 글로벌 영향력은 문화계를 넘어 정치 사회까지 광범위하다.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만약 병역특례혜택을 받지 못 했다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아니 전세계 축구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한국을 빛낼 수 있었을까? '아시아의 빛' '아시아의 프라이드' 등 외신들의 온갖 찬사가 쏟아지는 손흥민의 영향력을 보면 절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게 된다. 이는 절대 돈으로 치환될 수 없는 가치다.

스포츠나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군대 문제도 큰 파급력을 지닌다. 그래서 '형평성'이 중요하다. 다만 병역법 개정안 논의를 두고 '방탄소년단을 위한 특혜'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대중음악계의 목소리는 방탄소년단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예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을 계기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 점화됐을 뿐이지 언제고 다뤄져야 할 문제다. 형평성을 바로 잡을 그 키는 지금 국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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