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내일', 그럼에도 통한 김희선의 'N번째 재발견'[TF초점]
입력: 2022.05.04 00:00 / 수정: 2022.05.04 00:00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 구련 役으로 묵직한 메시지

김희선이 내일에서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 혼련관리본부의 위기관리팀장 구련 역을 맡아 많은 이들을 살리고 있다. /MBC 제공
김희선이 '내일'에서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 혼련관리본부의 위기관리팀장 구련 역을 맡아 많은 이들을 살리고 있다. /MBC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김희선은 미모라면 누구한테도 꿀림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는 '예쁨'이라는 단어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데뷔 후 매 작품 자기 변주를 꾀한 그는 그렇게 또 한 번 재발견을 이끌어냈다.

김희선은 최근 MBC 금토드라마 '내일'(극본 박란·박자영·김유진, 연출 김태윤·성치욱)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작품은 죽은 자를 인도하던 저승사자들이 죽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2020년 SBS '앨리스' 이후 약 2년여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김희선은 첫 방송 전부터 웹툰을 찢고 나온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다. 쉽게 도전할 수 없는 핑크색 단발머리와 빨간색 눈화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는 원작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남다른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김희선은 핑크색 단발 머리와 빨간색 눈화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웹툰을 찢고 나온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다. /MBC, 웹툰 내일 제공
김희선은 핑크색 단발 머리와 빨간색 눈화장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웹툰을 찢고 나온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다. /MBC, 웹툰 '내일' 제공

김희선은 저승 독점기업 '주마등' 혼련관리본부의 위기관리팀장 구련으로 분해 극을 이끈다. 구련은 일명 '위관즈'로 불리는 위기관리팀의 계약직 신입사원 최준웅(로운 분), 위기관리팀의 대리 임륭구(윤지온 분)와 함께 스스로 삶을 끝내려는 자살예정자를 찾아가 이를 막아내며 그들이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돕는다.

극 중 사람들이 삶을 끝내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서 벗어난 줄 알았던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를 만나서, 열심히 공부한 공시생이 시험에 계속 떨어져서, 살아가는 이유가 돼 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한국 전쟁에 참전한 국가 유공자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에 지쳐서, 타인의 외적 기준에 자신을 잃어버려서 등. 작품은 판타지를 내세우지만 그 안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린 사람들을 마주한 구련은 때로는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때로는 누구보다 강하고 모질게 말하며 쓰러진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성폭행 피해자에게는 "제발 네 탓으로 돌리지 마. 그 누구도 널 탓할 수 없고 탓해서도 안 돼. 그게 너 자신일지라도. (네 상처는) 살기 위해서 간절했던 흔적이니 흉하지 않아"라고, 경찰 공시생에게는 "지금 당장은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 거야. 그래도 살아. 살다 보면 언젠가는 오늘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까 그러니 살아"라고 당연한 '내일'을 되찾아준다.

김희선은 로운, 윤지온, 이수혁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극을 이끌고 있다. /MBC 제공
김희선은 로운, 윤지온, 이수혁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극을 이끌고 있다. /MBC 제공

여기에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구련의 서사는 극 전체를 아우르며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작품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특히 최근 회차에서는 련이 전생에 극단적 선택을 했었다는 사실과 함께 련을 살리기 위해 칼을 들었던 중길(이수혁 분)의 모습이 공개돼 두 사람이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지 더욱 궁금하게 했다.

이렇게 김희선은 독보적인 중저음 보이스로 묵직한 위로를 건네며 화면 너머의 이들에게도 주어진 '내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가해자를 향한 짜릿한 응징으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또한 짧게 등장하는 과거 씬에는 저승사자 구련에게서 볼 수 없는 상심에 빠진 격양된 표정이나 홀로 감정을 억누르고 감내한 아픔을 드러내며 극과 극의 분위기를 내달린다. 전생과 현생을 오가며 복잡다단한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김희선은 구련의 서사를 켜켜이 쌓아가며 깊은 연기 내공을 제대로 발휘한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인기 웹툰의 드라마화와 파격적인 스타일링,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까지. 이 모든 걸 감안하면서 작품이 가진 묵직한 힘을 위해 도전을 택한 김희선에게 '23번째 재발견'이 뒤따르는 건 당연했다.

다만 그의 활약과 시청률은 반비례하는분위기다. 1회 시청률이 7.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을 기록했지만 최근 회차인 10회는 2.5%에 머물렀다. 시청률이 드라마의 전부가 될 수는 없지만 드라마와 시청률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