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 힐링 영화…최민식표 '굿 윌 헌팅'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최민식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민식은 극 중 탈북인 천재 수학자 출신 학교 경비원 이학성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어른과 청년이 서로에게 위로와 진심을 전한다. 방법은 올곧고 우직하다. 증명의 학문으로 불리는 수학이 매개체로 등장해 서사를 연결한다.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탈북인 수학자'로 변신한 톱배우 최민식과 극 중 '수포자'(수학 포기자)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신예배우 김동휘의 브로맨스가 돋보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극장 관객을 찾았다.
9일 개봉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학문의 자유를 갈망해 탈북한 천재 수학자이지만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이학성(최민식 분)과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의 배경이 학교이기 때문에 영화의 시작은 학원물처럼 느껴진다.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 시하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 부모와 아이 또는 스승과 제자의 괴리감, 10대 청소년들의 잘못된 교우 관계 속에서 여러 이야기가 펼쳐지겠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친다.
그러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이 거듭될수록 지극히 교훈적이고 올곧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청년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도 준다. 강제적이거나 반강제적인 사회적 약자를 돕는 따뜻하고 진심 어린 시선들이 점점 팽배해진다.
최민식과 김동휘의 케미스트리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영화 '굿 윌 헌팅'(1997)을 닮아 있다. 소재나 설정은 다르지만, 어른과 청년의 진실된 대화, 때로는 격양된 감정에서 내뱉은 언어까지 관객들을 위로한다.
위로와 진심을 증명하는 과정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방법으로 진행되진 않는다. 다만 수학이라는 소재를 담아 특별함을 더한다. 실제로 연출을 맡은 박정훈 감독은 지난 달 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수학을 매개체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수학이라고 해서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수포자'였던 감독이 만든 영화다. 안심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정훈 감독은 지난 달 15일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연출 의도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이에게 다그침이 아닌 따뜻한 격려를 건네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
최민식과 조윤서(박보람 역)의 피아노 합주 신이 연출자의 의도를 대변한다. '3.1415926535897…'.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한 피아노곡 제목은 '파이송'으로 학창시절 누구나 수학 시간에 들어본 적이 있는 '파이' 원주율을 계이름으로 바꾼 곡이다. '파이송'은 꽤나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오일러 공식과 리만 가설 역시 예술적 미학을 통해 풍부하게 표현됐다.
이처럼 수학은 관객들의 시각과 청각을 매료시킨다던가, 한 학생이 잘 알지도 못하는 어른 한 명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도구 정도로 사용된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을 좌절시켰던 수학이 생각보다 쉽고 흥미롭게 비춰진 이유이기도 하다.
극 후반부 최민식이 학생들에게 위로와 진심을 전하는 연설 신은 백미다. '변호사'의 송강호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클로즈업 신 안에서 최민식 특유의 엄청난 에너지와 몰입력이 쏟아진다.
여기에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배역을 주로 맡았던 박병은과 박해준의 힘 뺀 연기를 오랜 만에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발랄한 고등학생 보람를 연기한 조윤서도 자칫 진지하기만 할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민식의 아들로 특별 출연한 탕준상도 짧은 시간이지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만 영화가 올곧고 우직하다보니 긴장감보다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신도 왕왕 있다. 탈북자라는 설정 역시 갈등 부분에서 힘을 내기 시작하지만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아세우는 형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대사와 장면들은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에게는 진심 어린 위로가 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은 11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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