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한류 음반제작자 A씨, 대기업 '갑질 횡포'에 눈물[TF비하인드]
입력: 2022.04.19 08:00 / 수정: 2022.05.02 16:17

패션 대기업 L사 투자 자회사 상대 '손해배상 청구' 법정공방

베이비복스를 제작한 원조 한류 음악제작자 A씨가 최근 <더팩트>와 만나 대기업의 횡포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베이비복스를 제작한 원조 한류 음악제작자 A씨가 최근 <더팩트>와 만나 대기업의 횡포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음반사와 음악제작사와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들의 마찰과 갈등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특히 대기업 자본이 투자되면서 자본력에 의한 횡포로 음반제작사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더팩트>는 음원계약을 둘러싸고 한 원조 한류 음반제작자가 유명 대기업 투자사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례를 통해 음원 불공정 거래의 일단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승우 기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더니 가요제작자로 평생 수십억을 투자해 만든 음원 권리가 대기업 자본 논리에 무너지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원조 한류 음악제작자 A 씨는 5년 넘게 이어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횡포로 마음이 타들어 갈 지경이다. A 씨는 90년대 후반 걸그룹 베이비복스(Baby V.O.X - 이희진, 심은진, 간미연, 윤은혜)를 탄생시킨 D사 대표다. 베이이복스의 해외 활동과 함께 중국 동남아 등에서 초기 한류바람을 일으켰고, 이후 애즈원, 빛과 소금, 라니아 등을 탄생시켰다.

18일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5월 패션 대기업 L사 투자 음악콘텐츠 운영사인 K사를 상대로 음원 저작인접권 양수도 계약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K사가 당초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사는 원조한류 걸그룹 베이비복스의 음원을 포함한 400여곡을 5년간 한시적으로 양수받는 조건으로 A 씨에게 3억 원을 투자 하기로 했다. 당시 A 씨는 K사의 권유로 2억원은 400여곡의 양수도 대금으로, 1억원은 신곡 제작비 투자금으로 각각 나눠 계약했다.

이후 위 음원 저작인접권 양수도 계약에 대한 2억 원은 지급되고 나머지 1억 원이 지급되지 않자, A 씨는 2019년 10월 K사에게 "약속을 불이행 했으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듬해 5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손해배상 소송은 엇갈린 판결이 나왔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양자가 2015년 9월 합의해 작성한 당초 계약서상 문구를 법원이 다르게 해석하면서 1심은 A 씨가, 2심은 K사가 각각 승소했다.

1997년 데뷔한 베이비복스는 원조 한류 글로벌 걸그룹이다. 멤버로 활동했던 윤은혜는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심은진 이희진 김이지 윤은혜 간미연(사진 왼쪽부터) /나무위키
1997년 데뷔한 베이비복스는 원조 한류 글로벌 걸그룹이다. 멤버로 활동했던 윤은혜는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심은진 이희진 김이지 윤은혜 간미연(사진 왼쪽부터) /나무위키

A 씨는 18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로 경영상태가 어느 때보다 안 좋은 상황에서 신곡 제작비를 급하게 마련하고자 베이비복스 등 갖고 있던 400여곡의 음원을 5년 간 한시적으로 양도(페이백)하는 조건으로 투자 받기로 했던 것인데, 2억 원만 지불하고 나머지 1억 원의 지급은 차일피일 미뤘다"며 "이후 K사는 신곡 제작비에는 투자를 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면서 1억원 지급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K 사는 A 씨 외에도 다수의 음악제작자들에게 '신곡 제작에 투자를 할 테니 구보(과거 음원)에 대한 음원 저작인접권을 양도하라'고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A씨에 따르면, 이승철과 언타이틀의 제작자 S씨도 신곡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이 보유한 음원권을 4억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신곡 제작에 대한 투자금은 제대로 받지 못했고, P뮤직 역시 음원권을 넘기는 대신 K 사의 지분 20%와 해외유통권한을 받기로 했으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음악제작자들에게 지급 이행을 지키지 않은 배경을 묻자 K사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음반업계는 K 사의 경우처럼 대기업 자본이 투자된 뒤 일방적 약속 불이행으로 불공정거래 피해를 본 경우가 다수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음악제작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음원 저작인접권 양수도 계약에 대한 2억 원은 지급되고 나머지 선급금 1억 원이 지급되지 않자, A씨는 2019년 10월 K사에게 약속을 불이행 했으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듬해 5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 제공 소장 복사본 캡쳐
음원 저작인접권 양수도 계약에 대한 2억 원은 지급되고 나머지 선급금 1억 원이 지급되지 않자, A씨는 2019년 10월 K사에게 "약속을 불이행 했으니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이듬해 5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씨 제공 소장 복사본 캡쳐

"음원 돌려주긴커녕 나 모르게 웃돈 주고 되팔아"

A 씨가 주장하는 K 사의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K 사는 현행법의 빈 틈을 핑계삼아 A 씨에게 돌려 줘야 할 400여곡에 대한 음원저작인접권을 동의 없이 비욘드뮤직에 권리를 넘겼다.

A 씨는 "400여 곡을 완전히 양도하는 조건이었다면 7~8억 정도는 받아야 마땅하지만, 5년 뒤 K 사로부터 돌려받을 생각에 한시적 양도 계약을 했던 것인데 그들은 나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비욘드뮤직에 (나의 음원들을) 권리를 넘긴 상태"라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해당 계약서 제8조 1항 특약 내용을 직접 살펴본 바, '양도인은 양수인에게 양도한 양도대상물에 대한 권리 일체를 본 계약의 계약일로부터 5년 후인 2020년 9월 30일부터 1개월 이내에 양사 합의 하에 양도 대가의 180% 금액인 일금 삼억육천만원(3억6000 만원)으로 양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K 사가 이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악용했다는 게 A 씨 측 주장이다.

A 씨의 법적 대리인은 "특약에서 '양사 합의하에'란 부분은, 즉 양도인(A씨)과 양수인(K사)이 합의할 경우 양도인이 180% 금액인 3억 6천만원에 음원을 다시 K사로부터 양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거꾸로 해석하면 양수인인 K 사가 합의하지 않을 경우 A 씨가 다시 음원을 사갈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보로 덩치를 키운 K사는 결국 지난해 음원 지식재산(IP) 전문 투자•매니지먼트 기업인 비욘드뮤직에 44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K 사가 이번 매각으로 사업투자 대비 약 3배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때 K 사 외부 자문인이었던 J 씨에 따르면, K 사가 A 씨를 포함해 음악관계자들로부터 약 1만 곡의 구보 매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대략 9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구보 매입 전체 비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J 씨는 18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K사가 이미 외부에 매각 되었기 때문에 당시 구보를 매입한 장부가 지금까지 남아있기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당시 구보를 양도하는 음악제작자 입장에선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으로 권리를 포기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사를 인수한 비욘드뮤직 측은 이같은 사안에 대해 "K사의 전체적인 가치를 평가하고 인수를 했기 때문에, K사가 구보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까지 하나하나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press01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