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친코' 윤여정 "아카데미상 받고 달라진 건 없어"
입력: 2022.04.02 06:00 / 수정: 2022.04.02 06:00

노년 시절 선자 役 맡아 한국인 이민자의 삶 연기

배우 윤여정이 애플TV+ 파친코 인터뷰를 진행, 노년 시절의 선자를 연기한 소감과 가슴 아픈 한국 역사를 마주한 느낀점을 말했다. /애플TV+ 제공
배우 윤여정이 애플TV+ '파친코' 인터뷰를 진행, 노년 시절의 선자를 연기한 소감과 가슴 아픈 한국 역사를 마주한 느낀점을 말했다. /애플TV+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또다시 전 세계의 문을 두드렸다.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파친코', 그 중심에 선 윤여정은 깊은 내공의 연기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극본·총괄 수 휴)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다.

'파친코' 1화는 "1910년, 일본은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이후 1915년 부산 영도의 하숙집부터 1989년 북적이는 뉴욕과 호황기인 일본을 배경으로, 4대에 걸친 한인 이민자의 생존 역사와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견뎌온 재일교포 자이니치의 애환을 그려낸다. 윤여정은 '파친코' 선자를 만나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가슴 아픈 우리 역사를 마주했다.

"저희 엄마가 1924년생이세요. 작품의 배경은 엄마가 살던 시대고, 저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자이니치, 우리는 재일교포라고 하죠. 제 아들을 연기한 모자수(박소희 분)가 실제 자이니치에요. 이들은 굉장한 프라이드가 있어요. 재일 동포와 자이니치의 차이점을 물었는데, 이들은 재일 동포가 아니라 어딘가에 그냥 떨어진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들은 재일 동포지만 '난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걸 뜻하는 거래요. 이번에 찍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고, 많이 배웠어요."

윤여정은 시대와 사랑이 주는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선자의 노년 시절을 연기했다. 그는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선자가 겪었을 모진 시련과 이를 묵묵하게 견뎌낸 회한의 세월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특히 선자가 지나온 길을 현실적이고도 담백하게 보여준 그의 열연은 진한 울림을 안겼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상을 받고나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똑같은 집에서 살고 똑같은 친구랑 논다고 했다. /애플TV+ 제공
윤여정은 "아카데미 상을 받고나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똑같은 집에서 살고 똑같은 친구랑 논다"고 했다. /애플TV+ 제공

극 중 젊은 선자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일본에서 일본인에게 김치를 판다. 냄새난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낸다. 이는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윤여정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는 평도 있었다. 이에 윤여정은 자신의 상황과 다른 점을 짚음과 동시에 선자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다.

"저는 이혼을 하고 일을 많이 했지 미국에서는 일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힘든지도 모르고 했죠.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요. 선자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남편이 감옥에 간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김치를 만들어서 어딘가에 파는 일이죠. 그렇기에 일이 힘들어도 그냥 하는 거예요. 일본어도 못 하는 선자가 할 수 있는 건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일본에서 김치를 파는 일이었던 거죠."

'파친코'는 윤여정의 차기작이자 미국 시장의 거대한 자본으로 그려낸 한국 역사,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나리' 이후 윤여정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지만, 배우 윤여정 그 이전에 사람 윤여정에게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저는 똑같은 집에서 살고, 똑같은 친구들이랑 놀죠. 제가 감사한 거는 이 나이에 상을 받았다는 거예요. 30~40대에 아카데미상을 받았으면 붕 떴을 거예요. 그런데 이 나이에 받으니 상을 받는 순간에는 기뻤지만 그 상이 절 변화시키지는 않았어요. 저는 그냥 저로 살다가 죽을 거예요. 아카데미상도 다 운이라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를 노크했고, '미나리'라는 영화가 팬데믹 때문에 아카데미에 올랐죠. 전 운이 좋았던 거예요."

지난달 25일 공개된 '파친코'는 공개 이후 키노라이츠 OTT 통합 랭킹에서 1위(3월 29일 기준)를 차지했다. 애플TV+의 콘텐츠가 키노라이츠 OTT 통합 랭킹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친코'를 향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달 25일 3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파친코'는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1980년대 역사를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따라가는 작품이에요. 각색됐기 때문에 소설과는 다른데 저는 만족했어요. 봉준호 감독이 장벽을 넘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해요. 많은 시청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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