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동물 학대 논란…사극 명가 부활의 오점
KBS1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32회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KBS1 방송화면 캡처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태종 이방원' 속 가문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오로지 왕권을 강화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태종 이방원의 마지막 모습이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1일 밤 9시 40분에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 최종회 시청률은 11.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특히 상왕 이방원(주상욱 분)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장면은 14%까지 치솟으며 명품 사극의 저력을 입증하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방송에서는 죽는 순간까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온몸을 던진 상왕 이방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이방원은 양녕대군(이태리 분)을 세자에서 폐위시키고, 대신 충녕대군(김민기 분)을 그 자리에 앉혔다. 양녕은 궐 밖으로 쫓겨났고, 궁궐 생활에 지친 민씨(박진희 분)도 떠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방원은 왕권 강화를 위한 본인의 계획을 실행해 나갔고, 결국 세종 이도(김민기 분)과 의견 충돌을 일으키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형성했다.
최종회에서 이방원은 심씨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소헌왕후(김비주 분)의 아버지 심온(김승욱 분)에게 대역죄를 이유로 자결을 명했다. 또한 그 형제와 자식들은 모두 유배를 보냈고, 처와 첩, 그리고 자식들은 모두 공노비로 삼아 관아에 배속시키라고 명했다. 이방원은 이도에게 "다 주상을 위한 일이오. 주상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게 싫어서 내 손에 피를 묻힌 것이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는 "소자가 아바마마를 이해하게 된다면, 저도 아바마마와 똑같은 사람이 됐다는 뜻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방과(김명수 분)도 이방원에게 좀 내려놓고 가벼워지라고 권했지만, 그의 행보는 그칠 줄 몰랐다. 이방원은 이도가 신하들과 정사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편전에 들었다.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지만, 신하들에게 본인의 뜻과 의견을 분명하게 전하는 아들의 뒷모습에 이방원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가 하면 이방원은 행적이 묘연한 민씨를 찾아 나섰다. 보이는 사찰을 모두 훑고 다닌 결과, 한 사찰에서 민씨와 만날 수 있었다. 이방원은 민씨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며 잘못을 빌었지만 용서받지 못했다. 그는 사찰 주지를 통해 민씨가 학질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고, 고열에 시달리는 그를 궁궐로 데려와 어의에게 치료를 받게 했지만,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서기 1420년 세종 2년, 고려의 여걸로 태어난 민씨는 조선의 법도에 갇혀 숨을 거뒀다.
이방원은 민씨의 죽음 이후 흔들리는 이도를 바로잡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도 잊은 채 국왕으로서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는 데 전념했다. 이도가 이방원의 건강을 걱정하며 자신에게 맡겨 달라 청했지만, 그의 뜻은 쉬이 꺾이지 않았다. 늙은 몸을 이끌고 가뭄으로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기우제를 올리던 이방원은 제단에 절을 올리다 쓰러지고 말았다.
이도는 힘겹게 숨을 내쉬는 이방원에게 "제발 하루라도 편히 사시다 가십시오. 그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하시면서 무엇 때문에 그리 사셨습니까"라고 말했다. 허공에 애타게 손을 뻗어 이도의 손을 겨우 잡은 이방원은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궁궐 안에서는 차가운 철혈군주였고, 궁궐 밖의 백성에게는 온화한 군왕이었던 태종 이방원은 서기 1422년 세종 4년, 숨을 거뒀다. 죽는 그날까지도 정치에 헌신한 투철한 정치가였던 그가 눈을 감자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태종 이방원'은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이방원을 바라본다는 점에서부터 흥미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 가족의 아들이자 동생, 아버지이자 남편인 이방원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고, 갈등과 대립,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깊숙하게 다루며 다채로운 서사로 안방극장에 흥미진진한 시간을 선사했다.
특히 주상욱, 김영철, 박진희, 예지원 등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화려한 영상미로 마치 역사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했다. 더불어 정사(正史)에 근거한 정통 사극 '태종 이방원'은 오랜만에 부활한 '사극의 명가 KBS'의 명성'을 증명했다.
다만 방송 종 낙마 신을 위해 강제로 쓰러뜨린 말이 촬영 일주일 뒤 결국 사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작품은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동물 보호 단체 및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KBS는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작가이드라인 조항을 신설하며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말 학대 논란이 불거진 해당 회차는 다시보기가 중단됐으며, '태종 이방원'은 약 한 달간 결방한 뒤, 5주 만에 방송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태가 사태였던 만큼, '사극 명가의 부활'을 내세웠던 KBS가 과연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줬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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