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이토록 짠내 나는 건달 영화가 [TF씨네리뷰]
입력: 2022.03.23 00:00 / 수정: 2022.03.23 00:00

어깨에 힘을 빼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마흔 살 건달의 짠내 나는 인생 이야기다. 주인공 희수(정우 분)는 딱히 이룬 것도 바란 것도 없지만 배경이 되는 부산 앞바다 작은 마을 구암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암흑가 '중간 보스' 정도의 인생을 살아 왔다. 그런 그가 가족을 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려하자 모든 것이 뒤엉키고 처절하게 짓밟히는 과정을 그린 영화 '뜨거운 피'다.

영화 '뜨거운 피'는 소설 '고래', 영화 '북경반점' '고령화 가족' 등을 쓴 베테랑 소설가이자 영화 각본가 천명관 감독이 충무로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그의 가까운 후배이자 서스펜스 소설가로 저명한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 '뜨거운 피'가 원작이다. 실제로 두 사람이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시나리오가 구상됐고 소설이 먼저, 영화가 바통을 이었다.

영화는 한국형 정통 느와르 장르를 지향한다. 의리와 복수, 분노와 배신이 난무하는 영화 '친구' '비열한 거리'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조폭물' 특유의 색채를 띄면서도, 인간적인데다가 어깨에 힘을 빼고 처절하기 까지한 캐릭터와 분위기가 '뜨거운 피'만의 차별점이다.

주인공이자 마흔 살 건달 희수 역을 맡은 배우 정우는 정우다운 연기를 해냈다. 정우의 대표작인 영화 '바람'과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부산 사투리에 익숙한 대중이라면 대사를 듣는데 이질감은 없다. 여기에 정우 특유의 유머러스한 생활 연기가 배제되고 안구가 빨개지도록 몸을 비트는 혼신의 연기가 더해지니 소설 속 짠내 나는 건달 희수가 영상물로 완성됐다.

정우 외에도 모든 등장 인물들이 명분과 매력을 풍긴다. 영화의 시점을 현재에서 과거,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전형적 대작 서사를 따르면서도 첫 신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한 명 한 명 조명되면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첫 연출작이지만 글 만큼이나 꼼꼼한 천 감독의 성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손영감 역의 김갑수, 용강 역의 최무성, 철진 역의 지승현, 인숙 역의 윤지혜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각자 색감은 다르지만 원색적인 캐릭터 연기도 볼거리다.

뜨거운 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예 배우 이홍내(왼쪽)와 정우의 극 중 케미스트리는 마흔 살 건달 희수의 짠내 나는 스토리를 완성시킨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뜨거운 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예 배우 이홍내(왼쪽)와 정우의 극 중 케미스트리는 마흔 살 건달 희수의 짠내 나는 스토리를 완성시킨다.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특히 희수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아미 역을 맡은 신예 배우 이홍내의 짧고도 강한 연기가 뇌리를 스친다. 삭발 헤어스타일과 껄렁거리는 걸음걸이, 거친 말투와 행동이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날 것 그대로의 비주얼을 뽐냈다. 아미는 사사건건 다투고 갈등을 겪어야만 하는 인생을 사는 희수가 유일하게 온전한 정을 주는 배역인 만큼 두 캐릭터를 연기한 이홍내와 정우 두 배우의 연기 호흡도 연민을 준다.

카타르시스를 내뿜는 결말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처절함의 끝만 달리던 터라 통쾌한 묘수가 필요해보였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흐름과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결말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사회에서 "열린 결말로 두고 싶었다"고 말한 천 감독의 대답처럼 우울과 불안, 긴장과 연민 등 마음에 쌓인 짐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는 결말 또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한편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오는 23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2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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